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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의 월권적 남용’도 직권남용에 해당하나

직권남용죄에 대한 새로운 해석론에 ‘갑론을박’

미국변호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관련 재판에서 처음으로 유죄 판결이 선고된 가운데 이 판결에 동원된 '직권의 월권적 남용' 법리를 두고 법조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법리는 형법 제123조가 규정하고 있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직권남용'에 '직권의 월권적 남용'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직권'을 법령 등에 정해진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범위에 속하는 사항으로 한정하고 있다. 직권의 월권적 남용까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결국 가벌성이 크게 확장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60·사법연수원 17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규진 (59·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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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 중에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들 2명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는 직권남용죄에 대한 새로운 해석론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458페이지 분량의 판결문 본문에 '이 사건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해석'이라는 목차를 만들어 △과거의 판사 단련과정 △판사의 인사 사무 △사법행정권에 속하는 사항과 그에 관한 행위 등 54페이지에 걸쳐 재판사무와 사법행정권 전반을 설명하고 이 사건에서 직권남용죄를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설시했다.


사법행정권남용 의혹 사건 

첫 유죄판결에 적용 법리


재판부는 먼저 "이 법원은('본 재판부는'이라는 뜻으로 보임)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가 할 수 있는 것은 (판사에 대한) 현저한 (사건 처리)지연이나 명백한 잘못의 '지적'에 그치고, 이를 벗어나 위 장기미제 사건들의 처리를 판사 인사 시기 등 특정 시점 이전까지 하라거나 명백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하여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하는 등 어떠한 '권고'를 하는 것은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가 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개별 판사에게 '지적'을 할 권한은 있지만, 구체적인 '권고'를 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권고를 했다면 권한이 없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월권적 남용을 한 셈이 된다는 것이다.

 

“재판개입이라는 월권적 남용행위는 

직권남용 해당”

 

재판부는 "대법원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그 상대방에게 실질적·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는 법리를 판례로 확립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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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법원은 이때 대법원 판례가 말하는 '해당 행위가 그 공무원의 일반적 직권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일 것'이라고 함은, 일반적 직권의 범위 내에서 행위를 했는데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위법·부당한 경우(직권의 재량적 남용)를 말함은 물론, 일반적 직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내용과 그 일반적 직권에 속하는 사항의 내용을 비교했을 때 상당한 정도로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직권의 월권적 남용)도 말한다"고 설명했다.

 

유죄 도출위해 

지나치게 법 논리 확장 아닌지 의문


즉, 직권의 재량적 남용 뿐만 아니라 직권의 월권적 남용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직권남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판 개입이라는 월권적 남용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된다는 논리다.

 

그동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재판 개입 등은 판사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아 직권을 남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는 이와 다른 새로운 법리를 적용한 것이다.

 

확장 해석을 일반론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형사재판을 수년간 해봤지만 생경한 논리"라며 "앞서 판결이 나온 다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는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해서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고 법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가 선고된 것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유죄라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법논리를 지나치게 확장시킨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직권남용죄나 직무유기죄는 직무 범위나 남용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해석의 여지가 넓기 때문에 문제가 돼왔다"며 "이 때문에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엄격하게 해석과 적용을) 해왔는데, 이번 판결처럼 확장해석을 하면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크다. 이런 법리를 일반론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직권남용은 범위·한도 초과한 

월권적 남용도 포함”

 

직권남용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왔다.

 

권성(78·사시 8회) 전 헌법재판관은 2007년 7월 직권남용죄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2004헌바46)에서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권 전 재판관은 당시 "정권 교체가 된 경우 전 정부의 실정과 비리를 들추어내거나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데 (직권남용죄가)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국정 운영과정에서 행하여진 순수한 정책적 판단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경우에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공직자를 상징적으로 이용할 위험성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성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2019년 6월 발표한 '직권남용죄, 남용의 의미와 범위'라는 논문에서 "남용 개념의 일상언어적 관점과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남용은 권한과 목적의 지나침이라는 재량적 남용 외에도 '범위 또는 한도'의 초과라는 월권적 남용도 포함된다"며 "뿐만 아니라 형법의 직권남용에 관한 구성요건들의 체계를 보면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의 남용 개념은 일정한 조건하에서 월권적 남용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무원의 직무권한의 범위도 '일반적 직무권한'이라는 가변적인 경계선을 설정할 것이 아니라, '추상적 직무권한'과 '구체적 직무권한'으로 구분해 그 권한의 남용여부를 판단하는 일에 모호성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월권적 남용이 

곧 직권남용죄 성립하는 것도 아냐”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행정법에서 재량권의 일탈·남용 금지 원칙이 있는데 재량권의 일탈은 내가 할 수 있는 권한을 넘어서는 것으로 재량권의 유월이라 하고 이 또한 위법"이라며 "이와 비교해봤을 때 월권적 남용은 유월적 남용을 인정하는 것이라 결국 적용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논리적으로 직권이 있어야 행사하는 것인데 유월은 권한이 없기 때문에 남용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능하다"며 "직권의 범위가 명쾌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니까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직권남용에 포함된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해석은 대법원에서 종국적으로 결론을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직권남용죄가 국정농단 등 적폐사건 수사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면서 '직권남용죄의 남용적 적용'을 우려한 법원이 직권남용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왔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리적 측면에서는 부동의하는 측면이 있다"며 "범죄까지는 아니다라는 정도의 행위에 대해 가벌적 위법성을 평가하고 싶은데 무죄의 이유를 월권이냐 직권이냐로 나눠 월권은 무조건 무죄라고 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그는 "월권적 남용에 해당한다고 해서 바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권리행사방해가 있었는지 등을 추가로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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