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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9주년 특집

[창간 69주년 특집] 부부검사의 애환

대한민국 1호 '부부검사'는 1991년 탄생했다. 오정돈(59·사법연수원 20기)-최윤희(55·20기) 커플이다. 두 사람의 결혼식에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을 비롯해 수많은 검찰 선후배들이 참석할 정도로 화제였다. 28년이 지난 지금, 2100여명의 검사 가운데 부부검사는 스물 일곱 커플이다. 54명(2.5%)의 검사가 배우자도 검사로 두고 있는 셈이다. 검사-판사 부부도 118쌍이나 된다. 보통 평검사는 2~3년에 한번, 부장검사 이상은 1년에 한번씩 근무지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부부검사들에게 일·가정 양립을 이루기엔 다른 맞벌이 부부에 비해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해 부부검사는 인사 때 최대한 각자의 희망지를 반영하고 가급적 같은 고검관내에 배치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본보는 창간 69주년을 맞아 부부검사의 애환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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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가람·정수정 부부

 

작년부터 주말부부… 월요일이면 청주·제주지검으로

김가람(42·37기·사진 오른쪽) 청주지검 검사와 정수정(41·37기·왼쪽) 제주지검 검사는 대학 동기에 사법연수원 동기, 검사 임관 동기다. 대학과 연수원 시절에는 서로 안면만 있는 사이였다. 그러다 검사가 된 뒤 반려가 됐다. 둘을 맺어준 것은 직장인 검찰인 셈이다. 2008년 결혼한 두 사람은 법무부의 배려로 인근 검찰청에 배치돼 10여년을 집과 직장 모두 한지붕 아래서 지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근무지가 청주와 제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둘 사이에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7살 딸이 있다.


대학·연수원동기

 신임검사 교육 받으며 가까워져

  

- 어떻게 만나 결혼했나
김 = 
저와 아내는 1997년 고려대 법대에 함께 입학하고 2005년 함께 사법연수원에 입소했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은 신임 검사 교육때부터 입니다. 그 전에는 서로의 존재만 아는 사이였습니다. 초임 검사 시절인 2008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3~4주 정도씩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검사 교육이 있었는데 같은 교육을 받던 중 가까워졌죠. 오래전부터 얼굴만 알고 있던 친구가 같은 교육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느낌이 남달랐고 그 즈음부터 좋은 감정을 갖게 됐던 것 같습니다. 대학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끈끈함에 검찰이라는 우산을 함께 쓴 것이 트리거(방아쇠)가 돼 결혼에 이른 것 같습니다.

- 부부검사라 좋은 점은
김 = 
업무에 있어 고민되는 결정, 법리적인 문제, 판례의 경향, 향후 적정한 수사 방향 등을 서로에게 물어보고 최선의 결정이 무엇일까 함께 고민하기도 하는데 그런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같은 길을 함께 걷는다는 것 말입니다.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동기이자 든든한 조력자인 셈이죠. 또 가끔 회식자리에 동석하면 다른 검사들과 달리 당당하게 러브샷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입니다(웃음).

정 = 저희 부부도 뉴스를 보거나 사건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 생각이 다른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둘 다 검사이기에 서로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척하면 착'하는 식으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같은 직업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가끔 있는 회식자리에서는

당당하게 ‘러브 샷’ 도

 

- 애로사항은
정 = 
대한민국 대부분의 맞벌이 가정이 비슷하겠지만 직장 일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해 항상 미안할 따름입니다. 최근 큰 아이가 "나중에 커서 절대 검사는 되지 않겠다"고 해 이유를 물었더니 "엄마, 아빠처럼 일만 하고 사는 게 너무 힘들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둘째도 유치원에서 "힘든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위해 위문편지를 쓴다면 누구에게 쓰고 싶냐"고 물었더니 "검사"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웃긴 했지만 가슴 아팠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하는 일이 힘들긴 하지만 사회를 위해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시간이 날 때마다 재밌게 설명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 몇 년 전 일을 마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갔는데 마침 깬 둘째가 "아빠는 아빠 집에 가서 살아"라고 했습니다. 지방 근무할 때 제공받는 관사를 보고 한 말이었습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그 일이 가족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도 됐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워


- 검사부부 생활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하는데
정 =
 주변에서는 "한 명은 나가서 가계에 보탬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농담처럼 합니다. 하지만 둘다 검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해 오래도록 부부검사로 남고 싶습니다.


