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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3기 신도시 땅투기’ 최초 제기…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추진위원장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는 이해충돌 행위에 해당”

"우리 사회의 경제정의가 무너지면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갑니다.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한 지속적인 개혁과 법 전문가인 법률가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남근(58·사법연수원 28기·사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개혁입법추진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법을 무기로 경제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불공정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개혁 법률가로 유명하다. 더 많은 힘과 정보를 가진 강자가 약자를 짓밟지 못하는 결과(판결)와 제도(법)를 만들기 위해 30여년간 사회 각 분야를 종횡무진했다. 20~30대에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참여연대와 민변 등에서 오랜기간 공익소송을 담당하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왔다. 또 재벌 대기업 개혁, 불공정 개혁 등 첨예한 문제의 첨단에서 시민운동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자체를 개혁하기 위한 입법운동에도 매진해왔다. 그가 대리한 위헌소송에서 나온 야간 옥외시위 금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수개월간 전국을 휩쓸었던 촛불시위의 동력이 됐다. 그는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해 범정부대책 발표 등 사회 전반의 반성과 개혁을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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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는 경제정의에 반하는 부패행위이기도 하지만, 결국 서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에서 심각한 불공정행위 입니다."

김남근(58·사법연수원 28기·사진) 변호사는 지난달 2일 민변·참여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7000평을 사전 매수하고,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그의 폭로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결국 정부는 합동조사단과 합동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전국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수사 전담팀이 설치되는 등 파장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1년여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수사뿐만 아니라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그것이 문재인정부다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경제 정의 무너지면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가 


"신도시 개발에서는 주로 농지를 도시로 개발합니다. 당연히 개발 예상지역에서는 미리 농지를 싼 값에 사서 이익을 얻으려는 투기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는데, 정부는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면서 투기를 막으려는 조사나 수사 등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공직자에게는 직무를 청렴하게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들의 부동산 투기는 이해충돌행위에 해당하며 공직자 윤리에도 어긋납니다. 투기 붐을 상부에 보고해 차단해야 할 공공기관 직원, 공직자 등이 오히려 자신들도 한몫 잡겠다며 대규모 대출을 일으켜 투기했습니다. 국민적 공분이 일지 않으면 이상한 일입니다."

김 변호사는 "부동산 버블이 심각해지면서 투기 행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약해진 측면도 있다"면서 "우리나라에는 공직부패를 방지할 부패방지시스템이 부족하고, 재산증식을 노린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수사방향에 대해 "명단이 아닌 거래내역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2018년 이후 토지거래내역을 뽑아 조사하면 된다"며 "농지가 10억원에 거래되고, 100명이 토지를 쪼개서 사고, 주소가 서울 송파구 등이라면 일단 투기목적을 의심해야 차명거래 등으로 빠져나가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LH 내부 공직부패 정기조사 

윤리강화 노력 부족

 

"LH 내부에 공직부패 행위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거나, 청렴서약 등 공직자 윤리를 강화하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농지보존행정도 문제입니다. 비영농인이 허위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고 실제로 영농을 하지 않는 것을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도 부실했습니다. 개인별 DSR(연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비율이 40% 이내가 기준)이 144%나 되는데도, 금융기관은 농지취득을 위한 자금을 10억원 이상 대출해줬습니다."

그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건설교통부 부동산공개념 검토위원, 대법원 개인회생자문단 자문위원, 서울시 주거재생자문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과 민변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현대중공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의혹 등 굵직굵직한 사건에 꾸준히 관여해온 활동가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그를 '기업 저격수'라고 지적한다. 그는 "경제위기 때 거리로 나앉은 사람들이 보증금 날리는 것을 보면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며 "법과 판례와 제도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고 반박했다.

 

명단 아닌 거래내역 토대로 조사

발본색원 해야

 

169029_1.jpg"1970년 미국에서 AT&T 회사분할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판결은 1980년대 마이크로소프트가 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습니다. 1980년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터넷 익스플로어 끼워팔기 결정이 나왔습니다. 이는 애플과 구글이 등장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환경의 토대가 됐습니다. 계속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미국 경제를 견인하는 배경입니다. 최근 20~30년 내에 우리나라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외에 새로운 기업이 나온 사례가 있나요?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시장에는 재벌 대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해 새로운 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합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 구내식당과 공공기관의 청소업무마저 운영주체가 재벌 계열사인 형편입니다. 일감이 재벌기업에 빨려가면 중소기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젊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청년 실업문제와 경제구조 왜곡 문제까지 이어집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젊은 엘리트들이 작은 기업으로 가서 도전하는데,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인재까지 빨아들입니다.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막아야하는 이유입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민주화운동으로 수업은 뒷전


그가 지금까지 추진한 입법운동은 수십여개에 달한다. 대부업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하는 통합도산법 운동,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정 운동, 주택법에 분양가상한제 도입 입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제도 입법, 가맹점 프랜차이즈법에 가맹단체 교섭권 명시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또 정당의 비민주적 공천을 개혁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고, 재개발 현장의 강제퇴거 금지 운동을 벌여 국가인권위원회의 강제퇴거 인권지침이 수립되는 데 기여했다. 그는 "법률가가 법을 관성적으로 해석하고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노동운동을 하다 변호사가 됐기 때문에 노동자·중소상인·주거세입자·상가임차인 등 경제적 약자 보호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아파트 분양 피해자 등 억울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인권변호사가 되자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야간옥외집회 위헌소송과 2001년 속초 콘도 살인 암매장 사건에 연루된 세 청년 사건을 꼽았다. 1심은 지능이 떨어지는 세 청년에게 징역 7년, 징역 20년,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지만,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인천에서 수년 간 노동운동하다

