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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유출지역 식품 수입금지, 과도한 무역제한 아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WTO 분쟁 한국 최종 승소 배경은

방사능 유출 사고 발생 지역 인근에서 생산된 식품에 대한 타국 정부의 수입금지 및 방사능 오염 여부 확인을 위한 식품검사강화 조치는 과도한 무역제한이 아니라는 WTO 통상분쟁 최종판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자국민을 지기키 위한 '보호수준' 설정은 주권사항에 해당하므로, 수입국의 입장에서 방사능 오염환경으로 인해 식품에 잠재적 위험성이 존재하고 해당 국가의 원자력 관련 타 규제와 비교해 일관성이 있는 등 적절히 고안된 조치라면 곧바로 위법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WTO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제소 사건 소송대응단(단장 윤창렬)은 1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제소사건 상소심에서 일본 측 손을 든 1심 패널판정(DSB)을 뒤집고 최종승소했다. 

 

WTO 상소기구는 이날 "수입금지 조치가 일본 측에 대한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한 무역 제한이 아니다"며 한국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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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소기구는 방사능 유출사고로 오염이 발생했을 가능성과 오염된 환경으로 식품 안전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수입국이 잠재적 위험성 등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 다만 통상분쟁을 심리하는 WTO 분쟁기구가 방사능 유출사고 발생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안전성 여부를 단정하는 판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잠복 오염이 발생하는 방사능의 특성상 1차생산·2차가공 식품 일부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무해가 입증됐더라도 수입국 입장에서 안전을 확신할 수는 없어, 규제가 곧바로 협약위반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일본은 지난 2015년 "샘플링 조사에 따르면 일본산 식품의 위험성이 한국산이나 제3국산 보다 높지 않은데도 한국 정부가 일본산 식품에 대해 특별히 강한 검역 조치를 취하며 차별하고 필요이상으로 무역을 제한해 SPS(위생·식물위생) 2.3조와 5.6조를 위반했다"며 제소해 지난해 2월 1심에서 승소했다. 

 

한국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발생하자 후쿠시마 주변지역 수산물 50종의 수입을 제한했다. 또 2013년 8월 원전 오염수 유출사실이 알려지자 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일본산 농산물과 가공품에서도 세슘이 미량 검출 될 경우 '추가 17개 핵종 검사증명서'를 제출토록 했다. WTO 위생검역협정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현행 수입규제 조치를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관련해서는 현재 한국 외 18개국이 일본을 상대로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일한 피제소국이다. 분쟁과정에서는 위험성과 규제 간의 합리성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일본은 '식품'의 위해성을 근거로, 한국은 '환경'의 위해성을 근거로 위험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일본 측은 "원전 오염수의 유출과 수산물 수입은 별개의 문제고, 식품 샘플링 검사 등에서 안전성이 확인되기 때문에 한국의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소송대응단 관계자는 "1심 사실심에서 치밀한 사실관계 및 증거수집에, 2심 법률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마련한 새로운 논거로 판정단을 설득하기위해 노력했다"며 "검역주권과 제도적 안전망을 계속 유지·보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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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이어진 분쟁에서 우리나라는 4개 부처와 식약처·원자력안전위원회 등 범정부차원의 대응단을 구성해 총력대응했다. 컨트롤타워는 국무조정실이, 주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맡았다. 산자부는 인체에 미치는 방사능의 영향 등을 검증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 과학자들과 협력하는 한편 통상분쟁 전문 변호사를 특채하고, 국내 로펌과 외국 로펌을 선임하는 등 전문 능력도 강화했다. 

 

이번 분쟁에서는 법무법인 광장(대표변호사 안용석) 소속 전문가들도 활약했다. 정기창 외국변호사와 김혜수(30·사법연수원 43기) 변호사 등이 선임돼 1심부터 우리 정부 측을 대리했다. 2심에서는 40여년 경력의 원자력 전문가 찰스 피터슨 고문도 합류해 논리를 보탰다. 

 

소송대응단 법률팀을 이끈 정하늘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은 "일본산 수산물의 유해성이 어느 정도 파악되는지와 별개로 현지 바다가 오염된 상황에서 식품에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점이 수입금지 조치의 본질"이라며 "타 화학물질 등과는 달리 직접 투입되는 방사능이 식품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 인간이 컨트롤 할 수 없고 오염의 근원 수준도 알 수 없다는 점,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식품기반검사만으로는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을 논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슘 검사의 한계, 한국 추가핵종검사의 작동원리 등 과학적 근거를 재구성해 현재 일본에서 생산되는 식품 특유의 잠재적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가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이지 않음을 입증했다"며 "모든 분쟁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중요한만큼 향후 어느 한 분쟁도 소홀하지 않게 사안별로 맞춤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법무법인 세종에서 선임외국변호사로 활약하다 국제통상분쟁 대응을 위해 지난해 4월 산자부에 특별채용됐다. 그는 군복무 시절 소말리아에 파견되는 청해부대 2진에서 법무참모로 근무하기도 했다. 

 

한편 양측 정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치밀하게 준비하면 무역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 분쟁소송에 참고로 삼기 위해 분쟁대응 과정 및 승소원인 등을 분석한 자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검토를 지시했다. 또 산자부 통상분쟁과는 변호사 등 경력직 민간 통상전문가 채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반면 일본 여당 자민당 소속 의원들은 17일 외무성을 상대로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보도에 따르면 의원들이 일본 정부가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나라들과의 협의 방법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오염수를 둘러싼 '풍평피해(風評被害·소문으로 인한 피해) 대책'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일본 정부가 앞서 WTO분쟁기구의 1심 판단을 근거로 설명한 '일본산 식품의 과학적 안전성은 인정됐다'고 발표했지만, 1심 판결문에 해당하는 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23일 보도했다. 이에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은 적절한 기준치를 설정해 모니터링 하는 등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런 대처를 통해 일본산 식품은 방사능 세슘 농도가 일본 및 한국의 기준치보다 밑돈다는 것을 1심은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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