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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결정으로 폐기된 수도이전특별법, 다시 만든다는 발상은 위헌"

이석연 전 법제처장, 시국토론회서 주장
"수도 이전, 개헌이 가장 바람직"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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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16년 만에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나서자 이에 따른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헌법개정 절차를 따르지 않은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이미 폐기된 법률에 대해 합헌판단을 구하기 위해 다시 특별법을 만든다는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헌법소송 전문가인 이석연(66·사법연수원 17기) 전 법제처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정권의 수도 서울 이전, 과연 타당한가'를 주제로 열린 시국 토론회에서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을 통해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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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론'을 제시하면서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재점화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노무현정부 때처럼 '여야 합의를 통한 특별법 제정'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를 '부동산 정책 실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탈출구'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헌재는 이미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2004헌마554·566)에서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관습헌법으로 확립된 사항으로 헌법개정 절차를 따르지 않은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며 재판관 8(위헌) 대 1(합헌)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수도를 설정하거나 이전하는 것은 국회와 대통령 등 최고 헌법기관들의 위치를 설정해 국가조직의 근간을 장소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 국가생활에 관한 국민의 근본적 결단임과 동시에 국가를 구성하는 기반이 되는 핵심적 헌법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이 우리나라 수도인 것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해온 헌법적 관습이며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헌재는 "관습헌법도 헌법의 일부로서 성문헌법의 경우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그 법규범은 최소한 헌법 제130조에 의거한 헌법개정의 방법에 의해서만 개정될 수 있다"며 "따라서 헌법 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수도를 충청권의 일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이 사건 법률을 제정한 것은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했다.

 

당시 헌재 위헌결정을 이끌어냈던 이 전 처장은 이날 기조발제에서 "수도를 이전하려면 적어도 개헌절차에 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16년만에 수도이전 문제를 다시 꺼내든 여권이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표현과 함께 특별법 제정을 거론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며 "그야말로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파괴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수도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무하는 곳으로, 대통령의 집무실만 세종시로 옮기면 행정수도는 완성되는데, 거기에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모두 옮기는 것은 사실상 '천도'"라며 "수도를 옮기겠다는 전제하에 '행정수도 이전'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여론 호도이자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는 일로, 당당하게 '수도 이전'이나 '천도'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헌재 결정에 대해 "'수도 이전에 대해 명문 규정은 없지만 헌법을 고치는 것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개헌 절차를 밟으라'는 의미"라며 "지극히 논리적·상식적인 결론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관습헌법까지 확대한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예컨대 우리 헌법에 '국어는 한글, 국기는 태극기, 국가는 애국가'라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이런 것들이 관습헌법 사항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헌재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새로운 이론을 보완해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관습헌법 적용 자체가 잘못됐다. 헌재의 판단을 뒤집어 엎어야 한다'는 발상은 헌법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전 처장은 "현 집권세력이 '헌재 구성이나 재판관들의 성향이 바뀌었으니 국회에서 새로 특별법을 만들어 헌재로 가면 합헌을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은데, 이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폐기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받기 위해 다시 법률을 만든다는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헌재 판례도 변경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헌재가 종전 판례를 뒤집은 경우는 간통죄나 양심적 병역거부 등 합헌으로 판단했던 사안을 사회 변화에 따라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이미 위헌으로 폐기된 제도나 법률을 다시 만들어 부활시켜 헌재로 가져간 경우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국회가 다시 만든 특별법에 대해 헌재가 합헌이라고 판단할 경우 권력의 독선이나 정략적인 국정 운영을 통제하는 헌재 기능은 사실상 끝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 이전만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방안에 대해서도 이 전 처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특히 헌법상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수도 이전이야말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기 때문에 국회가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붙여 국민 다수가 찬성하면 헌법적인 장애요소가 제거될 수 있는데,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정치권이 나설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여권을 향해 "'다수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다수결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는 것은 헌법의 정상궤도를 벗어난 권력행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도 이전 정책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국가적인 혼란과 낭비를 초래했으면 여기서 끝내고, 그래도 수도 이전이 필요하다면 헌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했으면 좋겠다"고 재차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는 미래통합당 박성중 의원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공동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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