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평

[서평] 고독한 도전, 정의의 길을 열다 (송상현 著)

국제형사재판소장을 지낸 6년간의 회고록

리걸에듀

166695.jpg

평생 정도를 걸으며 헛된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지 않아 우리 사회에서 진정으로 존경받는 원로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이 회고록을 펴냈다. 그의 삶은 크게 두 시기로 나뉜다.


전반기 35년간은 서울대 법대 교수와 학장으로 한국법학 발전과 후학 양성에 몰두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법학계의 일본 의존을 극복하여 한국 법학의 선진화에 노력하고 한국의 독자적 법체계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한편 독일 함부르크대, 미국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호주 멜버른대 등에서 열정적으로 한국법을 가르쳐 한국법의 국제화에 기여했다.

후반기 12년간 그는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의 초대재판관과 재판소장으로 활약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2002년에 전쟁, 침략, 집단학살과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독재자를 처벌해 국제형사정의를 구현하고 세계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국제형사재판소장으로 선출됐을 때 하늘이 주신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여겼다. 소장으로서 엄정한 재판관, 능란한 외교관, 현실감각이 뛰어난 국제정치가가 되어야 하는 힘든 과업을 6년간 열심히 수행했다.”

저자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회원국을 확대하기 위해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100명 이상의 국가원수들과 정상회담을 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 분쟁지역을 방문해 전쟁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재판소 직원 4명이 인질로 붙잡혔던 리비아로 날아가 단기필마로 교섭해 구출하기도 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민족지도자 고하 송진우 선생이다. 1945년 할아버지 댁에서 잠자던 다섯 살 손자는 저격범의 총탄에 고하 할아버지가 암살되는 비극적 사건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겪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6·25 전쟁이 터지자 가족들을 위해 식량을 구해오기도 했다. 소년은 길가에 썩어가는 시체를 보며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를 깊이 생각했다. 이 뼈아픈 경험은 후일 그가 국제형사재판소장으로서 아프리카 밀림 속 피해자들의 전쟁 상처를 치유하고 세계평화를 지키는 숭고한 사명을 짊어지는 동기가 된다.

그의 따뜻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훈훈한 이야기도 많다. 논현동 벽돌집에 살 때 차고를 개조해 동네 어린이들의 도서실을 열어 어린이용 책을 많이 구입한 다음 무료로 대출하고 독서를 많이 한 어린이에게 연필과 공책을 상으로 수여했다. 이 아이디어를 들은 에스콰이어 이인표 회장이 달동네마다 어린이 도서관을 개관했다. 군부독재 반대 시위전과로 사법시험에 낙방한 제자들을 위해 군부 실세들을 만나 담판해 제자들을 살려낸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문장이 물 흐르듯 해서 읽기에 아주 편하고, 이 회고록은 한국법조계에 오래 남을 기념비적 기록이어서 법조인이나 국제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반드시 한번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김현 변호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종합법무관리솔루션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