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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0. 해상법

운송인 책임제한에 별도 지상약관 있다면 준거법으로 우선 적용
슬로트용선 계약 상태에서 선복사용료 채권은 공익채권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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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미국 해상운송법 지상약관은 준거법의 부분지정 (대법원 2018.3.29.선고 2014다41469판결)
(1) 사실관계

선박을 용선한 甲 운송인은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선하증권에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용선계약이 편입되었다. 책임제한에 관하여는 미국 해상운송법(COGSA)을 적용한다는 지상(至上)약관(paramount clause)이 있었다. 선적항인 미국항을 떠난 선박에 운송물사고가 발생하였고, 화주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운송인에게 보험자대위에 기한 청구를 했다.

운송인은 책임제한에 대하여 준거법을 별도로 정한 지상약관에 따라 자신의 책임은 미국 COGSA에 따라 포장당 500달러가 된다고 하였다. 이에 반하여 원고는 지상약관은 실질법적 지정으로서 일반준거법인 영국법상 강행규정의 적용을 받는 것이고 따라서 미국 COGSA에 따른 포장당 500달러는 무효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국제계약에서 준거법 지정이 허용되는 것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선하증권에 일반적인 준거법에 대한 규정이 있음에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이나 그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우선 적용하기로 하는 이른 바 지상약관이 준거법의 부분지정(분할)인지 해당 국제협약이나 외국 법률 규정의 계약 내용으로의 편입인지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이다. 일반적 준거법 조항이 있음에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그것이 해당 국가 법률의 적용요건을 구비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의 책임제한에는 그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i) 이 사건 선하증권의 일반적 전체적 준거법은 영국법이다. (ii) 이 사건 선하증권 후문은 명시적으로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범위를 미국 COGSA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의 의사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미국 COGSA를 준거법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아야한다.

(iii)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제한에 관한 준거법인 미국 COGSA에 따라 피고의 책임은 톤당 500달러로 제한된다. 원심의 판시는 정당하다.

(3) 의견

운송인은 송하인으로부터 운송물을 수령한 다음 선하증권을 발행한다. 본 사안에서 선하증권에는 일반준거법약정이 있으면서 책임제한과 관련하여 미국 COGSA를 적용한다는 소위 지상약관이 존재하였다.

이 지상약관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준거법을 각각 따로 정했다고 보는 것이다. 일반 준거법약정에도 불구하고, 책임제한 등과 관련하여서는 지상약관이 부분적으로 준거법으로 지정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즉, 준거법의 분할이 일어난다. 둘째는 일반 준거법은 그대로 두면서, 당사자들이 적용할 약정을 추가한 것으로, 즉 실질법적 지정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본 사안에서는 일반준거법인 영국법 하에서 책임제한에 대하여만 따로 약정을 하였다. 이렇게 되면 당사자의 책임제한에 대한 약정은 영국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할 수 없게 된다. 미국 COGSA의 책임제한액은 미화 500달러이지만, 영국 COGSA의 책임제한액은 포장당 666.67SDR(미화 약 1,000달러) 혹은 Kg당 2SDR이 된다. 영국 COGSA는 우리 상법 제799조와 같이 법률에서 정한 것보다 화주를 불리하게 하는 약정은 무효가 된다. 따라서, 미국 COGSA가 적용된 지상약관은 무효가 된다.

대법원은 당사자의 의사를 중요하게 고려했는데, 만약 원고의 주장대로 실질법적 지정이라고 한다면 책임제한액이 무효가 되므로 운송인과 송하인이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그러한 지상약관을 추가한 의도와 배치된다고 보았다. 결국 대법원은 미국 COGSA를 적용한 지상약관이 있는 경우 이는 준거법의 부분지정으로 보아 책임제한액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II. 영국해상보험계약에서 최대선의의무의 범위 (대법원 2018. 10. 25.선고 2017다272103판결)
(1) 사실관계

