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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도입 ‘유언대용신탁’… 상속관행 바뀔까

기업인 문의 늘고 법조계도 ‘법리 개발’ 잰걸음

2012년 도입된 '유언대용신탁'에 따른 신탁재산은 유류분 산정 대상이 아니라는 첫 판결이 나와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직된 유류분 규정을 우회해 자유로운 상속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탁을 통한 경영권 상속 등을 문의하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어 변호사업계가 법리 개발과 방안 모색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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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지법 "유언대용신탁재산은 유류분 산정 대상 아니다" =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3부(재판장 김수경 부장판사)는 최근 상속인 A씨 등이 공동상속인 B씨를 상대로 낸 유류분반환청구소송(2017가합408489)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신탁재산은 유류분 산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첫 판결이다.

 

1남 2녀를 둔 C씨는 2014년 D은행과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C씨는 계약에 따라 금전 3억원과 3개의 부동산을 위탁하고, 2014년 각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계약의 생전 수익자는 C씨, 사후 1차 수익자는 둘째 딸인 B씨로 돼 있었다. C씨가 2017년 11월 사망하자 B씨는 같은 달 신탁부동산에 관해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2018년 4월 3억원을 신탁계좌에서 출금했다.


성남지원

“유언대용신탁 재산은

유류분 산정 대상 아니다”

첫 판결

 

이에 첫째 며느리 A씨와 그 자녀들은 대습상속인의 자격으로 B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C씨가 생전에 신탁을 통해 B씨에게 부동산 및 현금을 증여해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했으므로 B씨는 증여받은 신탁재산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액'은 적극적 상속재산액에 증여액을 가산하고 상속채무액을 제외해서 산정하는데, 유언대용신탁 재산이 적극적 상속재산액과 증여액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C씨 사망 당시 신탁재산은 수탁인인 D은행에 이전돼 대내외적인 소유권은 수탁자인 D은행에게 있었다"며 "따라서 신탁재산이 C씨의 적극적 상속재산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신탁계약 및 그에 따른 소유권 이전은 상속개시 시점보다 1년 전에 이뤄졌으며, D은행이 신탁계약으로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리라는 점을 알았다고 볼 증거도 없으므로, 신탁재산은 민법 제1114조에 따라 산입될 증여에 해당하지 않아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A씨 측이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 법조계, 판결 의미·파급효 싸고 의견 분분 =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의 의미와 파급효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유류분 제도를 우회한 자유로운 상속이 가능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유류분 제도는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어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피상속인의 의지에 부합하는 자유로운 상속이 가능해지는 물꼬가 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직된 ‘유류분 규정’ 우회

 자유로운 상속 가능한

새로운 길 열어

 

반면 부광득(42·사법연수원 36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유류분 제도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제기되는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인정되지만, 법원 판결을 통해 제도를 우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한 판사는 "이번 판결 하나로 완전한 자유로운 상속이 가능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의 관계는 입법을 통해 정리돼야 할 것"이라며 "다만 신탁재산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원칙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돼 새로운 선례로 자리잡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김성우(51·31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신탁과 유류분에 관해 판단한 이번 판결의 법리에 오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상급심에서 같은 취지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다른 대형로펌 변호사는 "신탁법 개정 경위에 관한 법무부 자료를 보면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유류분이 적용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의 결론에도 동의하기 어렵고 상급심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 경영권 승계의 새 통로되나… 재계도 주목 = 이번 판결에 재계도 주목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 대상으로 의결권이 포함된다면, 유류분에 제한받지 않는 경영권 승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변호사들도 기업을 상대로 관련 상담에 나서며 법리를 연구하고 있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은 "유언대용신탁의 신탁재산 가액이 2010년 200억원대였으나, 올해 3월 기준 7500억원을 초과할 정도로 이부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가업 승계 관련 상담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표 참조>

 

주식·배당권·의결권 등도

신탁 대상되면

기업 경영승계도 쉬워져

 

또 이승준(35·변호사시험 4회) 하나은행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모든 재산이 유언대용신탁의 대상이 되고 주식과 그에 따른 이익배당권, 의결권도 신탁이 가능하므로 유류분에 구애받지 않는 경영권 승계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표(45·33기) 신영증권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상당하다"며 "원론적으로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가업승계가 가능하지만 현행법상 불이익이 많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자본시장법 제112조 3항 1호에 따라 신탁업자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15를 초과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신탁회사에 신탁한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속증여세법 제18조 2항 1호에 따라 10년 이상 경영한 가업을 상속할 때 200억~500억원의 상속세가 공제되는데,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이러한 가업상속공제 역시 힘들어진다"며 "현행법의 개선과 변호사들의 법리 개발이 이어진다면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가업승계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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