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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혐의자’ 공개… 지탄받는 ‘디지털 교도소’

공개된 대학생 극단적 선택 계기로 본 문제점

리걸에듀

제보를 받아 성범죄 혐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인 '디지털 교도소'에 이름, 얼굴 등이 공개된 명문대생이 결백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사이트 측은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난하며 악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며 '정의 구현'을 앞세우지만, 법조계에서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사인(私人)이 사실상 형벌권을 행사해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어지럽히는 '사적 구제'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하고 명예훼손 등 각종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성범죄, 살인죄 등의 혐의가 있는 이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이들은 이메일과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irect Message·DM)를 통해 이른바 '악성범죄(혐의)자' 정보를 제보받고 있으며, 내부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판단한 후 이름과 나이, 직업, 학교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사이트에 명시된 신상공개 기간은 3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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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트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들은 아동 성착취물 웹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와 'n번방' 운영자로 알려진 조주빈,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 등이다. 하지만 이미 수사기관의 신상정보공개 결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들 외에도 아직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오로지 제보에 의해 공개된 개인 신상정보도 상당하다.

 

‘사회적 심판’, ‘정의 구현’ 

앞세우며 사이트 개설

 

대표적인 것이 A씨 사건이다. 명문대생인 A씨는 7월 12일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에 '××대 △△학과 지인능욕범 ○○○(A씨)'이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얼굴과 휴대전화 번호 등 신상정보가 공개되자,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글을 올려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링크를 누른 적이 있는데 그때 휴대폰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인능욕'이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행위를 뜻한다.

 

A씨는 경찰에 디지털 교도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디지털 교도소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A씨는 지난 3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을 한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는 A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8일 현재까지 A씨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게시하고 있다.

 

혐의 제보 받아 이름·나이·직업 등 

신상정보 공개

 

지방의 의대 교수인 B씨도 지난 6월 'n번방 성착취물 구매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사진, 직장, 휴대전화 번호 등이 이 사이트에 게시돼 학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되는 등 큰 곤혹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울분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이 사이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다음 "디지털 교도소에 공개된 텔레그램 채팅을 한 사람은 B씨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을 학회 윤리위에 보냈다.

 

전문가들은 우선 디지털 교도소의 신상정보 공개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명예훼손’ 고소해도 

외국에 서버 있어 수사 난관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같은 조 2항은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70조 등은 거짓이나 부정한 수단·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처리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진미(39·사법연수원 43기) 법무법인 와이케이 변호사는 "(디지털 교도소 측이) 내부 검증 절차를 거쳐 범죄자라고 규정했더라도 어느 정도의 검증을 거친 것인지 알 수 없다. 특히 내용이 허위일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2항이 규정하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며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여지는 분명하다. 해당 사이트의 행위는 일반적인 명예훼손보다 더욱 중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족 등 A씨 측이) 민사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재판에서는 신상정보공개와 (사망 등) 개별 손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금지하는 ‘자력구제’

 사이트 자체가 위법

 

홍지혜(38·44기) 법무법인 제이앤씨 변호사는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법원의 판결 혹은 조정, 양육비 지급을 독려하기 위한 충분한 의사 전달 등의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악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신상을 공개한 것"이라며 "객관적인 증빙자료 없이 제보에 의해서만 공개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디지털 교도소의 신상정보 공개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형소법 절차도 무시

 국가형벌권 체계 붕괴 행위

 

디지털 교도소 측은 사이트 소개글에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껴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게하려 한다"며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고 명시해놨다.

 

이승우(44·37기)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는 "디지털 교도소 측의 주장은 형사소송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국가형벌권 체계를 붕괴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홍 변호사도 "형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자력구제에 해당하는 행위이며 사이트 자체가 위법"이라며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려면 절차적 보충성 등에 부합해야 하는데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있어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무법적인 행태"라며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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