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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9. 국제거래법

간접강제를 명하는 외국 중재판정의 국내 집행 첫 인정
법원의 직권 중재판정, 처분권주의 위반으로 단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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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인의 준거법에 관한 규정의 적용범위(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다246739 판결)

가. 사실관계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구 농어업경영체법')에 따라 설립된 영농조합법인인 피고 법인은 재미교포들의 은퇴 후 국내 거주를 위한 휴양타운의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인인 원고와 사이에 타운 분양 및 회원모집을 위한 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가 분양과 모집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피고법인이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캘리포니아주에서 체결하였는데, 준거법은 캘리포니아주 법으로 정하였다. 개발사업이 중단되고 피고 법인이 약정금을 지급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 법인과 그 조합원을 상대로 약정금의 연대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나. 판결요지

국제사법 제16조는 법인의 준거법은 설립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이 적용되는 사항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그 적용 범위는 법인의 설립과 소멸, 조직과 내부관계, 기관과 구성원의 권리와 의무, 행위능력 등 법인에 관한 문제 전반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법인의 구성원이 법인의 채권자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는지, 만일 책임을 부담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관하여도 해당 법인의 설립 준거법에 따라야 한다.

피고 법인은 대한민국의 구 농어업경영체법에 의하여 설립되었으므로 그 조합원들이 피고 법인의 채권자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는지에 관하여는 대한민국 법이 준거법이 된다. 구 농어업경영체법은 영농조합법인의 실체를 민법상 조합으로 보면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조합체에 특별히 법인격을 부여하고 있다(제16조 제3항). 영농조합법인에 대하여는 구 농어업경영체법등 관련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법인격을 전제로 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의 조합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제16조 제7항). 따라서 영농조합법인의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712조에 따라 채권 발생 당시의 각 조합원에 대하여 지분비율에 따라 또는 균분하여 해당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조합채무가 조합원 전원을 위하여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부담하게 된 것이라면 상법 상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조합원들의 연대책임을 인정하여야 한다.

다. 해설

원심은 원고가 피고 조합원들에게 주장하는 채권이 계약에 기한 채권이 아니라 법정채권이라고 보고 국제사법상 사무관리, 부당이득,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의 준거법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그 채권의 근거가 된 계약의 체결지인 캘리포니아주의 법을 준거법으로 보았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조리를 적용하여, 법인과 구성원의 책임은 분리된다는 일반적인 법원칙에 따라 피고 조합원들에게는 피고법인과 연대하여 채무를 이행할 책임이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인 구성원이 법인의 채무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도 법인에 관한 문제로 보아 동 영농조합법인의 설립 준거법인 대한민국법을 준거법으로 적용하였다. 그 결과 구

농어업경영체법 제16조 제7항에 따라 조합에 관한 민법 제712조와 상법 제57조 제1항이 적용되었으며, 이 사건 채무는 조합원 전원을 위한 상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므로 결국 피고 조합원들은 상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연대하여 약정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2. 간접강제를 명하는 외국 중재판정의 국내 집행가능성(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18753 판결)
가. 사실관계

한국법인인 피고는 네덜란드 법인인 원고로부터 산업용 열교환기에 관한 특허, 상표와 각종 정보를 포함하는 노하우를 제공받아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제품을 한국에서 제조,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는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였다. 동 계약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네덜란드 중재원(Netherlands Arbitration Institute; 'NAI')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하는 중재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분쟁이 발생하여 원고가 라이선스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였고, 2008년 7월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NAI 중재에 의하여 라이선스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는 중재판정까지 내려졌다.

그런데 피고는 위 중재절차가 진행 중이던 시기에 대한민국 특허청에 2건의 유사 기술의 특허('제1, 2특허')를, 중재 판정 이후인 2008년 10월에는 인도 특허청에 유사한 발명의 특허('인도 특허')를 각 출원하였다. 원고는 2009년 5월 NAI에 영업비밀침해 및 지식재산권 무단 사용을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위 특허 혹은 출원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이익의 반환, 기존 특허 출원 금지, 그 위반 시 간접강제 배상금 등의 지급, 그와 관련된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하였다. 중재인은 이 사건 제1, 2특허와 이 사건 인도특허의 출원행위가 라이선스계약의 비밀유지조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판단하고 피고로 하여금 제2특허와 인도특허를 원고에게 이전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간접강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다만 제1특허 등록은 특허청 무효심결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었다.