원고(피보험자)는 수출자로서 브라질에 있는 매수인과 크레인 자재에 관한 수출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원고는 운송주선업자로서 개입권을 행사하여 운송인이 된 회사(이하 '소외 운송주선인')와 이 사건 화물을 마산항에서 브라질까지 운송하는 해상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소외 운송주선인은 2013년 5월 12일 화물의 선적을 개시하였고, 검정인이 화물 중 일부를 포장한 나무상자가 손상되었다는 1차 검정보고서를 발행하였다. 나무상자의 손상이 지적된 화물은 선적되기 전에 반송 후 재포장되어 선박에 선적되었다. 5.16. 소외 운송주선인이 보험계약자가 되어 원고를 피보험자로 한 적하보험계약이 체결되었다. 5.17. 1등 항해사가 화물의 고장문언이 기재된 본선수취증(M/R)을 발행하였다. 5.22. 소외 운송주선인은 피고에게 보상장 발행없이 무고장선하증권이 발행된다고 알렸다. 실제운송인은 원고가 발행하는 보상장을 요구하였지만, 원고는 이를 거절하였다. 그 후 실제운송인의 대리점이 실제운송인에게 무고장선하증권의 발행을 요청하면서 자신이 보상장을 발행하였고, 선장을 대리하여 소외 운송주선인에게 무고장 마스터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5. 24. 소외 운송주선인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에 보험계약자인 소외 운송주선인에 대한 대위권을 포기하는 특약이 추가되었다.

이 사건 화물은 양륙항 도착 당시 화물의 상당수가 손상된 사실이 발견되었고, 원고는 수출계약에 따라 손상된 물품을 교체, 수리하여 주었다. 원고는 화물 손상에 따른 손해 상당을 보험자(피고)에게 청구하자, 피고는 원고가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무에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하였다. 원고가 보험계약체결 전 선적전의 포장불량사실을 보험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과 보험계약체결 후에 보상장 발행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되었다.

(2) 법원의 판시내용

원고는 1차 검정보고서에 선적 전 포장불량이 기재되었다는 것을 피고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인 2013. 5. 12. 1차 검정보고서의 내용이 최대선의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지 문제 된다. 1차 검정보고서는 선적작업 개시 전 화물의 상태와 선적할 선박의 상황을 조사한 결과를 기재한 보고서에 불과하고, 포장 불량이 지적된 화물은 반송 후 재포장되어 선박에 선적되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보험사고 발생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으로 최대선의의무에 따라 고지하여야 할 대상인 중요한 사항으로 볼 수 없다.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무가 보험계약의 전 과정에서 요구된다 하더라도 계약 체결 이후 그 의무의 강도와 내용은 완화될 뿐만 아니라 계약의 변경과 관련해서는 변경되는 내용과 관련한 중요한 사정에 관하여만 고지하면 된다.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변경 이전에 이 사건 보상장 발행의 기초가 된 본선수취증을 전달받아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이 사건 보상장은 송하인인 원고가 아닌 실제운송인의 선박대리점이 소외 회사의 부탁으로 발행한 것으로 해상운송 실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의 보상장도 아니다. 송하인인 원고는 이 사건 보상장의 발행 사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는 보험사고 발생 가능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피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본선수취증을 제공받은 이후인 2013. 6. 14. 이 사건 화물 중 일부에 관하여 종전에 체결한 보험계약과 동일한 내용과 조건의 보험계약을 추가로 체결하였다(중략). 보상장이 발행된 일련의 경위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변경된 사항에 관하여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나 소외 회사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최대선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1차 검정보고서의 기재 내용을 고지하지 않은 것과 이 사건 보상장 작성 없이 무사고 선하증권이 발행될 것이라고 알린 행위가 최대선의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

(3) 의견

영국 해상보험법에는 최대선의의 원칙이 있다(제17조). 이는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 뿐만아니라 보험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보험계약체결 전 단계 뿐만아니라 체결 후의 단계 및 보험금청구의 단계에 까지도 적용된다(대판 2005.3.25., 2004다22711). 보험계약이 성립된 후에 최대선의의무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일으키거나 계약관계를 해치지 않을 의무로 완화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법상 보험자가 부담하는 설명의무와 보험계약자가 부담하는 고지의무는 이와 유사하지만, 보험계약체결 전에 행사하여야하는 점에서 다르다.

본 사건에서는 보험계약체결전과 체결 후에 고지할 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최대선의의 원칙에 위배되는지가 문제되었다. (i) 체결 전: 1차 검정보고서에 화물이 손상된 것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과연 최대선의원칙의 위반이 되는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1차 검정보고서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실제운송에서는 손상된 나무포장이 선적 전에 정상적인 것으로 교체되었으므로 문제가 없었다고 보았다. (ii) 체결 후: 무고장 선하증권이 발행되기 위하여 보상장을 화주들이 운송인에게 발행해주는데, 이 건에서는 마스터 선하증권의 발행을 위하여 선박대리점이 발행한 것으로 통상적인 의미의 보상장이라 보기 어려운 점, 보상장이 발행된 일련의 경위와 동일한 내용의 보험계약이 추가로 체결된 사정 등을 종합할 때, 당해 보상장의 발행사실을 피보험자인 원고가 고지할 중요한 내용은 아니라고 법원은 보았다. 보험계약체결전 최종 검정보고서에 화물이 손상된 채로 실린 것으로 나왔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면, 이는 보험료 산정에 중요한 요소이므로 최대선의원칙에 위반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III. 보조도선사의 선박운항상 책임의 정도 (대전고등법원 2018.9.5.선고 2018누10154판결)
(1) 사실관계

