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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날 특집

[법의날 특집] 20대 국회 법사위, ‘명과 암’

“임기만료로 폐기법안 역대 最多”… 불명예 못 피할 듯

제20대 국회 임기가 한 달가량 남은 가운데 이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입법 실적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 법사위는 회생법원 신설과 중재진흥법 제정,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등 굵직한 성과도 여럿 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법안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불명예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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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사위 고유법안 1610건 앞날은 = 2000년대 들어 의원입법이 폭증하면서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법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6대 국회 당시 2507건의 법안 가운데 30.2%인 756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된 것을 시작으로, 17대 때는 7489건 중 3162건(42.2%), 18대 때는 1만3913건 중 6301건(45.3%), 19대 때는 1만7822건 중 9811건(55%)이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3일 기준으로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발의·제출된 법안 2만4018건 중 지금까지 처리된 법안은 35.7%인 8574건에 불과해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이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법사위 고유법안 1939건 중

329건 밖에 처리 못해

 

법사위 상황도 마찬가지다. 16대 국회 때는 법사위 고유법안 216건 가운데 95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돼 44% 수준이었지만, 17대 국회에서는 623건 중 298건으로 47.8%, 18대 국회 때는 988건 중 585건으로 59.2%로 폐기율이 점차 늘어났다. 급기야 19대 국회 법사위의 경우 1300건 중 69.3%인 901건의 고유법안이 임기만료로 폐기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해 '최악'이라는 오명을 썼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입법실적을 살펴보면 20대 국회 법사위는 19대 국회 때의 불명예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법사위는 고유법안 1939건 중 17%에 불과한 329건밖에 처리하지 못한 상태다. 처리한 법안 수만 보더라도 19대 국회 법사위(384건)에 뒤진다.

 

법사위에는 1610건의 고유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 가운데 97.9%에 이르는 1576건은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34건(2.1%)이다. 법사위 고유법안 중 법안심사제1소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1583건으로, 형법 개정안이 141건(8.9%)으로 가장 많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07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102건으로 뒤를 잇고 있다.

 

법안 1610건 계류

 이 중 97.9%가 의원발의 법안

 

이른바 'n번방 사건'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 최근 발의된 형법 개정안 3건,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6건도 국회법 규정에 따라 1소위에 직접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은 소위에 회부돼 심사 중인 법안과 직접 관련된 법안이 새로 상임위에 회부된 경우 전체회의를 거치지 않고 해당 법안을 소위에 바로 회부해 함께 심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세무사법 개정안을 비롯해 체계·자구심사를 위해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 184건도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이처럼 20대 국회 법사위의 입법실적이 크게 떨어진 이유는 회의 자체가 적었던 탓이 크다. 19대 법사위는 고유법안을 심사하기 위해 전반기 19회, 후반기 26회 등 1소위 회의를 45회 열었다. 반면 20대 법사위는 전반기 14회, 후반기 11회 등 총 25회에 불과하다. 

 

법사위 관계자는 "20대 전반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곧바로 이어진 대통령 선거 등으로, 후반기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패스트 트랙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의정활동이 멈춰선 때가 많아 회의 자체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사법개혁특위가 가동되면서 사법개혁 논의의 중심이 사개특위로 넘어가다보니 상대적으로 1소위가 많이 열리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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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영향분석' 도입이 해답 = 입법 전문가들은 법사위를 포함해 날이 갈수록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법안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의원발의안의 급증 현상을 꼽았다. 특히 살인 사건이나 아동·청소년 성폭력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잔혹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대중적인 인기를 노리고 특별법을 내놓거나 관련 범죄의 형량만 높이는 이른바 '포퓰리즘(populism)'적인 입법 남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시민단체 등이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지표로 법안 발의 건수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의원발의안이 급증했다"며 "의원들의 입법권은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입법실적을 쌓기 위해 별다른 고민없이 형량만 높이는 법안을 발의하거나 이미 발의돼 있던 법안을 재탕해 내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입법학회장을 지낸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도 "의원들이 좋은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정부입법처럼 의원입법에도 사전적인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도입해 정제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제는 의원들도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입법권 침해가 아닌 입법활동을 도와주는 제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입법 미비' 탓을 하는데, 이는 오히려 국민이나 사법부에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며 "정작 법정형을 높이더라도 범죄는 억제하지 못하는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기존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단죄하는 동시에 입법영향분석 과정을 거쳐 사후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는 입법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의정활동 평가 겨냥

포퓰리즘적 입법 남발도 문제

 

◇ 20대 마지막 임시국회서 어떤 법안 처리될까 = 4·15 총선이 끝나면서 20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어떤 법안이 처리될지도 관심사다. 19대 국회의 경우 2016년 5월 임기 마지막 본회의에서 디지털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법안 129건을 가결했다.

 

현재 법사위 최대 이슈는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등의 처리 여부다. 특히 정부가 미성년자 의제 강간 기준연령을 기존 13세에서 16세로 높이는 동시에 합동강간이나 미성년자 강간 등은 모의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처벌하는 등 성범죄 처벌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20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사위는 관련 법 개정을 위한 TF를 구성하고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등 관계기관·부처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상속인 결격사유에 '양육이나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추가하기 위한 민법 개정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다하지 못한 부모는 자녀의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일명 '구하라법' 입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법사위에 넘어와 있는 상태다.


5월 20代 마지막 국회서

어떤 법안 처리될지 관심

 

판결문 공개 전면 확대를 위한 법 개정이 20대 국회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현재 법원행정처는 민사사건 판결문 전면 공개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형사사건의 경우 국민 개인정보 보호의식을 고려할 때 부작용도 예상되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 중에서는 세무사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가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가 의결해 법사위로 넘긴 세무사법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가 1개월 이상 실무교육을 이수한 뒤 변호사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해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되, 장부작성 대행 및 성실신고 확인업무는 업무 범위에서 제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변호사업계는 이 법안이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또다시 부당하게 제한하는 내용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법사위는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이 법안을 일단 전체회의에 계류시켜 놓은 상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법률구조법 개정 등은 다음 21대 국회로 공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개선입법도 올해 말까지 21대 국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