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 헌법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피의자 접견불허는 기본권 침해
낙태행위에 일률적 강제 처벌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침해

리걸에듀

158766.jpg

1. 들어가며

2019년 한 해 동안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라 함)는 모두 2472건의 사건을 접수하고, 2281건의 사건을 처리하였다. 접수건수에 비해 200건 남짓한 사건이 처리되지 못하였지만, 간이심판절차를 두지 않은 헌재의 심리절차나 외국 헌법재판기관의 통계에 비추어 신속한 사건처리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헌재와 독일연방헌재의 학술세미나가 지난 10월 독일에서 개최되었다. 세미나에서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인간의 관계에서 인권의 보호, 평등원칙의 심사기준, 양국 헌법재판소의 최근 주요결정 등 모두 4가지의 주제가 다루어졌다. 유럽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헌법재판기관 간의 정례적인 학술교류는 국제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모범적인 사법협력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아래에서는 2019년 선고된 결정들 중 사회적 관심이 컸거나 중요한 쟁점을 담은 결정을 소개한다.


2. 변호인이 되려는 변호사의 접견교통권 보장(2019. 3. 20. 2015헌마1204, 위헌확인)
가. 사건의 개요

변호사인 청구인은 구속된 피의자의 가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검사에게 변호인 접견신청을 하였고, 검사의 피의자신문을 위해 피의자의 호송을 담당한 교도관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상 근무시간이 경과하여 접견을 허용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다. 이에 검사는 접견 없이 피의자에 대한 신문을 계속하였고, 접견을 하지 못한 청구인은 접견신청을 불허한 검사의 행위로 인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변호인선임을 위한 피의자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 따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호되고,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 역시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 내용으로 서로 표리관계에 있으므로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 사건 당시 청구인과 피의자의 접견을 허용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헌법 또는 형사소송법에 피의자신문 중 변호인의 접견을 제한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검사가 접견신청의 허용여부를 결정하는 피의자신문 중에는 근무시간 외 접견제한도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검사의 접견불허행위는 변호인이 되려는 청구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다.


다. 결정의 의의
이 결정은, 변호인의 조력권(변호권) 중 핵심적인 내용은 형사소송법상 권리를 넘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다고 하는 헌재의 선례에 따라,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이 기본권으로 보장됨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에 의미가 있다. 그 결과 변호인이 되려는 변호사의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 침해를 다투는 헌법소원심판은 적법하고, 그에 대한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기본권제한의 헌법적 한계를 준수하여야 한다.


3. 위헌인 긴급조치의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한 법원판결에 대한 불복(2019. 3. 20. 2016헌마56, 각하)
가. 사건의 배경

청구인들은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라 함) 제1호, 제9호 위반혐의로 체포·구금되었다가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사람으로, 수사과정에서 겪었던 불법적인 폭행이나 자백강요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국가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모두 패소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한 법원판결과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는 헌재법 제68조 제1항 부분으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법원의 재판은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긴급조치 제1호 및 제9호에 대해 헌재가 위헌결정을 하였지만, 위 판결에서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한 것은 긴급조치의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법률해석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위 판결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그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이에 대해 재판관 2명은 국가가 공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에서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인함으로써 묵과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통해 그 당부를 검토하여야 할 재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4. 낙태행위에 대한 형사처벌(2019. 4. 11. 2017헌바127, 헌법불합치)
가. 사건의 배경

청구인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낙태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등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거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낙태행위에 대한 처벌은 형벌의 위하를 통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 방법도 적절하다. 임신·출산·육아는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와 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유지와 출산여부에 관한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태아에 대한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낙태여부의 갈등상황에서 형벌의 위하가 임산부의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실제 처벌되는 사례 역시 매우 드물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임신중절의 범위도 매우 협소한 상황에서 낙태죄를 통한 전면적·일률적인 형사처벌의 위협은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임신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는 것으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한다. 


그런데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해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자체가 모든 경우에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고,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경우 모든 낙태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발생하므로 위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하였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재판관 3명의 단순위헌의견과 재판관 2명의 합헌의견이 있었다.