2017.3.19. P선박이 영흥화력 2부두에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사고당시 선박에는 갑(주도선사), 을(보조도선사), 선장이 조선 중이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2017.12.21. 이 사고는 주도선사가 선장에게 조선계획을 설명하지 아니한 채 과도한 속력으로 접근하는 등 부적절하게 도선하여 발생한 것이나 보조도선사가 도선보조업무를 소홀히 한 것과 선장이 도선사의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 갑에게 1급 도선사 업무를 3개월 정지하고 선장에 대하여는 1급 항해사업무를 1개월 정지, 을에 대하여는 3급 도선사 업무를 1개월 정지하는 내용의 재결을 하였다(중해심 제2017-021호). 이에 보조도선사는 대전고등법원에 징계재결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2) 대전고등법원의 판시내용

이 사건 인천항 도선사회의 지침 제11.1.조 제1항은 '동일 선박에 2인 이상의 도선사가 승선하여 도선하는 경우에는 그 선박의 도선은 당시 도선하는 도선사의 책임과 판단 하에 수행하며 그 결과에 대한 실질상 법률상의 책임은 전적으로 당시 도선하는 도선사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보조도선사(co-pilot)는 주도선사(main pilot)의 유고시 또는 주도선사와 보조도선사의 역할 분담에 따라 도선하며, 도선업무에 관련하여 보조적인 업무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조도선사가 수행하는 보조적인 업무로 예인선이 주도선사의 명령대로 행동하고 있는가의 여부, 수로상황 부두상황 및 입출항 선박의 동정 등의 확인보고, 항만교통정보실 선사대리점 및 타 선박과의 연락사항, 주도선사가 도선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경우 지적을 열거하고 있다.

인천항 도선사회는 2018.1.1. 이사건 지침 제11.2.조 제1항을 '동일 선박에 2인 이상의 도선사가 도선하는 경우에는 그 선박의 도선은 당시 도선하는 도선사(주도선사)의 책임과 판단하에 수행하며 그 결과에 대한 실질상 법률상의 책임은 전적으로 주도선사에게만 귀속하며 보조도선사(주도선사를 제외한 모든 도선사)에게는 책임이 없다'로 개정하였다. 공동도선의 경우 도선을 지휘하는 주도선사가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부담하여야 하고 보조도선사는 주도선사에 대한 보조업무, 주도선사 유고시 예비업무에 한하여 그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해당거래계의 실무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을 단독으로 도선할 법적 자격이 없었고 갑보다 도선경력이 현저히 적은 상황에서 원고가 가지고 있던 지식이나 경험에 다소 맞지 않는 방식(속력)의 도선이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원고가 강력하게 갑의 잘못을 지적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이 부두로부터 약 0.4마일 떨어져있을 때에 갑에게 이 사건 선박의 속력이 빠르다고 지적하였다면 이로써 원고가 보조도선사로서 부담하는 지적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넘어 원고에게 보다 조기에 갑의 도선이 잘못임을 지적하게 하거나 그 지적을 반복 하여 잘못을 시정하게 할 주의의무를 부담시킬 수는 없다. 선장은 4차례에 걸쳐 이 사건 선박의 속력이 빠르다는 것을 갑에게 이야기 하였다. 따라서 갑은 이 사건 선박의 속력이 빠르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관하여 적절하게 조치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며 원고가 그에 관하여 추가로 지적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업무정지 1개월 처분은 취소됨).

(3) 의견

원고는 보조도선사로서 선박에 승선하여 주도선사와 같이 도선을 하던 중에 도선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중앙해심으로부터 업무정지 1개월의 징계를 받게 되었다. 부두에 접근하는 속력이 빠른 것에 대한 주의를 보조도선사가 주도선사에 주지 않은 과실이 중해심에서 인정되었다. 원고는 재결 취소소송을 대전고등법원에 제기하였다. 설령 보조도선사에게 도선중 주의의무가 부과되어있었어도 자신은 주의의무를 다했고, 이미 속력이 빠른 것을 주도선사가 알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주의를 주지 않은 것이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하였다. 법원은 판시와 같이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여 징계재결은 취소되었다.

