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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3. 민법(上)

위헌결정에 따라 '과거사 사건'은 장기소멸시효 적용 안 된다
방해의 현존성 없다면 방해배제청구권 행사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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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미국 연방대법관이자 법현실주의의 거두인 올리버 웬델 홈즈 2세(Oliver Wendell Holmes, Jr.)는 '법의 길(The path of the law)'에서 판례를 예언의 잎새(sibylline leaves)라고 표현하였다. 판례는 과거에 있었던 사안에 대한 결론이지만 그 안에는 미래의 사건의 결론을 도출할 예언의 조각이 내재되어 있다. 대법원은 2019년에도 깊은 고민을 담아 예언의 잎새를 선사하였다. 이하에서는 지면 관계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중요 판결에 대한 핵심적인 설명과 생각해 볼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위헌결정에 따른 과거사 사건에 대한 소멸시효의 적용
1. 쟁점과 판결요지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의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됨이 원칙이다(국가재정법 제96조). 국가권력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등 이른바 '과거사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하여 왔는데, 과연 과거사 사건에 객관적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하여야 하는지 논란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30일 장기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766조 제2항 중 과거사 사건에 대하여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결정의 형식에 있어서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적 부분을 제거하는 일부위헌결정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법률의 해석·적용의 위헌성을 다루고 있어 위헌결정이후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적지 않은 관심이 모아졌다.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은 위헌결정 이후 과거사 사건에 대하여 장기소멸시효의 적용 여부가 문제가 된 최초의 사안이었다. 

 

국가가 1960년대 구로공단을 조성하면서 적법하게 농지를 분배받은 피해자들의 소유권을 박탈하였고, 이에 피해자들이 소유권회복을 위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한 결과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자 수사기관이 피해자들을 불법감금하고 소송사기죄 등으로 기소하여 피해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았다(이른바 '구로 분배농지'사건).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7월 8일 구로 분배농지 사건을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으로 보아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가 인정된다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고, 피해자들의 재심청구에 의한 무죄판결이 2011년 12월 7일 확정되었다. 피해자들은 2013년 5월 22일 국가가 한 일련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분배농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피고 대한민국은 장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항변하였다. 

 

대법원은 위헌결정의 효력을 존중하여 결론을 내렸다. 위헌결정의 효력은 장기소멸시효 적용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된 모든 일반 사건에 미치므로 이 사건에도 미치며, 그 결과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을 전제로 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배척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과거사 사건의 소멸시효에 관한 종전 판례이론의 폐기

(1) 과거사 사건으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은 피해자가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 손해를 전보받기 어려운 난점이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음을 인정하여 '소멸시효 남용'의 법리를 통해 피해자를 구제하려고 하였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소멸시효 남용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없는 경우에 대한 법리를 전개하였다. 즉 피해자는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 내 권리행사를 하여야 하거나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의 권리는 원칙적으로 소멸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대상판결의 사안도 위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원고들의 청구권은 소멸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 

 

(2) 이러한 법리에 대하여 소 제기 기간을 지나치게 단기간으로 제한함으로써 국가의 조직적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가혹하고 인권보장의 이념에 반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이러한 맥락에서 선고되었다. 객관적 장기소멸시효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2항을 과거사 사건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은 소멸시효 제도를 통한 법적 안정성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존중함에 따라 앞서 본 대법원의 법리는 더는 과거사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사 사건에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은 결과 피해자는 소멸시효 남용의 재항변을 할 필요가 없으며, 국가도 위 재항변(再抗辯)에 대하여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이 경과하여 소 제기가 되었다는 등의 재재항변(再再抗辯)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과거사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하였는지, 즉 단기소멸시효만 문제가 된다. 단기소멸시효만 적용되더라도 소멸시효 남용의 법리는 여전히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Ⅲ. 소멸시효와 제척기간
1. 쟁점과 판결요지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55648 판결은 제척기간이 지난 채권에 대하여도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하여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허용되는지 문제가 되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제작물공급계약에 따라 폐기물파쇄기 등을 제작·인도하였는데, 피고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가 피고에게 대금지급청구를 하였는데, 피고가 하자 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고 상계를 하였다. 피고가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시점에서는 이미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1년이 경과하였는바, 과연 제척기간이 경과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는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채권·채무관계의 정산 소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을 긍정하였다.

