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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의 법률관계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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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민법 제245조 제1항에 의하면 등기된 부동산도 시효취득할 수 있고,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바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고 그 부동산에 관하여 등기를 하여야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이러한 규정하에서는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으나 아직 등기를 마치지 않은 자(시효완성자)와 그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자(소유자) 및 그 등기에 기하여 새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제3취득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문제된다.


Ⅱ. 점유취득시효의 등기요건의 의미

민법이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취득의 요건으로 등기를 요구하는 것은 다른 입법례에는 없는 특수한 입법례이다. 1948년 9월 설치된 법전편찬위원회의 민법전편찬요강 및 민법초안에서부터 같은 내용이 규정되어 있었는데, 이에 관한 입법자의 의사는 명확하지 않으나 취득시효 완성으로 등기 없이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경우 권리변동의 시기가 불분명하여 분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제187조와 달리 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 거래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9년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의 민법개정안도 등기요건을 유지하고 있다.


Ⅲ. 시효완성자의 법적 지위 및 등기청구권의 법적 성질

학설로는 ① 제245조 제1항의 해석상 시효완성자는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취득시효 완성 당시의 소유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을 취득하는데 이는 물권적 기대권을 인정할 만큼 확고하지 못하므로 채권적 청구권이라는 채권설 ② 시효완성자는 등기 없이도 사실상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에 기한 등기청구권은 물권적 청구권이라고 하거나, 시효완성자는 물권적 기대권을 취득하고 그 효력으로 등기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거나, 시효완성에 의해 법정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물권설 ③ 시효완성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는 의제적인 법률관계에 불과하여 아무런 채권채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제적 법률관계설, 시효완성점유자와 소유자의 관계는 취득시효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특수한 법률관계로서 단순히 시효완성점유자가 소유자에 대하여 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 보다 포괄적인 것이라는 특수한 법률관계설 ④ 소유자는 시효완성자에 대하여 등기에 협력할 소극적인 지위에 있을 뿐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적극적인 등기이전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고 법이 부과하는 일정한 책임을 부담할 뿐이라는 책임설 등이 있다. 판례는 채권설의 입장이다.

  

시효완성자는 제245조 제1항에 의하여 소유자에 대하여 시효완성으로 인한 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 지위를 취득할 뿐 소유권 내지 사실상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할 수는 없고, 의제적 법률관계 또는 특수한 법률관계로 볼 근거도 찾기 어려우므로 위 규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취득시효 완성 당시의 소유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은 채권적 청구권이라고 하는 견해가 타당하다. 다만 위 규정에 의한 시효완성자와 소유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점유취득시효제도의 본질과 취지에 맞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Ⅳ. 시효완성자와 소유자 및 제3취득자의 법률관계

판례에 따르면 시효완성자는 시효완성 당시의 소유자에 대하여 등기청구권을 가지나 시효완성 후의 제3취득자에 대하여는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 시효완성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물권설이나 특수한 법률관계설은 물론 채권설의 입장에 서면서도 점유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역산설이나 20년 점유설을 취하는 견해는 판례에 반대한다.


이들 견해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판례가 시효완성자와 제3취득자의 관계를 이중양도와 동일하게 취급하거나 권리변동의 당사자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판례에 따를 때 오랫동안 점유를 계속한 후에 제3취득자가 생기면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시효완성자와 제3취득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점유취득시효제도와 등기제도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서 등기된 부동산에 대하여도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고 등기를 점유취득시효로 인한 소유권 취득의 한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민법하에서는 취득시효제도와 등기제도는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고, 판례는 그 충돌지점에서 생겨나는 다툼을 해결하는 기준으로서 나름대로 합리성을 가지고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다. 점유취득시효제도와 등기제도를 조화롭게 해석하고 시효완성자와 제3취득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절함으로써 양 제도의 기본취지를 구현하기 위하여 절충적으로 취득시효 완성 시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취득시효제도를, 그 이후에는 등기제도를 보호하는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

 


Ⅴ. 소유자의 불법행위책임 및 채무불이행책임

취득시효 완성 후 소유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판례는 소유자가 취득시효 완성을 알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시효완성사실을 알고 처분한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한다. 한편 시효완성자에게 등기청구권이 있더라도 이로 인하여 소유자와 시효완성자 사이에 계약상의 채권·채무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부동산을 처분한 소유자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판례가 시효완성자의 등기청구권을 채권적 청구권이라고 하면서도 채무불이행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판례가 일정한 요건에서나마 시효완성자의 대상청구권을 인정하면서 시효완성자와 소유자가 채무불이행책임이 발생하는 채권채무관계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모순적인 태도이다. 점유취득시효제도는 입법정책적인 문제로 우리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해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시효완성자와 소유자의 법률관계가 채무불이행책임을 상정할 수 없는 관계라고 해석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려우므로 소유자의 채무불이행책임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Ⅵ. 시효완성자의 대상청구권
1. 대상청구권

독일민법이나 프랑스민법과 달리 우리 민법에는 대상청구권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으나 다수의 학설과 판례는 이행불능의 일반적인 효과로서 대상청구권을 긍정한다. 채무자가 급부의 목적물을 매도하여 얻은 매매대금에 대하여 다수의 학설은 채무자가 급부의무에서 벗어나는 사정과 채권자에게 대상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사정이 경제적 관점에서 서로 동일한 일련의 과정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근거로 대상청구권의 적용을 긍정하고 있다. 판례도 다수설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타당하다. 

 

2. 시효완성자의 대상청구권
판례는 시효완성자가 대상청구권을 행사하려면 이행불능 전에 소유자에 대하여 그 권리를 주장하였거나 등기청구권을 행사하였어야 한다고 한다. 그 취지는 대상청구권은 이행불능의 원래의 효과인 전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범위로 국한하여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므로 시효취득의 경우에도 불법행위책임의 성립기준과 유사하게 권리의 행사 내지 주장을 한 경우에 한하여 대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판례가 대상청구권의 인정요건을 본질과 기능이 전혀 다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맞추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부동산 점유자가 취득시효가 완성되면 바로 등기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에도 이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대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되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시효완성자가 이를 대신하는 이익은 얻을 수 없다는 불공평한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는 소유자의 귀책사유가 없어 전보배상이나 불법행위가 문제되지 않아 그에 해당하는 사정을 기준으로 삼기도 어렵다. 판례가 시효완성자의 소유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을 채권적 청구권으로 보면서도 소유자의 책임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여 시효완성자와 소유자의 이익을 조정하려는 것은 논리가 일관되지 않고, 등기의무가 있었던 소유자가 그 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하여 취득한 이익을 반환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부합함에도 일반 대상청구권과 달리 특별한 요건을 추가하여 시효완성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현행 민법하에서 점유취득시효제도가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대상청구권의 요건을 제한하는 판례의 태도는 변경될 필요가 있다.


Ⅶ. 결

소유자가 시효완성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채무자인 소유자가 시효완성자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채무를 스스로 이행불능에 빠뜨리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아닌 채무불이행 문제가 되고, 소유자가 시효완성자에게 등기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가 의무발생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그로 인하여 취득한 이익을 시효완성자에게 반환하는 것이 시효완성자의 등기청구권의 법적 성질 및 대상청구권제도의 본래의 취지에 부합한다. 다만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민법하에서 타인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에 대하여 제한 없이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관하여는 입법론적 검토가 필요하다.

 

 

여미숙 교수 (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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