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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법원의 한국판결에 대한 승인 및 집행의 추세에 관하여

미국변호사

[2020.09.17.] 



지난 4월 2일, 중국 상해시의 제1중급인민법원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선고한 계약대금 지급 등에 관한 판결을 중국 내에서 승인하고 집행하기로 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이하 ‘본건결정’(중국에서는 외국재판의 승인 및 집행을 법원의 ‘판결(判?)’이 아니라 ‘결정(裁定)’으로 판단합니다)}. 이는 중국 청도시 중급인민법원이 2019년에 수원지방법원의 대여금 지급에 관한 판결을 최초로 승인 및 집행한 것에 이어 중국법원이 한국법원의 가사사건이 아닌 재산법상의 사건에 관한 판결을 승인하고 집행한 두 번째 사례입니다.



한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중국법원의 태도의 변경

종래 중국법원은 한국과 중국 사이에 판결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국제조약이 부재하고 상호보증도 존재하지않는다는 이유로 재산법 상 사건에 관한 한국판결을 승인하지 아니하는 입장이었습니다.


2011년에, 중국 광동성 심천시 중급인민법원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선고한 손해배상금 지급에 관한 판결(2010.12.14. 선고 2009가합6806 판결)에 대한 승인 및 집행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2011.9.30. 선고(2011)심중법민일초자 제45호 민사결정서).


2015년에, 중국 요녕성 심양시 중급인민법원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선고한 이익금 지급에 관한 판결(2014.11.5. 선고 2014가소506902 판결)에 대한 승인 및 집행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2015.4.8. 선고(2015)심중민사특자 제2호 민사결정서).


여기서 부연할 점은, 한국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999년에 중국과 한국 사이에 상호보증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신용장 대금지급에 관한 중국 웨이팡시 중급인민법원의(1997) 유경자초219호판결의 효력을 승인하는 판결(1999. 11. 5. 선고 99가합26523판결. 이하 ‘1999년 판결’)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법원의 위 두 민사결정서에서는 상세한 이유를 밝히지 아니하고 한중간에 상호보증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 일부 중국법원은 한국법원의 재산법상 판결을 승인하고 집행하는 태도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 산동성 청도시 중급인민법원은 한국인 개인이 중국에 재산을 보유하는 다른 한국인 개인을 상대방으로 대여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에 관한 수원지방법원의 판결(2017. 7. 20. 선고 2017가단15840판결)을 승인 및 집행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위 법원은 해당 결정문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999년 판결에서 중국법원의 판결을 승인하였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사이에 상호보증이 존재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2018)로02협외인6호 민사재정문). 다만, 이 승인대상판결은 한국인 개인이 중국에서 재산을 보유하는 다른 한국인 개인을 상대방으로 대여금 지급을 청구하는 한국법원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국법원이 중국인 개인 또는 기업을 상대방으로 하는 한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2020년에, 상해시 제1중급인민법원에서 내린 본건 결정은 한국기업이 중국기업에 대하여 (1) 쌍방간 체결한 라이선스계약상 계약대금을 청구하고, (2) 한국기업의 영업표지제거를 청구하여 승소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을 중국 내에서 승인하고 집행할 것을 결정한 것이므로, 중국법원이 자국 기업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한국법원의 판결에 대하여서도 한국과 중국 간에 상호보증이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를 유지하여 그 효력을 승인하고 그 집행을 허가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위 4개 사례를 통하여 살펴본 중국법원의 태도의 변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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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법원의 태도가 위와 같이 변경된 원인 등을 설명하여 주는 중국법원의 공식적 입장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중국의 최고인민법원(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함)에서는 2019년도에 중국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One Belt, One Road)을 지원하기 위하여 중국과 인접한 국가와의 사이에 상호보증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여 국제 상사법정간 판결의 상호 승인 및 집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취지를 명시한 규정을 공포하여 시행하였는데(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인민법원의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추가적인 사법서비스 제공 및 보장에 관한 몇가지 의견” 제24조), 이러한 조치의 일환으로서 중국법원에서 한국판결을 승인 및 집행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선회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 보입니다.



시사점

지금까지 한국판결을 승인한 청도시와 상해시의 두 법원은 중국의 최고인민법원이 아닌 지방법원이고 중국에서는 아직 선례구속의 원칙이 확립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지역의 중국법원에서도 한국법원의 재산법상 판결을 승인하고 집행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을 근거로 한국판결을 승인 및 집행하는 중국의 법원들이 점차 늘어나리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이에 관한 중국법원의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윤아 변호사 (yuna.kang@leeko.com)

장봉학 외국변호사 (fenghe.zhang@lee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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