다. 결정의 의의

헌재는 2010. 8. 23. 2010헌바402 결정에서 재판관 4:4의 의견으로 위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하였으나, 이 결정을 통해 명시적인 판례변경을 함으로써 낙태죄의 위헌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만, 형벌규정에 대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대법원의 판례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함으로써 법적 혼란이 불가피해졌다는 일부 지적이 있지만, 낙태로부터 태아의 생명보호는 헌법의 핵심적 가치로서 국가에 의해 최대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5. 자사고 지원자의 평준화지역 후기학교 중복지원금지(2019. 4. 11. 2018헌마221, 위헌)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자율형 사립학교(자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자사고 입학을 희망하는 중학생 및 그 부모들로서, 자사고를 지원하는 경우 평준화지역의 후기 고등학교에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조항으로 인해 평등권, 학교선택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자사고를 지원하는 학생이나 일반고를 지원하는 학생들 모두 전기 고등학교에 지원하지 않았거나 이에 불합격한 학생들로서, 고교 진학을 위해 후기의 입학전형 기회만 남아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런데 평준화지역 후기학교의 입학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를 기준으로 순위에 따라 정원의 범위 내에서 학교배정이 보장되는 데 반해, 자사고에 불합격한 학생들의 경우 중학교 소재지 관할교육감의 정책에 따라 거리가 먼 비평준화지역의 학교에 진학하거나 학교장이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학교에 정원미달이 발생할 경우 추가선발에 지원하여야 하고, 그것조차 곤란한 경우에는 재수를 하여야 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단지 자사고에 지원하였었다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고교진학의 기회에 있어서 자사고 지원자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비례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다. 결정의 의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조항은 헌재의 효력정지가처분 결정(2018. 6. 28. 2018헌사213)으로 지난 2019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헌재가 이 결정을 통해 중복지원금지의 위헌성을 확인함으로써 평준화정책과 관련한 학교현장의 혼란을 일단락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한편, 자사고의 입학전형을 전기에서 후기로 변경하여 후기 고등학교와 동시에 선발하도록 한 것에 대하여는 재판관 4명이 합헌의견, 재판관 5명이 위헌의견으로 위헌의견이 다수였지만, 인용결정 정족수에 미달하여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6. 의료기관 중복운영금지(2019. 8. 29. 2014헌바212등, 합헌)
가. 사건의 배경

청구인들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위 의료법 조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거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의료기관의 중복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 의료기관의 존폐·이전, 의료행위의 시행여부, 자금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성과의 귀속·배분 등 경영에 관하여 의사결정권한을 보유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중복운영금지는 의료인에게 책임있는 의료행위를 가능하게 하고, 지나친 영리추구로 인한 의료행위의 공공성 훼손을 방지하며, 의료시장의 독과점 및 의료시장의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의료기관의 중복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의 여러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기존의 규제체계로는 부족하다는 인식 하에, 의료행위가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 취약한 공공의료 실태, 중복운영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등 국민보건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법자의 판단에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의사 등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결정의 의의
의료시장의 과열경쟁과 이로 인한 과잉진료 등 의료기관 중복운영의 폐해가 자주 문제되었고, 이에 대해 입법자는 의료기관의 중복개설금지에 이어 중복운영까지 금지함으로써 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였다. 이 결정은 국민보건에 대한 위해를 제거하고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입법자의 상황인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선택 등 정책판단을 존중한 것으로 직업수행의 자유와 관련하여 헌재의 완화된 심사기준을 확인한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7. 선거범죄조사에서 자료제출의무 부과 및 허위자료제출 시 처벌(2019. 9. 26. 2016헌바381, 합헌)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자원봉사자였던 사람으로,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후보자운영의 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 및 급여내역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청받고 허위로 작성한 급여명세서를 제출함으로써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5항 등 위반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위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거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선관위의 자료제출요구는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한 선거범죄조사권의 한 내용으로 행정조사에 해당하는 것이지, 공소제기 및 그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수사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자료제출요구는 성질상 대상자의 자발적 협조를 전제로 하고 자료수집을 위해 물리적 강제력을 수반하지 아니하므로 형사절차에만 적용되는 영장주의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조사대상자에게 자료제출의무를 부과하고 허위자료제출 시 처벌의 제재를 가하는 것은 선거범죄에 관하여 전문성을 갖는 선관위 위원 등으로 하여금 이를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함과 아울러, 그 단속활동의 신속성·효율성·실효성을 확보하고 짧은 선거기간에 집중되는 선거범죄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통해 범죄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고, 행정조사 대신 수사절차에 의하는 경우 그 절차 및 제재의 엄격성 등에 비추어 조사대상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것도 아니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헌법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가 형사절차에만 적용되고, 행정조사 등 행정절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였다. 그리고 업무수행의 신속성과 효율성 측면 뿐 아니라 조사대상자의 기본권보장 측면에서도 형사절차보다 행정절차가 더 기본권 우호적인 방법이라고 판시하였다.


