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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대법관들, 의견 엇갈릴 때 토론·설득보다 각자 소신 선택

본보 김명수·양승태 코트 전합판결 153건 전수조사
전합사건 접수에서 선고 기간은 절반가량으로 줄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김명수 코트(Court)에서는 대법관 5명이 소수의견을 내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관 전원일치 비율이 높았던 양승태 코트와 비교하면 소수의견 표출 경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김 대법원장 취임 전·후 임명된 대법관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데도 이유가 있지만, 과거와 달리 대법관들이 합의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설득하거나 의견을 절충하려는 노력이 줄어든 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에 상고된 전합 사건의 접수부터 선고까지 걸리는 기간은 양 전 대법원장 때와 비교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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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 '소수의견' vs 梁 '전원일치' = 김명수 코트에서는 대법관 5명이 소수의견을 내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대법관 의견이 8(다수의견):5(소수의견) 혹은 7:5로 나뉜 셈이다. 반면 양 대법원장 시절에는 대법관 전원일치 사건이 116건 중 39건(33.6%)로 가장 많았다.

 

김 코트에서 진행한 전합 사건 37건 중 5명의 대법관이 소수의견을 낸 사건은 민사 3건, 형사 6건, 특별 2건 등 총 11건(29.7%)이다. 이어 대법관 4명이 소수의견을 낸 사건은 모두 9건(민사 5건, 형사 3건, 특별 1건)이었고, 2명은 총 7건(민사 3건, 형사 3건, 특별 1건), 3명은 5건(민사 2건, 형사 2건, 특별 1건)으로 조사됐다. 대법관 의견이 모두 일치된 사건은 민사 2건, 특별 1건으로 총 3건(8.1%)에 불과했다. 가장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다고 볼 수 있는 7:6 사건은 2건(5.4%)이다.

 

전원일치 비율 크게 줄어

 

반면, 양승태 코트에서 7:6 사건은 6건(민사 2건, 형사 3건, 특별 1건)으로 전체 사건 대비 가장 낮은 5.2%를 기록했다. 나아가 대법관 4명이 소수의견을 낸 사건은 19건(민사 7건, 형사 9건, 특별 3건)이었고, 5명은 16건(민사 7건, 형사 5건, 특별 4건), 2명(민사2건, 형사 4건, 특별 8건)과 3명(민사 6건, 형사 3건, 특별 5건)이 각각 14건으로 뒤를 이었다. 대법관 1명이 소수의견을 낸 사건은 8건(민사 3건, 형사 2건, 특별 3건)에 불과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과거 양 전 대법원장 시절에는 전원일치 비율이 높았던 반면 지금은 전원일치 비율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특히 8:5 혹은 7:5 사건이 늘어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한 사건에서 1~2명 대법관이 소수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절반에 가까운 5명의 대법관이 소수의견을 낸다는 것은 대법관들 사이에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과 기존 대법관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으로 조사된 것은 김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한 대법관들이 연령과 출신, 대학 등에서 다양화된 만큼 과거와 달리 대법관들 사이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고, 전합 판결에는 이러한 흐름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金코트] 

대법관 5명 소수의견 가장 많아

 전원일치 3건에 불과

전합회부사건 증가

 선고까지 소요기간은 평균 27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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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전합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절반 줄어 = 전합에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거나 대법원 소부 구성 대법관들 사이에 합의가 안 되는 사건,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건들이 주로 회부된다. 대법원 소부는 주심 대법관 1명을 포함해 4명의 대법관들로 구성되는데, 이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되지 않으면 소부에서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전합에 회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소부에서 대법관들 사이에 의견불일치로 전합에 회부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합회부 사건도 늘어나

 

