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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섬 상장폐지에 관한 인수인의 책임... 대법원에서 결론 뒤집혀

[ 2020.03.25. ]


2020. 2. 27. 대법원1부는 중국회사 고섬 상장 주관사 중 한 곳인 한화투자증권에게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이 위법하다는 원심판결을 뒤집고 위 처분이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약 4년을 기다려 온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2011년 1월 국내 증시에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 등장했던 중국회사 고섬이 상장 2개월만에 분식회계로 한국거래소에서 거래정지되면서 우리 증권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투자자들은 약 2천억원대 손실을 봤다. 중국고섬 상장을 주관했던 증권사 대우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상장과정에서 중국고섬의 분식회계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자본시장법상 과징금 상한액인 20억원을 부과받았다. 이들 증권사들은 위 과징금 부과가 잘못되었음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판결은 이 중 한화투자증권의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었다. 대우증권이 제기한 행정소송은 아직까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데, 이번 사건에서 대체적인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아마 위 사건도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위 행정소송을 직접 담당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민사소송에 관여한 적이 있기 때문에 위 사건의 최종결론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위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필자의 입장에서는 뜻밖이었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은 인수인이 증권신고서 등의 직접적인 작성주체는 아니지만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 기재 또는 기재누락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함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법논리적으로만 본다면 대법원의 입장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건 당시의 자본시장법 규정이다. 원심에서 인수주관회사들의 과징금 부과처분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이들이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당시 규정을 엄격히 따져보면 인수주관회사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근거가 없고, 과태료 부과만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즉, 증권신고서의 주된 작성주체는 발행회사(이 사건의 경우 중국고섬)이며, 인수인은 ‘인수인 의견’란에 기재를 할 뿐인데, 이 사건에서는 증권신고서 중 재무관련 내용에 거짓이 있었으며 이는 발행회사의 기재사항이므로 인수인에게 위와 같은 거짓 기재의 책임에 관한 자본시장법 제429조 제1항 제1호를 직접 적용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와 같은 거짓 기재를 방지하는데 적절한 주의를 다하지 못한 잘못을 물어 이에 대한 제제규정인 과태료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과태료 부과처분의 근거규정이기도 한 자본시장법 제71조 제7호,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68조 제5항 제4호 규정을 들면서 과징금 부과 규정이라고 판시했다. 자본시장법에서 거짓 기재를 방지하는데 적절한 주의를 다하지 못한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리겠다는 과태료 규정과 이 사건 과징금 규정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자본시장법 제71조 제7호에 따른 과태료는 어떤 경우에 부과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전혀 없다. 과징금이 강제적 금전부담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법률상의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문언적 해석상 이 사건 증권사들의 행위가 과징금 부과 규정에 명확히 들어맞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원심에서 한화투자증권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한 결정적 이유는, 한화투자증권이 이름만 공동주관회사일 뿐 실제로는 대우증권이 다 알아서 하고 한화투자증권은 사실상 숟가락만 얹는 자에 불과했기에 주관회사(인수인)가 아니라는데 있었다. 원심은 위와 같이 한화투자증권이 자본시장법상의 인수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도 물릴 수 없다는 근거로 ①발행회사로부터 증권의 총액인수를 위탁받은 주체는 대우증권 밖에 없었고, ②실사 진행 또한 대우증권 단독으로 진행하였고, ③ 공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모할 주식의 종류, 공모할 주식 수, 주당 공모가액, 증권의 개요 및 권리행사, 인수수수료 등의 결정 또한 모두 대우증권이 진행하였고, ④대우증권은 주관업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받은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주관업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받지 못하고 다른 인수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인수에 대한 수수료만 지급받은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시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근거에 대한 개별적인 반박 없이 “한화투자증권이 계약을 통해 ‘증권의 발행인으로부터 직접 증권의 인수를 의뢰받아 인수조건 등을 결정하는 인수인’인 ‘주관회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였음이 분명하다”라고 간략하게 언급하고 말았다.


약 4년을 기다려온 판결의 결론치고는 법리적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너무도 부족하여 다소 실망스럽다는 것은 필자의 개인적인 아쉬움에 불과할까? 어쨌거나 그 사이에 민사소송은 원심 판결과 같은 법리에 따라 한화투자증권의 인수인 지위를 부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확정되었기에(항소심까지 진행되었으며 쌍방 상고를 하지 않아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사건은 확정되었다), 한화투자증권이 위 대법원 판결로 이제와서 손해배상을 다시 부담해야 할 일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법리의 당부를 떠나서 위와 같은 법리는 확정되었고, 조만간 대우증권에 대한 20억원의 과징금 부과처분 또한 적법하다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주식의 공모절차에 있어 주관회사들의 보다 신중하고 꼼꼼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김도형 변호사 (kdhwin00@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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