한편, 위 중재절차에서 원고를 대리한 대리인은 위 중재판정이 있은 후 피고와 사이에 인도특허의 이전을 위한 양도증서 작성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였고, 동시에 위 판정의 대상이 되지 않은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후속 중재절차를 대리하였다. 원고가 간접강제 배상금을 포함한 위 중재판정에 관한 중재판정의 집행을 구하자, 인도 특허에 관한 간접강제 배상금 청구와 관련하여 피고는 2012년 4월 12일 인도특허의 양도증서에 서명·공증을 마치고 이를 원고 대리인에게 제출함으로써 인도의 관련법령에 따라 이 사건 중재판정에 따른 피고의 인도특허의 이전의무와 서류제출의무를 다하였으므로 그러한 의무 불이행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인도 특허 관련 간접강제 배상금 청구는 이유 없고 청구이의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피고는 특허권 이전과 같은 의사표시를 할 채무에 관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에 강제집행방법이 규정되어 있고, 간접집행 보충성 원칙에 따라 특허권의 이전에 관하여는 간접강제가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중재판정의 주문 중 간접강제 부분은 우리나라 공서양속에 반하여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에 따라 집행을 불허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판결요지

의사표시를 할 채무에 대하여 간접강제를 명한 중재판정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간접강제는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압박이라는 간접적인 수단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불과하고 의사결정의 자유에 대한 제한 정도가 비교적 적어 그러한 간접강제만으로 곧바로 헌법상 인격권이 침해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중재판정 중 간접강제 배상금의 지급을 명하는 부분이 집행을 거부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이 사건 인도특허의 이전에 관하여는, 원고 대리인과 피고 사이에 이전의 원인을 2012년 4월 3일자 양도증서 초안과 같이 정하기로 하여 이 사건 인도특허에 관한 양도증서 작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그 합의의 효력이 네덜란드법 상 표현대리 법리에 따라 원고에게도 미친다고 보아야 하는바, 피고가 2012년 4월 12일 양도증서에 서명·공증을 마치고 이를 원고에게 제출함으로써 인도 관련 법령에 따라 이 사건 인도특허의 이전의무와 서류제출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해설

특허권 이전을 명하면서 그 불이행시 간접강제 배상금 지급을 명한 외국 중재판정의 국내 집행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특허권 이전과 같은 의사표시를 할 채무에 관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에 강제집행방법이 따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간접강제 보충성 원칙에 따라 특허권의 이전에 관하여는 간접강제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 국내법상의 원칙이다. 그런데, 민사집행법과 달리 외국중재판정에 따른 간접강제의 집행에 있어서는 외국 중재판정이 우리나라에서 집행되기 위하여는 집행 판결이 필요하고, 그 절차에 시일이 소요되는 특수성이 있는바, 뉴욕협약에서 정해진 집행거부사유를 해석할 때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을 고려하면, 국내법 체계에서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집행권원에 대하여 간접강제를 허용하지 않는 취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근거로 통상적인 민사재판에 비하여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였다.

한편, 피고가 원고 대리인과 사이에 작성한 인도특허에 대한 양도증서의 효력과 관하여서는, 원심과 상고심은 공히 네덜란드 법상 표현대리 법리를 적용하였다. 다만, 원심은 원고 측 대리인이 원고로부터 (중재절차 외에서) 양도증서 작성에 관한 대리권을 명시적으로 수여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가 원고 측 대리인에게 양도증서 작성에 관하여 대리권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현대리의 성립을 부정한 반면, 상고심은 위 양도증서 작성과 같은 시기에 진행된 손해배상 청구 관련 후속 중재절차에서도 원고 대리인이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로부터 배상금을 지급받은 점, 원고가 양도증서의 내용과 논의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피고에게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원고대리인의 대리권에 대한 피고의 합리적인 신뢰가 있었다고 보아, 그 법률행위의 효력이 원고에게 미친다고 판시하고 따라서 청구이의의 사유가 존재하므로 그러한 중재판정의 집행은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판시하였다.


