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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접근센터 5개월… 법률상담 '북적' 기관상담 '썰렁'

수원법원 종합청사 민원동 현장 리포트

지난 2월 2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문을 연 수원법원종합청사 민원동에는 다른 법원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 있다. 전국 최초로 설치된 '사법접근센터'다(아래 사진). 법원 건물 외관에 쓰여진 '민원동' 간판 밑에는 '사법접근센터'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민원동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있는 안내데스크에 있는 직원들이 민원인이 방문한 이유를 물어보고 법률상담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사법접근센터를 안내한다. 민원동 정문에서부터 바닥에 형광 화살표 스티커를 붙여 눈에 잘 띄게 위치를 표시하고 있어 단번에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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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접근센터는 총 4개의 부스로 운영된다. 법률상담 부스 2개, 민원안내 부스와 유관기관 상담 부스가 각각 1개씩이다. 법률상담 부스 중 하나는 법원이 위촉한 민원상담위원이 운영을 맡고 있다. 주로 법원공무원으로 오랫동안 일하다 퇴직한 법무사들이 상담을 한다. 이들 상담위원들은 민사사건 등에 대한 법적 절차나 소장 작성 방법 등을 알려준다. 다른 법률상담 부스는 변호사와 법무사가 번갈아 상담한다. 민원안내 부스에서는 법원 직원들이 사건번호 등을 알려주고 있다.

유관기관 상담 부스는 △법률구조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가정법률상담소 △공인노무사회 등 6개 기관이 요일 별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신용회복위원회는 민원인들의 채무상담과 조정지원을 책임지고 있고, 가정법률상담소는 가정문제 전반을 상담한다. 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는 스트레스 상담을 지원한다. 수원법원청사를 방문하는 민원인들은 이들 유관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법률상담부스는 ‘핫 플레이스’

 변호사·법무사가 안내

 

각 부스마다 문 앞에는 작은 모니터가 달려있는데 여기에 순번과 대기인원이 표시된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많은 민원인들이 부스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한 손에는 소장이나 판결문을, 다른 한손에는 대기번호표를 꼭 쥐고 모니터를 보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많은 대기 인원이 있는 곳은 역시 법률상담 부스다. 이날 하루동안에만 30~40명의 민원인들이 쉴 새 없이 다녀갔다. 변호사·법무사 법률상담부스에도 약 20명의 민원인들이 방문했다.

사법접근센터가 문을 연 초기에는 법률상담 부스를 찾는 민원인들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센터가 문을 연 지 5개월을 맞고 있는 지금, 법률상담 부스는 법원 내 전(全) 부스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됐다. 이날 가장 많은 상담을 소화한 민원상담위원은 지난 2월 25일 센터가 문을 열 때부터 주 2~3회 꾸준히 법률상담을 하고 있는데, 찾는 사람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2월에 비해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체계적인 시스템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민원인들이 안내데스크에 가서 법원을 찾아온 이유를 말하면 직원들이 사안에 따라 어느 부스가 적절한지 안내해주니까요. 5개월 동안 상담을 해보니 종종 우는 분들도 있고 감사하다고 다시 인사하러 오는 분들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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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사법접근센터를 방문한 날 법률상담 부스에는 43명이 방문했으나(왼쪽), 신용회복위원회의 상담 부스에는 4명이 방문했다(오른쪽). 


부스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민원인들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꾸벅 인사를 하고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상담이 만족스러웠는지 물었다. "상속포기 문제로 법률상담 부스를 처음 이용해봤어요. 법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절차를 쉽게 알려주셔서 '길 안내자' 같다고 느꼈습니다. 주변에서 법원을 찾는 일이 있으면 센터에 들러보라고 적극 추천하려고 합니다." 

상담 부스를 10번째 이용하고 있다는 민원인도 있었다. "신(新) 청사와 함께 사법접근센터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법원에 자주 왔었는데 그땐 격일로 변호사 상담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센터가 생기면서 매일 변호사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답변도 훨씬 성의있고 무료라 상담 받을 때 마음이 편해요."

 

유관기관 상담부스는 한산

 대기인원 표시판 계속 ‘0’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법률상담 부스와 달리 바로 옆에 있는 유관기관 상담 부스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이날 오전에는 가정법률상담이, 오후에는 스트레스 상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하루종일 모니터 속 대기인원 숫자는 '0'이었다. 안내데스크와 상담 부스 앞에 각각 '유관기관 무료 상담 중입니다'라는 팻말이 놓여있지만 민원인들의 관심을 끌진 못했다. 법원과 유관기관 상담사들도 이곳을 어떻게 활성화시켜야 할지 고민이다. 법률상담은 다른 법원청사에서도 운영하고 있어 유관기관 상담 부스가 사법접근센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정우(39·사법연수원 38기) 수원지법 공보관은 홍보 부족과 민원인들의 인식을 원인으로 꼽았다. "홍보를 위해 법원청사 각 층, 구청과 시청에도 유관기관 상담 팸플릿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홍보 방안을 계속 고심 중입니다. 유관기관 중에서도 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의 '스트레스 상담' 이용률이 가장 저조한데 아무래도 법원을 찾은 민원인들이 법률 문제만으로도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상담이 마무리 되는 오후 4시 30분. 결국 모니터 속 숫자 '0'은 바뀌지 않았다. 슬슬 센터 주변 정리를 하려는 정석훈 수원지법 사법지원관에게 다가가 유관기관 상담 부스의 썰렁한 분위기가 염려되지 않는지 물었다. 그는 센터 운영을 맡고 있다. 

 

센터의 존재 자체 모르는 민원인 많아

홍보방안 고심


"초기에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유관기관 상담부스를 찾는 분들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신용회복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4건정도, 가정법률상담도 평균적으로는 2건정도 있어요. 이용률이 점차 늘어나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상담 지원을 위해 이날도 어김없이 법원으로 출근한 박미애 행복정신건강센터 부센터장도 좀 더 기다리면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딱딱한 이미지의 법원에서 법률상담 뿐 아니라 심리상담까지 한다는 것은 굉장히 신선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홍보가 좀 더 된다면 장기적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사법접근센터가 활성화돼서 법원과 유관기관 연계가 전국 법원으로 확대되고, 국민들이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이용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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