8. 통상의 출퇴근 재해에 대한 소급적 보호(2019. 9. 29. 2018헌바218 등, 헌법불합치)
가. 사건의 개요

헌법재판소는 2016. 9. 29. 2014헌바254 결정으로,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 등의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던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등에 대하여,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청구인은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갓길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여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위 사고가 위 구법조항의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법원에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한편,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는 개정 산재보험법 조항을 그 시행 후 최초로 발생하는 재해부터 적용하는 같은 법 부칙 제2조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거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입법자가 단순히 자유재량에 따라 산재보험법을 개정한 것이 아니라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개선입법의무의 이행으로 개정한 것이라면 개정법의 부칙에서 소급적용의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것의 위헌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결정의 취지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헌법불합치결정을 통해 기존제도에서 배제된 집단이 받는 중대한 불이익이 이미 확인된 이상, 막연히 재정상 추가지출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하여 개선입법의 적용을 배제한 것은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부칙조항에서 개정법 조항의 소급적용을 위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개정법 시행일 전의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는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다. 결정의 의의
이 결정을 통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개선입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된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가 산재보험의 보장대상이 됨으로써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고, 이 결정에 따라 입법자는 이들을 소급적용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 개선입법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잠정적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은 위헌인 법률을 잠정적으로 적용하는 위헌적인 상태가 위헌결정으로 인한 법적 규율이 없는 합헌적인 상태보다 오히려 헌법적으로 더 바람직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정당화되는 위헌결정의 유형이라고 할 것인데, 헌재가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개선입법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소급적용을 다시 명하는 취지에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것은 헌법불합치결정의 본질 및 그 소송법상 효력과 조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9. 선거일 전 90일부터 인터넷언론의 후보자 명의 칼럼 등 게재금지(2019. 11. 28, 2016헌마90, 위헌)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인터넷언론사에 그 명의의 칼럼을 게재하다가 국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로 등록하였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선거일 전 90일부터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근거하여 인터넷언론사에 '공정보도 협조요청'을 하였고, 청구인은 위 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인터넷언론사에 대한 게재금지는 인터넷선거보도의 공정성과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이를 위한 90일의 시기제한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그러나 시기를 기준으로 한 일률적인 게재금지는 해당 선거보도의 불공정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없이 모두 불공정한 선거보도로 간주하는 것으로 금지의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할 뿐 아니라, 선거와 무관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꼭 필요한 기사까지도 무차별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선거보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면서도 심의제도를 통해 사후적으로 교정하는 공직선거법의 전체적인 규율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인터넷선거보도의 심의대상이 되는 인터넷언론사의 개념 및 유형이 매우 광범위하고, 접근성·개방성·자율성·자발성 등 인터넷매체의 특성상 이와 같은 전면적·일률적·무차별적 금지는 표현에 자유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매우 심대하다고 할 것이므로 후보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결정의 의의

헌재는 공직선거에 언론기관이 미치는 영향력으로 인해 선거보도에 대한 일정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표현의 매체에 따른 특수성 및 규제의 실질적 효과 등을 함께 고려하여 선거과정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인터넷선거보도 심의제도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따라 특정보도를 사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언론사로 하여금 공정한 선거보도가 이루어지도록 자발적으로 심의기준을 준수하고 사후적으로 교정하도록 운용되어야 하는데, 이와 같은 규율체계를 벗어난 전면적인 게재금지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10.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2019. 11. 28. 2017헌마1356, 합헌)
가. 사건개요

청구인들은 초·중등교원, 사립고등학교의 장, 초·중등학생 및 이들의 친권자들인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학교의 장과 교직원, 그리고 학생에게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등의 사유를 이유로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5조 제3항으로 인해 자신의 교육의 자유, 양심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이 침해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항은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 제2항은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례조항은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각급학교의 운영에 관한 사무를 지도·감독함에 있어 헌법과 위 법률조항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를 구체적으로 규범화하여 마련한 학교운영기준 중의 하나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은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적대감을 담고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 상대방인 개인이나 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특정집단의 가치를 부정하므로 이러한 차별·혐오표현이 금지되는 것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보장 측면에서 긴요하다. 이 사건 조례조항에서 금지하는 차별·혐오표현은 자유로운 의견교환에서 발생하는 다소 과장되고, 부분적으로 잘못된 표현으로 민주주의를 위하여 허용되는 의사표현이 아니고, 그 경계를 넘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것을 인식하였거나 최소한 인식할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인권침해의 결과가 발생하는 표현으로, 이는 민주주의의 장에서 허용되는 한계를 넘는 것으로 민주주의 의사형성의 보호를 위해서도 제한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조항은 학교구성원인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손인혁 교수 (연세대 로스쿨)

종합법무관리솔루션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