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회,법제처,감사원

주목받는 ‘변호사 대리 비실명 공익신고’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 대리 공익신고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익신고자 지원 기금을 만들어 국가 예산으로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제도는 제보자 신원 유출을 원천 차단, 제보자 보호을 강화함으로써 내부고발 등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도입됐으나, 지금까지 4건밖에 접수되지 않는 등 이용실적이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달 방정현(40·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는 빅뱅 전 멤버 승리의 성접대 의혹 및 승리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버닝썬의 경찰 유착 의혹, 승리와 절친한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의혹 등이 담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에 대리 신고했다.

 

151832.jpg

 

권익위는 지난 11일 사건 주요 관련자 및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감안해 방 변호사가 대리신고한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대검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고, 형사3부(부장검사 신응석) 등이 수사에 나섰다.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 대리신고는 개정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지난해 10월 18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공익신고자는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 선임한 변호사의 이름으로 공익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자료 제출이나 의견 진술도 변호사가 대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건 심사 및 조사 관련 문서에도 변호사의 이름만 기재된다. 신고자의 인적사항과 위임장은 권익위가 봉인해 보관한다. 일반 공익신고는 권익위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 등에도 할 수 있지만, 비실명 대리신고는 권익위에만 할 수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방 변호사의 공익신고는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 도입 이후 4번째 케이스다. 지금까지 변호사가 대리신고한 사건 분야는 △안전 1건 △건강 1건 △소비자 이익 2건 등이다. 권익위는 방 변호사가 대리 신고한 사건은 소비자 이익 분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공익신고 제보자 신원보호 위해

지난 10월 도입


방 변호사를 통한 대리신고로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전체 공익신고 건수를 감안할 때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가 활성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간 권익위가 접수한 공익신고 건수는 모두 1692건으로, 한 달 평균 338.4건의 신고가 이뤄진 데 반해 변호사 대리신고는 지금까지 총 4건으로 한 달에 약 한 건 정도에 불과하다.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변호사들조차 이 제도가 도입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제도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대리신고 제도가 도입됐다는 사실을 이번 버닝썬 사건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대리신고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 및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변호사들 아직 생소

 대리신고 지금껏 불과 4건

 

장희진(37·변시 3회)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큰 공익신고자의 신분 노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익침해행위를 막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익위에 우편이나 직접방문 신고로 그 방법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권익위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을 비롯한 정부기관이 공익제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한편, 신고자 보호 및 보상 활성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인 양홍석(41·사법연수원 36기)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권익위가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를 도입하면서 변호사 풀을 만들어 실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건 조사·검토와 신고서 작성, 이후 대응 등에 투입되는 비용·시간에 대한 보수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국가가 공익신고를 장려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대리신고를 하는 경우 한 건당 얼마씩 정액으로 지급하는 형태에서는 액수가 적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며 "사건의 경중에 따라 보상체계를 달리해야 하는데, 권익위와 변호사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특히 "기금을 통한 지원이 있다면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익신고자 지원 기금 운용은 권익위가 하더라도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심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제도 도입 초기라 권익위 중심의 제도 운용이 불가피하지만, 대리신고를 한 변호사가 보수 등을 신청했을 때 기금운용위원회가 이를 심사해 변호사 선임 비용 지급 여부나 액수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제도 활성화 위해

변호사 비용 국가서 지원해야

 

권익위도 제도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전체 공익신고 건수에 비해 변호사 대리신고 건수가 극히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버닝썬 사건'처럼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필요한 공익신고나 신고자의 신분이 드러났을 경우 실제로 위협을 느낄 만한 공익신고에 대해서는 변호사 대리신고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변호사 선임 비용 지원은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권익위에 접수되는 사건 중 공익신고로서의 가치가 높지 않은 것도 상당수 있다"며 "어떤 내용의 공익신고에 대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할지, 변호사 비용도 일부만 지원할지 아니면 전부 지원할지 등 여러 부분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익신고자보호기금을 만들어 기금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익신고자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에는 공익신고자 지원 기금을 만들기 위해 2017년 8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2010년 금융개혁을 위해 '도드-프랭크 월스트리트 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Dodd-Frank Act)'을 시행하면서 내부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해 변호사를 통한 익명 신고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이 법은 증권거래와 관련해 내부 공익신고자가 미 연방 증권거래위원회에 익명으로 신고하는 경우 변호사가 대리하도록 했다. 특히 익명으로 포상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호사 대리를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