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회,법제처,감사원

국회서 막힌 법원개혁… 검찰개혁은 출발부터 ‘삐끗’

법조계서 보는 ‘문정부 임기 절반, 사법개혁 성과’

10일로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문재인정부의 사법개혁 분야 성적은 낙제점 수준이다. 정부 출범 초부터 '권력기관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까지 삼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 등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성과는 미미한 상태다. 애초에 검찰개혁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문 대통령이 파격 발탁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법원개혁 역시 국회의 벽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157109.jpg

 

◇ "공수처·수사권 조정만 검찰개혁?" = '적폐청산'을 기치로 삼은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를 국정운영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덕분에 적폐청산 작업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받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검찰의 특수수사 기능은 비대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공수처 신설안과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패스트 트랙에 오른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등장으로 검찰개혁은 급물살을 탔다.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를 자처한 조 전 장관은 재임 기간인 35일 동안 대통령령과 법무부령 제·개정 작업을 통해 검찰의 특수수사 기능 축소 등 검찰개혁안을 쏟아냈고, 검찰도 경쟁적으로 공개소환 금지, 심야조사 폐지, 변호인 조력권 강화 등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공수처법 통과가 검찰개혁의 성공’

인식부터 잘못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문재인정부가 검찰개혁의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법 통과가 곧 검찰개혁 성공'이라는 인식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도 팽팽하게 갈려 있는 상황"이라며 "패스트 트랙에 올랐다고 순항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미움을 받은 주된 이유는 검찰이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검찰의 권한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며 "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와 검찰 권한 분산에 초점이 맞춰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권한 분산에 초점 맞춰야”

 

다른 변호사는 "정보 수집자가 편파성을 가지고 정보를 믿고 싶어하기 때문에 수사를 맡으면 안 되는 것처럼, 수사를 하는 사람도 자기 수사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기소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중요한 것"이라며 "검찰개혁은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공수처는 두 가지 권한을 모두 가져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정근(58·사법연수원 15기) 법무법인 소백 변호사는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이 대단히 잘못됐다"며 "법무부 산하에 고위공직자만 수사하는 부서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수사와 기소 등을 모두 맡는 공수처를 행정부에서 분리해 독립시키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상 행정부 조직 구성원리에 반해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너무 복잡하다"며 "오히려 검찰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심야조사 금지나 변호인 조력권 강화 등 국민들과 일선 변호사들의 피부에 와닿는 개혁이 현실적이고 진정한 개혁"이라고 진단했다.

 

“패스트 트랙으로 올라온 것만도 진척”

긍정적 평가도

 

반면 민변 사법위원장인 김지미(44·37기)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임기 초반 강조했던 공수처 신설안과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 트랙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많이 진척된 것"이라며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공수처 도입 취지가 독립된 기구를 통해 고위공직자 부패범죄를 엄단하는 동시에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자는 것인데, 기소권이 일부로만 제한돼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공수처 법안 내용 측면에서는 100%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어렵다"고 했다. 또 "내년 총선이 끝나고 집권 후반기로 넘어가면 국정 동력이 떨어질텐데, 그 전에 제도적으로 불가역적인 입법과 함께 대통령령이나 부령 제·개정 등 할 일 많지만 개혁 속도가 더디다"며 "법무부 장관이 공석인 점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법원 일 99%가 재판

 상고심제도 개선에는 무신경

 

◇ "법원개혁은 낙제 수준" = 법원개혁 분야 성과는 검찰개혁보다 더 초라한 수준이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의 온상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사법행정기구로 사법행정회의와 법원사무처를 신설하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법부 관료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온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했다. 그러나 국회의 무관심 속에 김 대법원장의 개혁 방안은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새 사법행정기구 신설·고법 부장승진 폐지는

‘답보’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행정회의나 고등부장 폐지 등 엉뚱한 개혁 과제를 추진하다보니 취임 후 2년 넘게 허송세월을 했다"며 "법원이 하는 일의 99%가 재판인데 상고심 제도 개선 등 재판 제도 리모델링에 신경을 써야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그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할 게 아니라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간섭하지 않으면 사법행정권 남용 등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게 된다"며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니 앞뒤가 맞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사법행정회의 신설 등 대법원이 내놓은 방안은 사법부 독립 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방안"이라며 "일부 유럽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사법평의회 제도를 변형한 사법행정회의가 도입될 경우 지금보다 법원 외부의 눈치를 더 봐야 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있지만 '제왕적 국회의장'이라는 말은 없고, '제왕적 대법원장'이라는 얘기는 있어도 '제왕적 헌재소장'이라는 얘기가 없는 이유는 바로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인사권 때문"이라며 "사법행정회의보다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개혁이 시작돼야 하고, 대법관회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인적구성 다양화

