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고쳐야 할 법과 제도가 무엇인지 독자와 함께 고민

161904.jpg

“어떻게 책을 쓰게 되셨어요?” 얼마 전 법률신문에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소개된 후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처음부터 책을 낼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닙니다. 저도 법학 논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적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2013년 여름 국방부에서 주최하는 ‘고교 군사 모의재판 경연대회’의 예선 심사를 맡았습니다. 높은 수준의 창의력과 논리력을 갖춘 학생들에 놀라기도 했지만, 심사를 거듭할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습니다. 적지 않은 대본들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의 기본적인 내용이나 절차에 어긋나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판사(군판사)가 증인신문 도중 갑자기 증인이 위증을 하고 있다며 증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거나 검사(검찰관)의 기소가 잘못되었다며 직권으로 검사를 증인석에 세워 신문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진지한 자세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모의 ‘재판’ 경연대회인데 기본적인 재판 절차에 반하는 대본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법과 재판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찾아보지 않고 모의재판에 참여한 학생들이 왜 그리 많은지 궁금했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법과 재판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해주는 책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많은 책들이 경매, 형사절차 등에 관한 실용 서적이거나 외국의 법과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학생들에게 우리나라의 법과 재판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해 주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커졌습니다.

이러한 아쉬움으로 ‘고교 독서평설’에 '모의재판을 준비할 때 주의할 점'이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이를 게기로 외국의 사례나 법이 아니라 현재 국내법에 근거하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분쟁을 소개하고 법원이 어떤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렸는지 설명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2014년, 2015년에 고교 독서평설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법 이야기를 연재했습니다. 재판, 증명책임, 손해, 상속, 권리금, 영업비밀, 유전자 특허 등 법의 기본원리에서부터 최신 쟁점까지 다루었습니다. 그때 연재한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이 「사회, 법정에 서다」입니다.

이번 책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는 제가 대전고등법원과 수원고등법원 행정항소부에서 근무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입니다. 대형 조세 사건부터 운전면허 정지처분 사건까지 다양한 행정사건을 심리하면서 국가와 국민의 관계,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을 책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적용되는 다양한 법과 제도가 무엇이고, 그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 말이죠. 최저임금, 난민, 학교 폭력, 태양광 발전, 부당지원행위 등 개인과 개인, 기업과 개인, 국가와 기업 등이 치열한 논쟁을 벌인 여러 사건을 바탕으로 현재의 법과 제도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쳐야 할 법과 제도가 무엇인지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를 하다 보니 문득 대학생 때 법대 진학을 고민하던 고등학교 후배로부터 받았던 질문이 생각났습니다. “법 공부는 법조문과 판례 암기라는데 맞나요? 법 공부는 할 만한가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때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대답할 수 있습니다. 법 공부가 단순 법조문과 판례의 암기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 갈등의 원인과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평생의 업으로 삼아 열심히 공부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이죠. 제 책이 후배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허승 판사 (수원고법)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