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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초대석

[목요초대석] '고래 불법포획 양형이유' 소상히 밝힌 유정우 부산고법판사

"형벌에 대해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

미국변호사

"고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인간 역시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지난 1월 한 판사가 판결문의 '양형이유' 말미에 쓴 문구가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해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선장과 선원들에게 전원 실형을 선고하면서(울산지법 2020고단3057), 판결문 전체 26장 중 무려 13장을 양형이유를 쓰는 데 할애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5월 동물학대 사건(울산지법 2019고단3906)에서도 이례적으로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판결문 7장 중 5장 분량의 양형이유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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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양형이유로 유사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은 유정우(42·사법연수원 35기·사진) 부산고법 고법판사다. 유 고법판사는 다른 사건에 비해 두 사건에서 양형이유를 더 많이 쓰게 된 이유를 "유사사건에 비해 상당히 이례적이고 강화된 형벌을 부과했고, 그러한 가중된 형벌을 부과할 필요성이 있음을 나름대로 설명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저는 사실 법적 안정성 관점에서 양형에 있어서도 예측가능성을 중요시 하는 입장입니다. 범죄행위에 관해 설정된 양형기준에 따른 양형범위를 최대한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동물학대 사건과 밍크고래 사건은 유사 사안에서의 기존 양형범위를 상당히 벗어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제3자가 봤을 때 제가 내린 형벌을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래 불법포획 선원 판결문 26장 중

 양형이유가 13장


유 고법판사의 말대로 그의 판결문에는 고심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저명한 학자의 이론, 신문기사, 국제기구의 연구자료 등을 다양하게 인용하고 각주를 달아 참고한 자료들의 출처와 근거까지 명시했다. 양형이유를 간략히 적은 다른 사건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법원 내 도서관, 코트넷의 종합법률정보, 법원전자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을 통해 여러 참고자료를 찾아보게 됐어요. 현대에 들어 동물 학대나 살해 행위의 위법성이 심각해졌고 더이상 이러한 범죄를 가볍게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을 규범수범자인 일반 시민들에게 양형이유를 통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유사 사건 범죄자들에게도 '당신들이 생각하는 양형의 기준이나 예측가능성에 더이상 법원이 응해줄 수 없고, 그같은 행위는 중한 범죄행위로서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게 처벌받을 수 있다'라는 점을 강하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동물학대·살해행위에 대한 

경각심 일깨우는 데 일조

 

그는 "판결문 공개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양형이유는 그 설명대상이 양형을 부과하는 피고인을 넘어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확대되는 것 같다"면서 적절한 양형이유 설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판결문을 통한 일반 국민들에 대한 보고 기능과 소통이 최근 더욱 강화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형벌에 대해 그와같이 판단한 이유나 근거에 대해 핵심적이고 중요하게 고려한 최소한의 양형인자에 관한 설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나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때문에 양형이유를 상세히 적는 것에 부담을 가지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 또한 그러하고요. 다만 제가 쓴 양형이유에 과도한 비난이나 비판이 있더라도 반대로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면 나중에 유사한 사안이나 사건에서 사회공동체의 총의나 숙의를 거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양형이유는 가급적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쓴 양형이유가 동물학대나 살해 행위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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