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회,법제처,감사원

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일부 인정…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대책 마련 권고

미국변호사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의혹 사건을 조사해온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내놨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5일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 보고' 안건을 상정해 심의한 뒤,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언동 가운데 일부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책 마련을 권고했다. 

 

145476.jpg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희롱은 업무·고용·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인권위는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이같은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피해자로부터 관련 사실을 들었거나 메시지를 직접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피조사자인 박 전 시장이 사망함으로써 방어권 행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해 사실관계를 더욱 엄격하게 따졌다고 밝혔다.

 

서울시 직원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성희롱에 대한 서울시 직원들의 묵인·방조 의혹에 대해 인권위는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시장실 직원의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은 30%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주로 젊은 여성만을 비서로 발탁하는 서울시장 비서실 운용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인권위는 "서울시는 시장 비서실 데스크 비서에 20~30대 신입 여성 직원을 배치해왔다"며 "비서 직무는 젊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고정관념,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등 타인을 챙기고 보살피는 감정노동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관행이 반영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인권위는 아울러 이 사건의 피해자가 서울시 비서실 동료 직원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건에 대해 서울시가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인권위는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부서장은 사건 담당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전 서울시 파견 경찰은 피고소인의 요청으로 지인에게 피해자와의 합의 및 중재를 요청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일부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면서도 이를 제외한 피해 의혹들은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박 전 시장이 피소를 인지하게 된 피해자의 고소 사실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에서 자료를 받지 못하고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입수하지 못했으며 유력한 참고인들이 답변하지 않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어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권위는 서울시에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 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특히 선출직 지자체장이 성희롱 가해자일 경우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단위에서 사건 조사를 전담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성희롱은 통상적으로 권력관계에서 발생한다. 위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조직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이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이번 직권조사를 실시하면서 우리 사회가 성희롱 법제화 당시의 인식 수준에서 크게 나아지지 못했음에 주목해 향후 실효성 있는 구제 뿐 아니라 차별적 환경과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상임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 성희롱 의혹 등에 대한 직권조사 실시를 결정한 후 총 9명으로 구성된 직권조사단을 구성해 서울시장 비서실 운용 관행을 비롯해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및 묵인·방조 여부,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 등을 종합조사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