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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사실상 법률시장 개방… 법적 인프라 구축 본격화

평양에 3國 합동법률사무소 개소 허용 안팎

미국변호사

 

 

북한이 중국과 한국 등 외국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허용하고 사상 처음으로 외국로펌과의 합동 법률사무소 개소도 허용할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대표변호사 이규철)가 중국 대형로펌과 함께 함께 평양에 진출한다면 북한 법률시장 개방의 선구자로 주목 받을 전망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외자유치 확대 및 무역증진 방안을 고심해온 북한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중재를 포함한 법적 인프라 구축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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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에 외자 합동법률사무소 개소 임박"… 北 법률시장 개방 = 15일 국제법조계에 따르면, A 중국 대형로펌은 북한 최대 B로펌과 공동으로 평양에 합동 법률사무소 개소를 준비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중국 법조계에 따르면 A로펌 외에도 다수의 중국계 글로벌 로펌들이 북한과 접촉 중이며, 한국에서도 상당수 로펌들이 2018년부터 중국·북한 측과 물밑 접촉을 진행해왔다.


한 변호사는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진행 중이어서 로펌이 실제로 북한에 진출하더라도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업무용 컴퓨터 하나도 북한에 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도 이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우리나라 로펌업계에서 북한 진출 관련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인데 뜻밖의 소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올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이후 대북제재 관련 상황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대북 접촉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합동법률사무소 통해

인도적 지원 등 민간교류 집중


한 대학 교수는 "개성공단이나 남북연락사무소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과 같은 폐쇄적인 국가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교류를 위한 물리적 공간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며 "최소한의 인적·물적 민간교류를 위한 통로를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거점을 확대해 가야 한다. 법률시장 개방과 법적시스템 구축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간 법률시장 개방의 경우 △외국변호사의 외국법 및 국제공법 관련 자문허용(1단계)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 간 공동수임 허용(2단계)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 간 합작법무법인 설립 허용(3단계) 순으로 진행됐다.


한 중국 변호사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70년간 제재가 진행 중"이라며 "장마당 시장 활성화에서 알 수 있듯 상당 수준의 민간교류와 대내외 경제활동이 이미 우회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법적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니즈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했다. 


 ◇ 중국식 법치주의 북한까지 확대 조짐 =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북·중관계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 북한 시장개방과 로펌을 통한 국내외 협력사업에서 미국에 대해 우위를 보일 것으로 분석한다. 북한과 중국이 변호사 파견을 포함한 투자·법적 교류를 확대할 경우 영·미와 유럽식 법문화와는 결이 다른 '중국식 법치주의'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양 법률사무소 개소가 현실화될 경우 해당 로펌들은 평양에 진출한 유일한 외국로펌이 될 뿐만 아니라 외국기업의 북한 투자 등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제재가 완화될 경우 외국기업의 북한 투자에 있어서도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로펌이 북한에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외국인이 북한에 법률사무소를 낸 사례는 있었지만 현재 철수한 상태다.


“대북제재 완화

무역 증진·외자유치 등 기대”

분석 


영국 출신으로 법무법인 태평양 등에서 근무하던 마이클 헤이(Michael Hay)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2001년 평양에 외국인 1호 법률사무소인 'HK&A(Hay, Kalb and Associate)'를 설립하고 15년간 활동했다. 'HK&A'는 미국·러시아·유럽·동남아시아 기업과 비영리단체의 대북 투자 컨설팅과 비자발급 대행 업무 등을 주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집트 대기업인 오라스콤 그룹 등 비서구권 기업이 북한에 투자를 하거나 각종 지도층을 대상으로 로비를 할 때 연결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클 변호사는 2016년 북한에서 철수한 뒤 법무법인 충정에 합류해 일하다 최근 별세했다. 


 

중국로펌들은 최근 북한 대외경제성, 조선대외경제법률자문사무소 등과 함께 중국 각지에서 투자 설명회를 진행하며 북한과의 접촉점을 늘려왔다. 중국이 주도해 지난해 말 출범한 '일대일로 세계변호사협회(Belt and Road International Lawyers Association·BRILA)'가 북한 측의 참여를 비공개적으로 독려하기도 했었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미·중 국제 통상 및 무역분쟁은 각종 국제규제와 정부조치를 포함하기 때문에 사실상 법률전(戰)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여론전과 심리전도 포함된다"며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과 지식재산권 침해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법제정비를 가속화하고 있고, 북한도 체계적인 대외개방 및 외자유치를 위해 이같은 기조를 일부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중국 변호사는 "북한이 법 제도 개선을 통해 최소한의 국제사회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중국과 마찬가지로 경제개발 작업에도 추진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北 개방 대비' 법적 인프라 확충해야 = 중국과 북한은 합동 법률사무소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위한 법적자문, 무역 및 외자유치를 위한 법적 리스크 완화, 중국을 통한 북한 관광을 포함한 민간교류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대북제재 완화와 본격적인 개방에 대비해 중재를 포함한 법적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핵개발을 전제로 한 군사·경제 병진노선에서 2018년 경제건설 단일노선으로 정책선언을 전환했다"며 "국제적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전국에 경제개발구를 설립하는 등 대외적 경제교류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국제중재 전문가는 "북한이 상사분쟁에 대비한 인프라로 1999년 제정한 대외경제중재법을 최근 수차례 개정하고 각종 위원회 활동을 강화하면서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서도 대북제재 완화 등

대비 법적인프라 확충필요 


북한은 지난해 UN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협약(CISG)에 가입하는 등 글로벌 경제체제 일원으로 동참하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CISG는 무역거래를 위한 3대 국제법규 중 하나로,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에는 분쟁리스크를 완화되는 효과와 중국·러시아 등 다른 해외국가와의 거래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북한이 최근 김일성종합대학 산하 법률관련 조직을 룡남산법률사무소로 확대개소한 점도 주목된다. 룡남산법률사무소는 외국법인·외국인의 재산상·인신상 분쟁 관련 민사소송과 국가중재 및 국제중재 대리 업무를 주로 맡는다.  


한 북한 전문 변호사는 "북한에서 사유재산 개념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법률조직의 형태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재 완화, 대외 홍보효과, 외자유치 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희환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팀장은 "북한이 국제중재 시스템을 갖춘다면 북한의 외국인 투자 유치는 물론 남북 기업 간 경제교류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실제 집행 가능성이 중요한 만큼 북한이 뉴욕협약을 채택하고 국제중재의 틀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관련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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