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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4차 산업혁명을 알지 못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정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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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한국법제연구원의 입법정책포럼은 이른 아침 7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관심 있는 주제를 듣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움직여야 한다. 2018년 12월 13일 제33회 입법정책포럼의 주제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정부의 전부개정안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였다. 화두로 꺼낸 말씀은 영국의 보수잡지인 이코노미스트의 특집기사의 내용이었다. 21세기 디지털환경 속에서 경쟁법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호기심도 없고 용기도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기사내용을 소개했다.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시장환경의 변화 속에서 경쟁법의 역할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39년만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인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정부안)은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계류 중에 있다. 이번 전부개정안은 2017년 8월 29일~2018년 2월 23일에 걸쳐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 개선 TF, 2018년 3월 16일~2018년 7월 30일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2018년 8월 24일~2018년 10월 4일 입법예고, 2018년 9년 28일 공청회 실시, 2018년 11월 27일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39년만의 전면개정이라는 이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하여 '1981년 산업화시대 고도 성장기에 제정된 공정거래법을 제4차 산업혁명시대 경제 환경에 맞는 경쟁법으로 현대화',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라는 시대적 부응에 따른 법 개정'을 내걸고 있고, 이와 같은 문구는 제33회 입법정책포럼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표문(정책설명 자료집)에도 담겨있다.


2.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주요 내용

공정거래법을 4차 산업혁명의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부합할 수 있도록 현대화한다는 정부의 개정취지에 대한 설명과 달리 그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2018년 11월 27일 국무회의 의결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제4차 산업혁명시대 경제 환경'을 대비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디지털시장에서 발생 가능한 이슈들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사실상 전무하고, '경쟁법의 현대화'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 내용의 절대적 분량에서도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내용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빈약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식재산권 행사와 관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것으로 보이는 규정으로는 벤처지주회사의 활성화 차원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M&A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벤처지주회사의 설립요건 및 행위제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였다는 내용(개정안 제18조)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신산업 분야 집행역량 강화라는 차원에서 도입된 ‘정보교환행위’와 관련된 규정은 정보교환행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율할 수 있도록 법률상 추정조항 및 금지되는 행위유형(연성카르텔의 일환)을 보완하고(개정안 제39조 제1항 제9호, 제5항), 가격·생산량 등 민감한 정보의 구체적 유형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 지식재산권 행사 관련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한계

벤처지주회사의 설립요건 및 행위제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부분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가 활성화됨에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정보교환행위와 관련된 규정은 기존의 부당한 공동행위의 조문 위치가 제19조에서 제39조로 이동한 것 외에 달리 뚜렷한 개선의 특징을 찾아볼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이를 두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실질 규정을 추가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9호는 이미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외의 행위로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일반규정을 두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의 해석상으로도 개정안이 새롭게 담았다고 하는 내용까지 이미 충분히 논의가 가능한 사안들이어서 이번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금지사유를 추가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보교환행위에 대한 법률상 추정조항을 추가했다는 개정안 제39조 제5항 규정 부분 또한 현행 공정거래법 제19조 제5항 자체에 이미 '2 이상의 사업자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여 일반규정인 법 제19조 제1항 제9호 또한 법률상 추정의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기에 법 개정으로 인하여 새롭게 발생하는 실익 또한 크지 않은 것이다. 즉, 기존에도 사업자간의 정보교환행위를 매개로 한 담합의 경우는 2 이상의 사업자가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법 제19조 제1항 9호의 일반규정 충족)를 하였다는 ‘행위의 일치’ 요건과 해당 거래분야 또는 상품·용역의 특성, 해당 행위의 경제적 이유 및 파급효과, 사업자 간 접촉의 회수·양태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그 행위를 그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해석으로도 직·간접적인 의사의 연락이나 정보교환 등의 증거가 있는 경우는 위와 같은 의미의 추정의 정황이 될 수 있고, 특히 특정 기업의 가격, 산출량 등 결정을 위한 내부 업무보고 자료에 다른 경쟁기업의 가격, 산출량 등에 대한 향후 계획 등 정보교환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입수할 수 없는 비공개 자료가 포함된 경우 등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과연 정보교환행위의 유형만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법 개정에 있어 가장 핵심적이고 대표적 분야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알고리즘과 같은 기술적 조치를 매개로 하거나 인공지능(AI) 등을 염두에 둔 새로운 유형의 공동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정이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본다. 이에 더 욕심을 내본다면, 경쟁법학자들의 선행 연구 성과들(온라인 플랫폼사업자와 관련된 양면시장 논의, 표준필수특허의 문제, NPE, 데이터독점 등)이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입법화되는 것이 4차 산업 혁명을 대비한 법 개정의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제4조는 새롭게 시장분석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데, 제안취지에 따르면 이는 신산업 분야 집행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개정안 제4조 제1항은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분야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책 수립·시행의무를, 제2항은 시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제3항은 시장구조의 조사 및 공표, 특정 산업의 경쟁상황 분석, 규제현황 분석 및 경쟁촉진 방안 마련이라는 시장분석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고, 제4항 및 제5항에서는 이를 위한 자료제출요구권이나 사무의 위탁 방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분석이 지식재산권 행사 관련 디지털시장의 영역에서 특히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나, 동 규정 자체는 공정거래법 적용 일반의 내용이거나 규정의 존재 여부를 불문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과거부터 수행할 수 있었던 시장감시 업무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신산업 분야의 집행역량 강화에 특화된 규정으로 포장하기에도 다소의 비약이 있다. 그 외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경쟁당국 역할 강화와 관련된 법 개정 내용을 찾을 수 없어 과연 이번 개정안이 혁신성장의 생태계와 관련된 것이 정말 맞는지 의문이다.


4.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에 미흡한 전부개정안(정부안)의 평가

지식재산권 행사 관련 법 집행의 개선이라는 관점에 국한해본다면 2018년 11월 27일 국무회의 의결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대단히 미흡한 법 개정안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과거의 답습에 불과할 수 있는 '무체재산권의 행사행위'라는 적용제외 조항이 법조문의 위치만을 달리하여 전체 문장의 조사만 몇 글자 바뀌어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부분(개정안 제114조)은 국가가 이미 2011년 5월 19일 '지식재산 기본법'을 제정하여 '무체재산권'이 아닌 '지식재산권'이라는 용어를 공식화하였음에도 여전히 과거의 '무체재산권'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이 부분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을 제정한 공정위도 무체재산권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쓰지 않는다). 특히 EU와 미국과 같은 주요 경제권역에서는 더 이상 지식재산권 행사에 대해 특혜적인 배려가 필요 없다는 입장(지식재산권의 행사문제에 대해서도 동일한 심사기준을 적용)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주요국들의 지식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기본 접근방향에 비추어도 그 흐름을 정확히 읽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의 상당 부분은 뜨거운 논란이 이어졌던 전속고발권 폐지의 문제에 대해 경성담합(hardcore cartel)의 범위에서 이를 도입한다는 것, 사익편취 규제 확대(사익편취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은 현행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에서 20%로 일원화되고 해당 회사가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 계열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합산 15% 한도 내에서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사실상 대기업집단시책의 개편에만 특화된 법 개정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화무쌍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시장의 파수꾼’으로서 경쟁당국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욱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디지털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새로운 역할을 준비하며 유효적절한 개입의 근거와 기준을 제시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이 진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하루 빨리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안병한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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