2.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의 이동(異同)과 민법 제495조의 유추

(1) 제척기간의 경우 중단이 인정되지 않고 직권조사사항이며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멸시효와 차이가 있다. 제척기간과 소멸시효의 이러한 차이점을 강조한다면 대상판결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청구권에 관한 제척기간은 소멸시효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멸시효와 마찬가지로 의무자를 보호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른 증명곤란을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제척기간이 경과되면 채권 자체가 소멸하는데, 판례는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로서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고 있어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이 효과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 

 

(2) 민법 제495조는 당사자들의 상계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대금채권과 손해배상채권 상호간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피고로서는 자신의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대금채권이 정산될 것이라고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상계에 대한 신뢰는 보호가치가 크다. 여기에 제척기간과 소멸시효가 위와 같이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법 제495조를 제척기간이 지난 채권에도 유추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대상판결과 달리 자동채권과 수동채권 사이에 견련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지난 채권에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Ⅳ. 방해배제청구권 행사를 위한 방해의 현존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6다205540 판결에서는 타인의 토지에 쓰레기를 매립한 경우에 그 토지 소유자가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피고는 지방자치단체(김포시)로 1984년 4월 쓰레기매립지에 쓰레기를 매립하는 과정에서 위 매립지와 경계를 같이하는 이 사건 토지에도 상당한 양의 생활쓰레기를 매립하였다. 원고가 2010년 7월 8일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이 사건 토지를 굴착해 보았는데, 지하 1.5~4m 지점 사이에 비닐, 목재, 폐의류, 오니류 등 생활쓰레기가 뒤섞여 혼합된 상태로 매립되어 있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근거하여 쓰레기 매립물 제거와 토지의 원상회복을 구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대법원은 방해의 현존성을 부정하며 이를 파기하였다. 즉, 이 사건 토지에 매립된 생활쓰레기는 토양과 사실상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되어 있으며, 이러한 상태는 과거(過去) 피고의 쓰레기매립행위로 인하여 생긴 결과일 뿐 현재(現在) 별도의 침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 방해의 현존성
(1)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방해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에도 계속되고 있어야 한다. 방해의 현존성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유권을 방해하고 있는 행위는 종료되었으나 그로 인하여 소유권에 대하여 발생한 불이익한 결과가 현재에도 존속한 경우에도 방해가 현존한다고 보아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3다5917 판결은 대상판결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인 피고가 원고 소유의 토지에 쓰레기를 매립한 사안이다. 원심은 법익 침해가 이미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 그러나 위 판결에 대하여는 방해행위가 종료한 경우에도 그 결과가 남아 타인의 소유물에 방해를 주는 경우에는 방해의 현존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었다{졸고, 주석 민법 물권(1)-편집대표 김용덕-, 214면 이하}. 

 
실제로 위 판결은 그 후에 선고된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하여 의미가 퇴색되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고가 피고 소유였던 토지에 폐기물을 매립한 후, 그 토지가 전전유통되어 원고가 취득한 사안인데, 피고가 위 폐기물에 대한 제거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그 의무를 게을리한 피고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에서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면, 그것이 토지의 토사와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혼합되어 토지의 일부를 구성하게 되지 않는 이상,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을 방해하는 상태가 계속되며, 이에 따라 폐기물을 매립한 자는 그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의 소유자에 대하여 민법상 소유물방해제거의무의 하나로서 폐기물 처리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다"라고 판시하였기 때문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적 검토
(1)
위와 같은 판례의 흐름에 비추어 대상판결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없지 않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3다5917 판결과 유사한 사안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판결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이 쓰레기 매립행위가 이미 종결되었기 때문에 원고가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면 이는 타당하지 않다. 방해행위가 종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물이 소유권을 방해하고 있으면 방해의 현존성을 인정하여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고가 매립한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 원고의 소유권을 방해하고 있는 이상 방해가 현존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은 타인의 토지 위에 무단으로 건물을 건축한 경우에 그 건축행위가 이미 과거에 종결되었어도 토지소유자의 건물철거청구를 인정하여 왔다. 대상판결의 논리가 이러한 대법원 판례와 양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2) 대상판결을 선해하면, 매립된 방해물이 원고의 토지에 부합되었으므로 원고의 방해배제청구권이 부정된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2009다66549에는 그와 같은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방해의 개념에는 법적 방해뿐만 아니라 사실적 방해도 포함된다. 부합이 있다고 하여 소유자의 소유권에 대한 사실적 방해가 없어진다고 볼 수 없다. 가령 불법매립된 쓰레기가 토지소유자의 소유로 귀속되었다고 하여 쓰레기의 악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부합이 되었다고 하여 방해가 제거된 것은 아니므로 방해물에 의하여 발생한 방해배제청구권이 소멸할 이유가 없고, 방해제거의무가 이행불능 상태가 된 것도 아니다.

 

나아가 쓰레기는 이를 분리하여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경제적으로 이익이며 부동산의 효용이나 가치 면에서도 유리하므로, 토지와의 부합을 인정하기도 어렵다(2009다66549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용덕의 보충의견).

 

(3) 대법원이 이와 같은 사안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다고 하여 소유자에 대하여 충분한 구제수단을 인정하는 것이 아님을 주목해야 한다. 방해배제청구권과 달리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에서 원고에게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하여 재검토가 필요하다.


Ⅴ. 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
1. 쟁점과 판결요지

종전에 대법원은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그 소유의 토지를 도로 등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토지 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나 물권적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법리에 대하여 물권법정주의와 소유권의 본질에 반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판결은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 법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다투어졌다. 

