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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되었지만… 기약없는 ‘공수처’ 출범

‘처장 추천위원’ 2자리 쥔 야당, 공수처 신설 강력반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15일 시행됐다. 공수처는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설치되는 독립적인 제3의 수사기관이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 설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공수처 출범은 난항을 겪고 있다. 현행법상 공수처 조직 구성의 키(key)를 쥐고 있는 공수처장 임명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협조가 없으면 관련 절차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제21대 총선 공약인 '연내 공수처 설치'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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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처 출범 핵심은 '처장' 임명 = 공수처 조직은 처장 1명과 차장 1명을 포함한 25명 이내의 검사와 40명 이내의 수사관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법 시행에도 공수처 출범은 첫 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처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공수처 조직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 내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인사위원회 위원장은 공수처장이 맡게 돼 있다. 공수처 수사관도 처장이 임명한다.

 

앞서 특별감찰관의 경우에도 2014년 6월 법이 시행됐지만, 특별감찰관 임명은 이듬해 3월에야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감찰담당관 등 조직 구성은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그해 7월에야 겨우 마쳤다.

 

‘공수처법 위헌’ 헌법소원 상태

 추천위원 선정도 거부


공수처법상 공수처장은 국회에 설치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15년 이상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 2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국회에 보냈다.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공수처장후보추천위 구성과 후보추천 과정은 첩첩산중이다.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정하려면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유일한 야당 교섭단체로 추천위원 2자리를 가져가는 통합당이 공수처 신설에 강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까지 청구한 통합당은 추천위원 선정을 거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후보추천 논의 과정에서도 강력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돌발 변수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13일 장성근(59·사법연수원 14기) 전 경기중앙변호사회장과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등 2명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선정했지만, 장 전 회장이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조주빈의 공범인 강모씨의 변호를 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천위원 자리에서 물러나 논란을 빚었다.

 

◇ 후속 입법도 아직 =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정비하기 위한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개정과 국회 규칙인 공수처장후보추천위 운영 규칙 제정도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공수처 소관 국회 상임위를 법사위로 정하는 동시에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공수처장을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법으로 정한 기간 내에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지 못해 대통령 등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할 수 있는 공직후보자 대상에 공수처장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공수처법만으로도 인사청문회를 할 수는 있지만, 인사청문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공수처장 임명이 무한 지연될 수 있다.

 

사실상 통합당의 전폭적 지지 없으면

 절차진행 불가능

 

총선 당시 '연내 공수처 설치 조속 추진'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던 민주당은 연일 통합당을 압박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이제 공수처 출범을 위해 남은 것은 통합당의 협조뿐"이라며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통합당에 후보추천위원 선정 등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반면 통합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공수처 출범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주호영(60·14기) 통합당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의 새로운 최고수사기관을 만드는 일을 졸속적으로 무모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여당은 모든 것을 철저히 점검하고 깊이 성찰하라"고 강조했다.

 

◇ 공수처 자체 규칙도 제정해야 = 공수처 자체 규칙의 제정·시행 역시 공수처장 임명이 관건이다. 공수처장이 서명해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수처 설립준비단(단장 남기명)은 공수처장 임명에 앞서 미리 공수처 자체 규칙(안) 등을 준비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규칙 제정도

 아직까지 ‘답보’

 

공수처법은 법에 규정된 내용 외에 공수처 조직·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임용 자격 중 '조사업무 실무 5년 이상 수행 경력' 부분에서 어떤 조사업무 실무를 경력으로 인정할지는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다. 인사위원회 구성·운영 역시 모두 공수처 규칙으로 정해야 한다.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한 경우 공수처에 통보하면 공수처는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하는데, 회신 기간·방법도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게 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당초 설립준비단은 '공수처 규칙 제정·시행도 공수처법 부칙 제2조의 준비행위에 포함된다'는 점을 근거로 공수처장 임명 전에 공수처 규칙을 제정·시행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법적 검토를 마쳤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공수처장 임명 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뒤 공수처장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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