 뒤늦게 司試 준비


"지능이 낮아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그 청년들의 생각이나 속마음을 잘 알아듣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수사기록을 보니 범행장소, 범행방법, 범행도구, 시체 매장장소에 대한 수사 초기 기재 내용이 모두 황당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진술내용이 정교해지고, 경찰이 지목한 범행장소와 매장장소 상황이 내용과 일치해간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허위자백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공동묘지를 수색해 시체를 발견했다는데, 시신은 최근 살해돼 매장됐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백골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국과수 감정, 현장검증 등 악착같이 다퉜습니다. 2008년 이명박정부에서는 야간에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여하면 모두 범법자가 되었는데, 야간집회시위 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을 대리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촛불집회 등도 이러한 야간집회나 시위의 위헌소송의 결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어서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출신인 김 변호사는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공부를 잘해 집안의 기대를 모았고, 학교에서는 교칙을 준수하는 모범생이었다. 장래희망은 공무원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학도호국단 부단장을 맡았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어서는 달랐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82학번이다.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 대학가에서는 민주화 운동이 치열했다. 학생운동에 뛰어들면서 수업은 뒷전이 됐다. 주변의 걱정은 한 귀로 흘렸다. 곧이어 인천에서 수년간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목재나 악기 관련 업종에서 활동했다. 중소기업이 많고 노조 조직력도 약해, 금속이나 기계 관련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더 열악한 분야였다.


연수원 수료 후 

인천서 변호사로 노동사건에 집중 


그러다 30대에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그는 인천에서 함께 노동운동을 하던 동료들에게 변호사가 되면 꼭 돌아오겠다고, 어렵게 활동하는 동료들을 돕는 인권변호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배수진을 쳤고, 2년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인천시 부평구에서 개업하면서 약속을 지켰다. 그와 함께 공부한 고시생들도 모두 합격해 법원·검찰·정부·시민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법조인 보다는 사회개혁 운동가가 되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도 시민운동이 사회개혁 운동에 일조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변호사 초년생 시절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진행했는데, 재판장으로부터 따끔한 지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민사사건인데 마치 검사처럼 심문한다는 것입니다. 나름의 열정이 넘쳐,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재판이라고 생각하면 다소 공격적인 변론을 했던 탓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막급입니다."


법조인은 

잘못된 관행·법제도 개혁에도 

노력해야


변호사로 개업한 초반에는 노동 사건에 관심을 가졌다. 사법연수원에서부터 노동법학회 학회장을 맡았다. 연수원 시절에도 틈틈이 밖으로 나가 후배들과 함께 노동자들을 상담하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입법운동을 지원했다. 가끔 고시학원에서 민법과 민사소송법 등을 강의했는데, 당시 수업을 들었던 판·검사나 변호사들로부터 강의가 많은 도움이 됐다는 인사를 지금도 받는다고 한다.

그는 현재 고려대 로스쿨에서 법조윤리도 가르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법조인의 사명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수호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현행 법질서를 수호하는 노력 뿐만 아니라, 잘못된 관행과 법제도를 개혁하려는 노력도 해야한다고 가르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법조계는 법의 해석과 법을 적용하는 업무에서 능력을 보이거나 법질서 수호 의지는 잘 보여 주었지만, 국민들에게 잘못된 사법관행과 법제도에 대한 개혁 노력을 잘 보여주지 못해 신뢰를 많이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변호사는 

처음부터 사건수임에 급급하기 보다

신뢰하는 고객 쌓는 투자의 시기라 

생각 했으면…


청년 변호사들에게는 "처음부터 수익을 내려고 무리하게 사건 수임이나 사건 진행을 하지 말고, 3년은 자신의 훈련과 신뢰하는 고객을 쌓는 투자의 시기라 생각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3년을 충실히 보내면 기존 의뢰인이 새로운 사건이나 다른 의뢰인을 소개하는 등 안정적 기반을 쌓을 수 있는데, 당장 눈 앞의 수익에만 급급해 무리하게 사건을 수임하는 데 치중하면 의뢰인들의 신뢰만 잃게 돼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변호사로서 사건해결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성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돕거나 사회개혁에 도움이 되는 공익적 분야의 전문성 두 가지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라고 권합니다. 저는 전자를 위해 부동산, 건설, 회사나 단체 분쟁 등에 관한 전문성도 쌓았습니다. 후자를 위해서는 공정거래, 노동법, 인권법 등의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쌓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취미는 역사책 읽기입니다. 특히 유목민의 역사에 관한 책을 좋아합니다. 답답할 때면, 먼 옛날로 돌아가 들판을 달리는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존경하는 인물은 고인이 된 김근태 전 국회의원입니다. 그 시대에,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맡겨진 사회적 역할을 다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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