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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렇습니다

[그건 이렇습니다] 신분증 제출요구 3회 거부한 여성 현행범 체포 ‘논란’

신분증 제시 불응만으로 ‘주거부정’ 인정 어려워

미국변호사

최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반 정부 구호를 외치던 50대 여성을 경찰관 4명이 에워싸고 무릎을 꿇린 다음 등 뒤로 수갑을 채워 체포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과잉 대응'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화면 캡쳐). 경찰은 "소란을 피운 여성이 경찰관의 거듭된 신분증 제출 요구를 거부해 적법하게 현행범 체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본 많은 법조인들은 경찰관의 행동이 '불법체포'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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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4일 오후 8시께 김모(58)씨는 장을 보러가던 중 서울 잠실역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를 성토하는 시위대를 만났습니다. 평소 현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김씨는 마침 장바구니에 있던 문재인 대통령 비판 전단을 꺼내들고 "문재인은 빨갱이"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때마침 시위대가 너무 시끄럽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송파경찰서 관내 신천파출소 소속 경찰관 4명은 김씨를 시위대 중 한 명으로 오인하고 신분증을 요구했습니다. 김씨가 "신분증이 없다"며 제출을 거부하자 경찰관 한 명이 "3회 경고했습니다. 현행범 체포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김씨의 팔을 낚아챘는데요. 이에 김씨가 휴대폰으로 머리를 때리며 저항하자 순식간에 경찰관 2명이 달려들어 김씨를 바닥에 쓰러뜨린 뒤 등 뒤로 수갑을 채워 연행했습니다.


경찰관 4명이

‘반정부 구호’ 여성

쓰러뜨려 수갑


경찰은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죄의 현행범인에 대하여는 범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주거 부정)에 한하여 체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214조를 체포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신분증 제시 요구에 불응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주거부정'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외관상으로도 김씨는 깨끗한 옷차림에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주거부정'을 추단할 여지가 적었습니다. 경찰의 '신분증 제시 3회 이상 요구'도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3회 이상 신분증 제출 요구 거부'를 체포 요건으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형법 제116조가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집합한 다중(多衆)이 3회 이상 해상명령을 받고도 해산하지 않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상황과는 무관해 보입니다. 결국 경찰관이 임의적으로 정한 조건을 제시하고 이에 시민이 불응하자 실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3회 이상 신분증 제출거부”

 체포요건 근거 없어

 

현행범 체포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현행범 체포의 요건은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적합성 △범죄의 명백성 △체포의 필요성(도망·증거인멸 우려) 등입니다(2015도13726). 하지만 영상에 나타난대로 김씨가 도망가거나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없는데도 경찰이 계구까지 사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 경범죄 처벌법 제21항은 악기·전축·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는 등 시끄럽게 한 사람에게 적용이 되는데, 확성기를 사용한 시위대는 따로 있었을 뿐 아니라 김씨의 구호는 정치적 의사표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소란'으로 판단하는 데도 신중해야 합니다.


적법한 현행범 체포라지만

불법체포 가능성 높아

 

경찰은 "김씨가 휴대폰으로 경찰관을 때리고 깨물었기 때문에 과잉제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경찰관이 먼저 김씨의 팔을 거세게 붙잡으며 불법체포를 시도했기 때문에, 김씨가 휴대폰으로 경찰을 때린 것은 이에 대한 소극적 저항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습니다. 대법원도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경찰관이 실력으로 체포하려는 경우, 피해자가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라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2011도3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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