- 김 검사는 형사부에, 정 검사는 공판부에 있다. 형사부·공판부 강화 관련 한마디
김 = 
형사부와 공판부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중요한 부서라고 생각합니다. 형사부나 공판부 검사들의 사명감과 책임감도 높게 평가되었으면 합니다.
정 = 인권보호, 공소유지 등 검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검사들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형사부와 공판부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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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이주현 부부 

 

힘든 일 있으면 가장 먼저 찾는 동료이자 동반자로

최성준(37·40기·사진 왼쪽) 서울남부지검 검사와 이주현(36·40기·오른쪽)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는 현재 부장검사로 근무하고 있는 선배검사의 소개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첫 만남은 2013년 최 검사가 세종시 환경부에서 법무관으로, 이 검사가 공주지청 검사로 재직하던 때다. 근무지가 가까웠던 탓에 최 검사는 당시 매일같이 퇴근 후 곧바로 공주로 향했고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법무관 복무 후 검찰을 지원했던 최 검사는 자신이 희망하는 길을 먼저 걷고 있던 이 검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최 검사의 갖은 구애 끝에 첫 만남 뒤 6개월 만에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다. 현재는 6살 딸과 2살 아들을 둔 부부검사다. 

 

2017년 말 함께 중국에 유학

 가장 소중한 추억 

 

- 첫 만남 때 최 검사는 법무관이었다
이 = 
결혼 얘기가 오갈 때쯤 남편의 검사 임용 확정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법연수원 성적이 좋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남편이 어릴 적부터 검사가 되는 것을 꿈꿔왔다는 것을 알기에 무척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검찰의 격무를 먼저 경험했기에 부부검사로 살면 서로에게 가족 구성원으로서는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그 때 남편이 "서로 보듬어 가며 열심히 해보자"고 했고, 저도 부부검사에 대한 확신을 가졌습니다.


- 부부검사라 좋은 점은
이 = 직장과 업무에 대한 서로의 이해의 폭이 넓은 것 같습니다. 또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가장 먼저 의지하고 찾게 되는 동료이자 동반자라는 점이겠지요. 남편의 업무 관련 얘기를 듣다 보면 함께 고민도 하고 그 내용이 제게 간접경험으로도 다가와 경험이 풍부해질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저는 술을 체질적으로 잘 못하는데 남편은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십니다. 술은 못 마셔도 저 또한 직장 회식 등 술자리에 참석하는 만큼 업무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편을 많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서로 검사로서의 직무나 애로사항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최 = 2017년 말부터 2018년 말까지 중국으로 유학(국외연수)을 함께 다녀왔습니다. 일반 직장인 부부라면 둘 다 직장을 유지한 채로 외국에 1년여간 거주한다는 것이 힘들테지만 검사였기에 가능했던 소중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당시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때라 한국에 가서 아이를 낳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네 식구가 타지에서 좌충우돌하며 함께 했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검사 업무 자체가 격무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 애로사항은
최 = 많은 검사들이 주말부부를 하는데 가족이 온전히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실례로 중국 유학을 갔을 때도 큰 아이가 저를 어려워해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1년여를 함께 보내고 지금은 많이 친해졌지만, 우리가 너무 바빠 아이들의 정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죄책감도 느꼈습니다. 또 '비상금' 관리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검사는 공직자 재산신고를 하는데다 저희는 기수도 같아 서로의 월급이 액수까지 동일해 아내 몰래 돈관리를 한다는 꿈은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웃음).
이 = 검사라는 직업은 잦은 격무에 시달리고 가족들의 이해와 지지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해를 해야 하는 당사자가 우리 아이들이 될 때는 좀 지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만족할 정도로 일을 하게 되면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일과·가정 양립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을 찾아가고자 항상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아내 몰래 ‘비상금’ 관리하는 꿈은

오래 전 포기


- 보람이 있다면
이 = 부부검사라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습니만, 부부가 같은 일을 하는 만큼 서로에 대해 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나누고 함께 국가의 정의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보람된 일입니다. 또 아이들에게 조금 더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물려줄 수 있다면 아무리 고된 일이라도 좀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 두 사람 모두 공판부에 있는데, 형사부·공판부 강화 관련 한마디
최 = 검찰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이 = 사건 관계인의 인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보니 검찰 업무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지부서·형사부·공판부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모든 일선 검사들이 격무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묵묵히 하는 검사들을 잘 살펴봐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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