 

다수의견은 종전의 법리가 전체 법질서 내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여전히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반대의견(1)은 종전 법리는 사실상 영구적인 제한물권의 설정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공시의 원칙, 물권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종전 법리의 폐기를 주장하였다. 반대의견(2)는 종전의 법리를 폐기하고, 토지 소유자가 소유권 불행사의 의사표시라는 채권행위를 한 것이라는 전제에서 법리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가 아닌 제한(制限)
(1)
종전에 대법원은 토지 소유자가 일반 공중에 토지를 무상 제공함으로써 토지 소유자도 유·무형의 이익을 얻은 경우에 소유자가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抛棄)'하였다고 설시하여 왔다. 이러한 판례 이론은 소유권의 핵심권능인 사용·수익권능을 영구적이고 대세적으로 포기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될 소지가 많았다. 또한, 판례는 해당 토지의 특정승계인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여(대법원 1998. 5. 8.ㅤ선고 97다52844 판결) 사용수익권 포기가 물권적 효력이 있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가 많았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판례 이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이론적 시도로 볼 수 있다.

 

(2) 다수의견은 판례 이론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종전의 법리에 다소 수정을 가하였다. 즉 위와 같은 경우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가 아니라 그 행사가 일시적으로 제한되는 것이므로 소유자는 일반 공중의 통행 등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수익 권능을 상실하지 않고, 사정변경이 있으면 다시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대상판결을 통해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가 아닌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행사 제한'으로 사실상 판시를 변경한 것이다. 

 

(3) ① 소유자의 자발적인 소유권 행사 제한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점, ② 조정을 중시하고 권리의 공동체 관련성에 무게를 두는 유연한 소유권 개념에 부합할 수 있는 점, ③ 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사안을 보면 토지 소유자도 이익을 얻고 일반인도 이익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사회적 효용을 증가시켜 법경제학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점 등에서 다수의견을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여전히 이론적 약점을 안고 있다. 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가 물권적인 효력이 없다고 인정하는 이상 특정승계인에게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상판결을 통해 종전 법리의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향후 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를 엄격하게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태도는 우리 민법의 근간인 소유권 보호의 이념과 소유권 제한에 대한 공공보상의 원리(헌법 제23조 제3항)에도 부합한다.

 

실제로도 대법원은 토지가 건물의 부지 등 지상 건물의 소유자들만을 위한 용도로 제공된 경우에는 위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5다211685 판결).


Ⅵ. 명의신탁과 불법원인급여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판결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수탁자 앞으로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에 비추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반대의견은 부동산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을 강조하며 부동산실명제가 하나의 사회질서로 자리를 잡은 이상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부동산실명법의 해석과 입법적 개선의 요망
(1)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을 이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를 근절하고자 마련되었다. 부동산실명제를 정착시키고자 형벌, 과징금, 이행강제금의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약하다. 선진적인 법문화를 위해서는 형식과 실질의 괴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타인의 뒤에 숨어 이익만 누리려는 행태에 대한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 

 

명의신탁이 심각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양자간) 명의신탁을 하더라도 신탁자가 언제든지 소유권을 반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자로서는 소유권을 사실상 확보하고 있으므로 명의신탁으로 인한 위험을 크게 지지 않는다. 금융실명제와 관련하여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예금명의자라고 함으로써(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판결) 금융실명제가 정착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은 부동산실명법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법해석을 통해 신탁자의 반환청구를 부정하고자 하였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부동산실명법의 문제점은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현재의 규정의 해석으로는 신탁자의 반환청구를 불법원인급여의 항변으로 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불법원인급여의 '불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급부의 원인이 된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무엇이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인지는 일반인의 이성적이며 공정하고 타당한 관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나, 해당 행위를 규율하고 있는 실정법이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이를 존중함으로써 전체적인 법질서와 조화를 꾀해야 한다. 실정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행위를 불법으로 보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실명법에는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지체없이 자신 명의로 등기할 것을 강제하는 조항이 있고(제6조), 입법자는 명의신탁 부동산의 물권을 수탁자의 것으로 하면 위헌의 우려가 있음을 고려하였다. 따라서 현행 부동산실명법의 해석으로는 불법원인급여의 법리를 통해 신탁자의 반환청구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상판결을 통해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입법적 개선에 대하여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므로, 입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Ⅶ. 기타 중요 판결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9다215272 판결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를 하는 경우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이율의 변경을 주문에 반영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은 법률의 변경은 전소 변론종결 후 발생한 새로운 사유가 아니므로 기판력 이론에 따라 이를 부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9다205329 판결은 점유매개관계를 이루는 계약이 종료된 경우에 간점점유가 소멸한 것인지 문제가 되었다. 간접점유의 핵심요소인 점유매개관계는 반환청구권의 존재만 있으면 인정되므로 반드시 점유매개관계를 이루는 계약이 유효할 필요는 없다. 대상판결에서도 이러한 취지에 따라 점유매개관계를 이루는 임대차계약 등이 종료된 이후에도 직접점유자가 목적물을 점유한 채 이를 반환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간접점유자의 반환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어서 간점점유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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