3. 중재판정과 처분권주의(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40387 판결)
가. 사실관계

피고(반소원고)는 국내 자산운용 주식회사로, 국내 법인인 원고가 제기한 중재판정 집행판결 청구소송에서 중재판정의 주문이 처분권주의에 반하여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중재판정 취소를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 중재신청인인 원고는 "피고(중재피신청인)는 국민은행(수탁자)에게, 원고에게 49억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라"는 지시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중재신청취지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중재판정부는 "피고 (중재피신청인)는 국민은행에게, 원고에게 49억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여 국민은행으로 하여금 위 돈을 지급하도록 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다"는 지시의무의 존재를 확인하는 중재판정을 하였다.

나. 판결요지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 정하고 있는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란 단순히 중재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실인정에 잘못이 있다거나 중재인의 법적 판단이 법령에 위반되어 중재판정의 내용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재판정으로 명하는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때를 뜻한다.

다. 해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엄격한 처분권주의를 적용하는 민사재판과는 달리 중재절차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는 절차적 특성이 있으며, 대한상사중재원 국내중재규칙 제52조 제1항에서도 '중재판정부는 중재합의의 범위 내에서 계약의 현실이행뿐 아니라 공정하고 정당한 배상이나 기타의 구제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절차적으로 유연한 결정을 내릴 여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민사판결과 중재판정의 차이에 입각하여 처분권주의 위반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완화하고,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이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와는 다소 다르지만 신청취지와 무관하게 새로운 주문을 부가한 것이 아니라 강제집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지시이행의무를 부과하는 대신에 지시의무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선해하여 판단하였다. 또, 주문 자체로도 피고에게 원 신청취지에 포함된 운용지시 외 다른 책임재산을 통해 원고들에 대한 금전지급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처분권주의에 위반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중재판정이 가사 처분권주의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에 정한 공서양속 위반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4. 중재합의의 성립과 유효성 판단의 준거법 및 뉴욕 협약 제5조 제1항 (e)호의 해석(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7다225084 판결)
가. 사실관계

원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되어 호두 가공·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미국 법인이고, 피고는 제과류의 제조·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법인이다.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2010년 원격지 거래를 진행하면서 제안서, 확인서 등을 전자우편으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2010년 2월, 4월 두 차례에 걸쳐 약정대로 호두를 공급하고 대금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두 시점 사이에 작성 및 교환된 원고의 2010년 3월 19일자 연간 수량 제안서를 둘러싸고 원고는 호두공급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2010년 8월 27일에 호두를 공급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이 사건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다투었다. 해당 제안서는 캘리포니아주 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캘리포니아주를 중재지로 한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재판소 중재조항이 포함된 표준약관이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피고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중재신청을 하여 계약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금, 중재판정 전 이자, 변호사 비용 및 중재비용의 지급을 명하는 중재판정을 받아낸 다음, 미국 법원에 동 중재판정의 승인과 더불어 중재판정일부터 미국 법원 판결일까지의 중재판정금에 대한 판결 전 이자 및 미국 법원에서 지출한 변호사 보수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중재판정에 대한 승인 및 판결전 이자와 법원에서 지출한 변호사보수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았다. 한국법원에서의 이 집행판결 청구사건에서 원고는 위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과 미국 법원의 판결(미국 법원이 피고에게 지급을 명한 판결전 이자 및 법원에서 지출한 변호사 보수의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대하여 집행판결을 구하였다.

나. 판결요지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뉴욕협약은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의 거부사유 중 하나로 ‘당사자가 준거법으로서 지정한 법에 따라 또는 그러한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판정을 내린 국가의 법에 따라 중재합의가 유효하지 않은 경우’를 들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중재합의의 성립과 유효성을 판단함에 있어서의 준거법은 일차적으로 당사자들이 준거법으로 지정한 법이 되고, 그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중재판정을 내린 국가의 법이 된다.

