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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삼성 준법감시위 실효성 의문… 1회성 이벤트 아니길"

설민수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코트넷에 재판장에게 보내는 공개 글 올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에 대해 비판의 글을 남겨 주목된다.

 

설민수(51·사법연수원 25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정준영 부장판사님께'라는 글을 올렸다. 정준영(53·20기)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의 파기환송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의 재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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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부장판사는 "저는 언론에서 말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무언지는 잘 모르겠다"며 "제가 아는 낡은 지식으로는 형사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유사조직은 미국의 연방양형기준에 나오는 Compliance Program, 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굳이 비슷한 조직을 억지로 찾으면 독립이사(disinterested director)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정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 회사라는 조직에서 외부에 보이는 화려한 면면은 별 도움이 안된다"며 "지금은 사기사건의 대명사로 굳어진 엔론(Enron)사의 이사진은 미국 최고의 사외이사 구성으로 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회적 다양성, 지명도 등에서 거의 최강의 인물로 구성돼 있었지만, 대규모 회계부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내부고발자가 언론에 공개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내부 정보에 관해 어느 정도의 접근성을 가질지, 회사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등에 관해 얼마나 자유로울지 등에 관해 정해진 것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면면이라도 실제 효과는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설 부장판사는 또 "규모가 크고 속칭 잘나가는 회사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외이사가 이를 반대하거나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례는 미국에도 얼마든지 있다"며 "더욱이 한국의 현재 살아남은 재벌집단의 장점은 어떻게 보면 그룹집단 내에서 수평적 내부 결합을 통한 비용절감과 다양성 추구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요약할 수있어, 어떤 행위가 위법행위인지 최종적으로 특별히 문제돼 드러나기 전에는 사실 알기가 거의 불가능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아는 정준영 부장판사님께서는 외국의 제도를 한국의 척박한 현실에 적용해 제도화하려고 그동안 남달리 노력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삼성)준법감시위원회'도 그런 의미에서 재판과 관련해 1회성 이벤트가 아닌 그런 의미를 가졌으면 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회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는 "미국연방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기업범죄 양형기준에서 실효적 운영되는 준법감시제도는 양형 사유로 따를 수 있다"며 다음달 14일에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삼성 준법위원회를 평가할 외부 전문심리위원 구성과 운영방향 등을 두고 특검, 변호인 측과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부회장 측은 앞서 지난해 10월 첫 공판기일 당시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는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새롭게 구성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소개했다. 위원회는 김지형(62·11기)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외부위원 6명, 내부위원 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주요 계열사들과 협약을 맺고 각 기업들의 대외후원금과 내부거래, 최고경영진 준법의무 위반 여부 등을 감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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