과거에는 소부 '최선임 대법관', 이른바 '일렬대법관'을 중심으로 대법관들끼리 논의를 거쳐 적극적으로 의견을 조율했지만, 최근에는 의견을 조율하기보다 전합에 회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전합에서도 이어져 다수의견과 다른 반대의견이나 별개의견으로 표출되고 있는데, 대법관들은 다양한 의견을 한 데 모으기보다 대법관 각자의 의견으로 소신을 밝힌다는 분석이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에 상고돼 전합에 회부된 사건들의 접수일부터 선고일까지의 기간은 평균 278일이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양 대법원장 때는 선고까지 소요된 기간이 평균 578일이었다. 접수부터 선고까지 걸린 기간이 양 전 대법원장 때와 비교해 절반가량 줄어든 셈이다. 다만, 양 대법원장은 임기가 끝나 평균 소요기간이 확정된 상태지만,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접수된 전합 사건 중에는 선고되지 않은 사건도 다수 남아 있기 때문에 평균 소요기간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각자의견 존중하는 추세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고, 전합에서도 그 의견들이 다양한 형태로 반영되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대법관들이 최고법원으로서의 규범력을 고려해 의견을 한 데 모으려는 경향이 있었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다 보니 논의 기간도 길었는데, 지금은 의견을 모으기보다 각자 의견을 존중하는 추세이고 (양 전 대법원장 때와 비교해) 소요기간이 줄어든 것도 이 같은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부나 전합에서 대법관 의견이 모두 일치되거나 반대로 너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일도양단식으로 어느 것이 옳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지금 대법원 추세가 과거 시각에서는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늘날 시각으로는 시대상을 반영한 유연한 대법원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예전에 비해 전합에 회부되는 신건이 늘고 있고, 또 전합에서 소부로 다시 내려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부에서 적절히 의견 조율이 가능한 다수의 사건들이 과도하게 전합에 회부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합은 기존 판례를 변경해 새로운 법리를 선언한 필요가 있거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심리해야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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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중' 현실 반영… "대법원 획일화 지양해야" = 대법원 전합 판결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집단이 건강하다는 방증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과거에는 최고 법원의 판단이 너무 획일화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이제는 소수의견도 포용할 줄 아는 최고법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반응이다.

 

소수의견도 포용돼야

 

한 고위 법관은 "다양한 출신의 대법관들이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다양하게 논의를 한다는 것은 집단이 건강하다는 방증"이라며 "출신과 연령 등 배경이 다른 만큼 대법관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것이 이해되고, 다만 개인 의견이 너무 강해 법리에 어긋나는 판결이 나오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은 최고 법원인 만큼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나 견해의 스펙트럼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과거 대법원은 너무 획일화된 판결들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는데, 지금은 사회의 변화나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은 판결이 다양하게 나오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과거 전합 사건에서 대법관 전원일치가 많았던 것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사법부가 듣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梁코트] 

전합 7대6 사건은 6건 뿐

전체 사건대비 5.2%로 가장 낮아

전합사건, 선고까지 평균 578일

의견 조율에 많은 시간 소요

 

◇ "최고법원이 가지는 사회 규범적 역할, 법적안정성 고려해야" = 하지만 대법원이 가지는 상징성·규범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합 판결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대법원 스스로가 관련 사건과 법리에 대해 사회에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대법원 판결이 곧바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다양성보다 법적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美 전원일치 판결 51.3%

 

선진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1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전원합의체 판결 중 51.3%가 전원일치 판결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71년부터 2015년까지 전원일치 판결 비율이 92.7%에 이르렀다.

 

재경지법의 다른 부장판사는 "전합에서 대법관들은 서로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심각하게 토론하고 설득의 과정을 거쳐 전원일치 의견을 내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너무 획일화됐다는 일각의 우려처럼 붕어빵 찍어내듯 단순히 표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판결을 통해 사회규범을 만들고 또 그 판결은 새로운 법리로 선언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의견이 너무 다양하게 나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결이 가지는 규범력과 국민들에 미치는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대법관 사이 의견은 어느정도 일치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양성 보다 안정성 추구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아닌 하급법원에서 판사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이해되지만 대법원은 다양성보다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곳"이라며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건일수록 대법관 소수의견이 강하게 나타나면, 사회 구성원들은 판결에 승복하고 따르기보다 '이후 판결이 바뀔 여지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오늘날 사회가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법부도 이와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법적안정성이라는 가치를 고려하면, 대법원이 기존 판례나 법리를 너무 흔드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도 든다"고 했다. 그는 "법적안정성이 깨지면 국민이나 변호사는 기존 판례에 불신이 생길 수 있고, 이는 곧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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