뉴욕협약은 중재판정이 최종적임을 증명하도록 하는 대신에 중재판정이 구속력이 있을 것을 요구함으로써{제5조 제1항 (e)호}, 이른바 이중집행판결 또는 이중집행허가(double exequatur)를 받을 필요성을 제거하였다. 이는 외국에서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가 중재판정이 최종적인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중재판정지국에서 별도로 집행판결 또는 집행가능선언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집행을 구하는 국가에서만 집행판결을 받으면 된다는 의미이다. 이를 중재판정지국에서 확인판결을 받았다고 하여 집행국에서 집행판결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

다. 해설

이 사건의 쟁점은 계약에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가 포함되었는지 여부였다. 원심과 상고심은 중재합의의 성립과 유효성 판단의 준거법으로서, 당사자들이 준거법으로 지정한 법, 그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중재판정을 내린 국가의 법이라는 원칙에 따라 이 사건 표준약관의 준거법인 캘리포니아주 법을 적용하였다. 그리하여, 양 당사자 간 합의된 제안서에서 표준약관이 적용된다고 명시한 점, 피고가 원고로부터 표준약관을 쉽게 제공받을 수 있는 상태에서 제안서를 조건 없이 수락한 점을 근거로, 표준약관이 계약 내용에 편입되었으며, 따라서 표준약관의 중재조항이 양 당사자 간에 성립된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라고 판단하였다.

또, 상고이유 중 하나는 이중집행판결의 문제, 즉 원고가 미국 법원에서 중재판정의 승인판결을 받은 다음에 대한민국에서 동일한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을 구하는 것이 이중집행판결을 구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e)호의 취지는 이른바 이중집행판결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 즉 중재판정이 최종적인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판정지국에서 별도로 집행판결 또는 집행가능선언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집행을 구하는 국가에서만 집행판결을 받으면 된다는 의미이지, 판정지국에서 승인이나 집행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집행국에서 집행판결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5. 약정금 산정의 전제가 된 법인세 부과처분의 취소 환급을 청구이의사유로 인정한 사례(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다49931 판결)
가.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와 A회사가 버뮤다국에 공동으로 설립하고 50%씩의 지분을 보유한 자산유동화 전업법인이다. 원고법인의 주주들인 피고 및 A회사는 2000년 12월, 버뮤다국 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ICC 중재조항이 포함된 주주간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법인도 이 주주간 계약에 서명하였다. 원고는 부실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여 수령한 대금을 주주들인 피고 및 A회사에게 분배금으로 지불하였다. 그런데 부실자산의 매각과 관련하여 세무 문제가 발생하고 원고와 제3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여 원고가 이를 해결하고 부실자산을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였다. 원고는 2009년 1월 16일 자신이 지출한 비용 중 피고가 부담하기로 약정한 금액의 반환을 구하는 중재를 신청하였다. 중재판정부는 2011년 4월 18일 원고가 지출한 비용 중 지분 상당인 1/2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고, 원고가 중재신청으로 지출한 법률비용과 중재비용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중재판정을 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청구한 비용 중에는 원고가 징수당한 법인세등 세금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금액이총 중재판정금의 1/3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원고는 중재 절차 중에 관할 세무서를 상대로 부과처분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위 중재판정이 결정된 후 상당부분에 대한 취소판결을 받았으며, 이로 인하여 최종 법인세액이 종래보다 약 155억 원 감축되었다. 원고가 대한민국 법원에 위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을 구하자, 피고는 위 감축된 법인세에 관하여는 청구이의 사유가 존재하므로 집행이 불허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판결요지

외국 중재판정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거나 중재판정에 기한 집행 채권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중재판정에 따른 집행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 외국 중재판정에 따른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이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외국 중재판정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에 권리남용 등에 이르렀는지에 관하여는, 권리의 성질과 내용, 중재판정의 성립 경위 및 성립 후 집행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이에 대한 집행이 허가될 때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외국 중재판정에 민사소송법상의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어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중재판정의 집행을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공서양속에 반하므로 이를 청구이의 사유로 삼을 수 있다.

다. 해설

원심은 과세채권 환급금은 이 사건 중재판정에 따른 금원이 지급된 후에 주주간계약에 따라 회사법적 절차인 청산배당을 통하여 주주들에게 배분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세금이 환급되었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청구이의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법인세 감액으로 인하여 중재판정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지 않게 된 점과 재심의 소가 인정되지 않는 중재판정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집행판결에서 해당 사정을 다툴 수 있도록 허용하여야 한다고 보고, 법인세 감액을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인 '확정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위 중재판정에 기한 집행을 허용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고, 피고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공서양속에 반한다는 이유로 청구이의 사유를 인정하였다.

 

 

윤병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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