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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고소·고발 역대 최고치 기록 전망

1분기 이미 5000건 넘어… 연말 2만 건 돌파 가능성

공무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고발 건수가 올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 진행된 주요 적폐 사건에서 전·현직 공무원들을 단죄하는 데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직권남용죄가 공무원들의 업무 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의 분풀이 도구로까지 이용되며 공직사회 전반의 복지부동을 불러오는 주요 요인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 1~3월 검찰에 접수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고소·고발 사건은 이미 5034건(인원 수 기준)에 달한다. 1분기에 이미 5000건을 넘긴 것이어서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2만명이 넘는 전현직 공무원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고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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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123조가 규정하고 있는 직권남용죄는 적용된 사례가 드물어 반세기 동안 사실상 형법전 속에 잠자는 범죄였지만, 국정농단 사건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 이른바 '적폐청산 사건'에서 단골로 등장하며 맹위를 떨친 다음 일반에도 널리 알려져 최근에는 봇물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처분 또는 일반 행정공무원의 업무 처리 등에 불만을 제기하며 관련 공무원들을 직권남용죄로 고소·고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2016년 4553건서 매년증가

 2019년 1만6768건으로

 

실제로 직권남용죄 관련 고소·고발 사건은 박근혜정부 말기인 2016년에는 4553건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9116건을 기록하면서 2배로 껑충 뛰었다. 이후 2018년 1만3738건, 2019년 1만6768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역시 이 같은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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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 고소·고발 사건이 폭증하면서 전체 공무원 관련 고소·고발 사건에서 직권남용죄 고소·고발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접수를 기준으로 전체 공무원 대상 고소·고발 사건에서 직권남용죄 관련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6.7%, 2016년 8.6%에서 2017년 10.23%로 10%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18년 14.94%까지 치솟았다.

 

기소율은 하락세

 2018년 0.34%→2019년 0.13%로

 

고소·고발은 빗발치지만 직권남용죄 기소율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8년 직권남용죄 기소율은 0.34%였다. 지난해에는 22건만 기소돼 기소율이 고소·고발 접수 건수의 0.13%에 불과했다. 일반 사건의 평균 기소율이 3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수백분의 1 수준으로 미미하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때'에 성립한다"며 "구성요건이 까다롭고 직권의 범위에 대한 해석과 관련한 논란도 많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판례이자 학계의 주류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건은 혐의없음 처분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기소율이 0.1%대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만큼 말이 안 되는 고소·고발 사건도 많다는 뜻"이라며 "그런데도 적폐청산 사건 등의 여파로 이제는 일반 시민들까지 공무원과 관련된 일이면 직권남용죄를 언급하는 등 아예 보편화되고 있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원인 분풀이 악용”

 공무원 ‘복지부동’ 초래 우려

 

또 다른 변호사는 "특히 처분권을 행사하는 규제기관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직권남용죄 관련 고소·고발을 당해) 당혹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채권자가 분풀이를 하거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채무자를 사기 혐의 등으로 형사고소하듯, 관청을 상대하기 위한 일종의 소송기술 등으로 직권남용죄 고소·고발이 남용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사사건건 직권남용 혐의로 트집을 잡으면 결국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게 되고 결국 행정서비스를 받는 국민이 피해를 받는다"며 "(직권남용죄 관련 고소·고발 폭증 사례는)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의 판단과 결정이 잘못된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로스쿨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과거 관(官)의 힘이 강했던 사회에서 시민사회가 성숙함에 따라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힘이 세서 서민이 항의도 못하거나, 인터넷에 '아니면 말고' 식의 게시글을 올려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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