 최종심 역할에 일보 진전”

 

김지미 변호사는 "법원개혁은 '영(0)점'"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애초에 사법농단 사태가 터지고 법원개혁 목소리가 나올 때와 비교하면 달라진 게 뭔지 잘 모르겠다"며 "된 건 없고, 앞으로 될 가능성도 별로 없고,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공수처나 수사권 조정 논의는 많이 나왔지만, 사법개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법원개혁과 관련해 입을 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검찰 스스로 할 수 없듯 법원개혁도 법원 스스로 할 수 없다. 개혁 대상이 어떻게 개혁 주체가 될 수 있느냐"며 "검찰개혁만 사법개혁처럼 여겨져 국민참여재판 제도 개선이나 상고심 제도 개편 등 다른 주제들은 전혀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도 "사법행정분야 개혁은 거의 진전된 게 없는 제자리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김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통해 대법원의 최종심법원으로서의 역할 측면에서는 진전이 있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코드 인사'로 법조계 장악 '우려'도= 문재인정부의 지나친 '코드 인사'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법조계 요직 상당수를 코드 인사로 채우다보니 정치적 중립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임명된 장관급 이상 법조계 고위 인사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8명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7명, 헌재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2명 △검찰총장 2명 등 모두 22명이다.

이 가운데 김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정화(54·20기)·김선수(58·17기)·노정희(56·19기)·김상환(53·20기) 대법관, 유남석(62·13기) 헌재소장과 이석태(66·14기)·김기영(51·22기)·문형배(54·18기)·이미선(49·26기) 헌법재판관, 박종문(60·16기) 헌재 사무처장,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절반이 넘는 13명(59.1%)이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진보 성향' 모임이나 단체 출신이다.

법무부 산하 기관 4곳 중 3곳도 '코드인사'로 채워졌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조상희(59·17기) 이사장과 정부법무공단 장주영(56·17기) 이사장은 민변 출신이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신용도(64·17기) 이사장은 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인사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된 '법무부 탈(脫)검찰화'에 따른 후속 인사에서도 진보 성향 인사들이 대거 자리를 꿰찼다. 이용구(55·23기) 법무실장과 차규근(51·24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황희석(53·31기) 인권국장 등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잇따라 기용됐다. 최근 임명된 한동수(53·24기) 대검찰청 감찰부장도 판사로 재직할 때 우리법연구회에 몸담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판사에서 곧바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직행해 논란에 휩싸였던 김형연(53·29기) 법제처장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이와 관련해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코드에 맞는 사람만 요직에 밀어넣으면 사법부 전체의 재판 역량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코드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이라면 내년 3월 퇴임을 앞둔 조희대(62·13기) 대법관 후임 역시 코드 인사로 채워질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한 부장판사도 "이런 식의 인사 흐름이 계속되면 판사들이 소위 '법원 내 운동권 단체'나 참여연대 등 진보 시민단체 내지 정치권과 연결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장영수 교수는 "현 정권 출범 이후 이전 정권에 비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등의 정치색이 강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며 "사법부의 독립은 법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코드 인사 때문에 법원이 흔들리면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 인사 역시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왈가왈부하긴 어렵지만 검찰 인사에서도 코드 인사가 많았다"며 "정권 초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석인 상태에서 원포인트 인사가 몇 차례 이뤄지면서 공안검사 등이 대거 검찰을 떠났고, 최근 인사에서도 60명 이상 옷을 벗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근거 없는 비판'이라는 입장이다.

김지미 변호사는 "현 정부가 진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었다면 오히려 '우리 편'으로 채워놓고 강하게 개혁을 했어야 한다"며 "박상기 전 장관보다 훨씬 추진력 있고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을 법무부 장관에 앉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민변 출신 요직 기용에 대해서도 "법무부 탈검찰화 이후 '민변 출신'이라서 발탁된 게 아니라 출입국이나 이주민, 아동인권 분야 등에 계속 관심을 갖고 공부했던 변호사들이 민변에 많이 모여있었기 때문"이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선이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지봉 교수도 "현 정부에서는 과거보다 여성 대법관의 수가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비(非)서울대 출신이 늘었고, 순수 재야 노동 전문 변호사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의 임명 등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판사 일변도의 대법관 구성을 비판하는 말)' 공식이 깨졌다"며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