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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피의사실공표금지 새 훈령 추진...법조계 안팎 논란

“피의사실 일체 공표 강력 금지… 어기는 검사는 장관이 감찰 지시”

법무부가 검찰의 피의사실공표를 강력하게 금지하는 내용의 훈령 제정을 추진하자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훈령은 공소제기 전 피의자에 대한 수사상황이나 혐의사실 등 일체에 대한 공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법무부장관이 해당 검사 등에 대한 감찰을 지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의사실공표 금지를 강화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인권·방어권을 보호하는 조치이므로 환영하지만, 추진 배경과 시기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 장관이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꺼낸 압박용 카드 아니냐는 것이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가 마련한 새 훈령 초안은 이름부터 기존의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 준칙'에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바뀌었다. 두 가지 모두 공소제기 전 혐의사실이나 수사상황에 대한 공개를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수사공보 준칙이 국민의 알권리 등을 위해 예외를 상대적으로 폭넓게 허용한 반면, 새 규정은 이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축소하고 위반자에 대한 감찰을 장관이 직접 지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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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피의사실공표 금지를 강화하는 것은 '유죄 여론몰이', '혐의 기정사실화'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수사 관행의 폐단을 근절하고 피의자의 명예와 인권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조 장관 일가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현 시점에서 사실상 수사공보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 장관은 지난 9일 장관 취임 이후 △검찰개혁추진지원단 구성과 △법무부 및 검찰에 대한 내부 감찰 활성화 △검찰 직접수사 축소 △검찰 조직문화 및 근무평가 제도 재검토 등 연일 검찰개혁 과제를 지시하고 있다. 딸의 대학원 진학을 위해 소속 대학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지난 11일 SNS를 통해 "최근 검찰 수사과정에서 수사 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 여과없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언론을 통해 사실상의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형사사법절차를 통해 가려져야 할 진실이 일부 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 방어권이나 반론권은 무력화되고 있다"면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무분별하게 공표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수사공보준칙’,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으로 바꿔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는 피의사실공표 금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이지만, 조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수사팀을 압박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피의사실공표가 지양되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법무부 장관의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특히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피의사실공표죄를 법률이 아닌 법무부 훈령으로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피의사실을 유포한 검사에 대해 감찰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신설한 것에 대해서도 "내부 규정에 따르지 않았다면 감찰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임에도 새 훈령을 제정하면서 감찰 조항까지 포함시킨 것은 현재 수사를 맡은 검사들에게 겁을 주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 알권리 위한 예외 경우

상대적으로 대폭 축소

 

김정철(43·사법연수원 35기)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도 "형법이 규율하고 있는 피의사실공표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는 공공성과 진실성을 신중히 고려해 법원이 판단할 영역"이라며 "조 장관이 자신의 가족 등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훈령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범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는 "검찰만 알 수 있는 피의사실이 언론을 통해 여과없이 보도돼 피의자의 유죄가 기정사실화되고 그 부담은 재판부가 떠안는, 구시대적 수사방식을 개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같은 개혁을 주도하는 당사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하다"면서 "조 장관이 아무리 개혁을 외쳐본들 그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해 수사의 칼을 겨누고 있는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조 장관이 과연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그 이전에 개혁을 추진할 자격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법조계, 기존 수사관행 근절 등

취지는 공감하지만

曺장관 일가 수사 받는 상황

 시기·배경 등에 의심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피의사실공표가 문제됐던 사건은 대부분 고위공무원이나 대기업 총수 등 사회지도층에 관한 것이었다"며 "일반 국민들의 알권리와 피의자의 인권 등을 잘 비교형량해 따져봐야 할 문제를 법무부가 장관 개인을 위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인권 보호, 무죄추정의 원칙,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박상기 장관 재임 시절 장관 지시에 따라 형사사건 비공개 원칙에 관한 훈령 제정을 추진해 온 것"이라며 "최근 보도된 관련 내용은 논의 중에 있는 초안으로서 법무부는 검찰,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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