법원은 도선사지회의 지침의 내용을 통하여 보조도선사도 주도선사의 도선에 대한 보조업무, 정보제공의무 등으로 제한된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본 사안에서 보조도선사에게 그러한 정도의 주의의무위반이 없었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에 해심법상 징계사유인 도선사의 '과실'이 없다고 본 것이다.


IV. 한진해운사태에서 화주 지급의 환적비용은 공익채권임 (서울지방법원 2018.1.12.선고 2017가합521596판결)
(1) 사실관계

화주로부터 운송을 의뢰받은 운송주선인(원고)은 한진해운과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한진해운은 2016.9.1.부터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미국 서부항구에서 하역이 진행되지 않자, 원고가 직접 하역 작업비를 한진해운에 대신하여 지급하면서 자신의 화물에 대한 하역작업을 마무리했다. 원고는 자신이 지급한 비용을 회생절차에서 수령하기를 원하여 법원에 소를 제기하게 되었다. 그 비용이 공익채권이 되어야만 회생절차 외에서 수령이 가능한 채권이 된다.

(2) 법원의 판시내용

원고가 이 사건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 한진해운이 운송하던 화물이 각국에서 압류되거나 방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한진해운에게 이미 지급한 하역비, 운송비를 이중으로 지급하거나, 한진해운이 지급하여야 할 하역비, 운송비를 대신 지급하는 등으로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원화 368,558,529원을 대신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는 한진해운과의 관계에서 한진해운이 운송하던 화물에 관하여 스스로 운송과 관련한 하역비 등을 지급하고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여 화물을 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없음에도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 이후 한진해운이 부담하여야 할 하역비와 운송비 등을 대신하여 지급하고, 그 운송화물에 관한 압류 및 유치권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방치된 화물을 화주에게 전달하는 등으로 한진해운의 운송 관련 사무를 관리하였고, 이러한 사무관리를 통하여 향후 한진해운이 화주들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법률상 원인없이 원고가 대신 지급한 하역비와 운송비 등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 이후 한진해운에 관하여 원화 368,558,529원 상당의 사무관리 또는 부당이득청구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는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6호의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3) 의견

운송주선인은 의무 없이 한진해운이 수행했어야 할 운송의 사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한진해운은 운송주선인이 지급한 만큼의 비용은 부당하게 이득을 보게 되었다. 따라서, 운송주선인은 한진해운에 대하여 사무관리에 따른 비용상환청구권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 이는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6호의 공익채권(사무관리 또는 부당이득으로 인하여 회생절차개시 이후 채무자에 대하여 생긴 청구권)이 된다. 공익채권을 가진 채권자는 이를 제한 없이 수령할 수도 있고 채무자와 상계가 가능하다.

본 판결은 법원이 한진해운 사태에서 한진해운이 하역을 하지 못하는 등의 사정으로 운송주선인이나 화주들이 직접 자신의 비용을 들여 하역이나 운송을 한 경우에는 그 채권은 공익채권이 된다는 판시를 내린 점에 큰 의미가 있다.


V. 슬로트 용선에서 정산금의 법적성질 (서울중앙지법 2018.5.18.선고 2017가합 17851판결)
(1) 사실관계

정기선사들은 얼라이언스를 체결하여 공동운항으로 운송을 하게 된다. 모든 항구에 자신의 선박을 투입할 수 없고, 또 선박 한 척에 화물을 모두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정기선사들은 상호 선박의 운송공간(슬로트)을 교환하여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를 슬로트용선(선복용선계약)이라고 한다. 한진해운과 양밍은 얼라이언스 체제 하에서 슬로트용선계약을 체결한 상태에 있었다. 1개월에 한 번씩 상호사용 슬로트에 대하여 정산을 하였다. 2016.9.1. 회생절차가 개시된 한진해운에 대하여 양밍(원고)은 정산 후 상계를 하고 남은 금원에 대한 지급을 요구하였다. 항차는 모두 회생절차가 개시된 종료된 다음에 개시되었지만, 개시 전에 시작된 경우도 있었다.

(2) 법원의 판시내용

선복용선계약에서 용선자는 컨테이너 선박에 대한 자유 사용권을 가지지 못하고 컨테이너 선박의 선복 중 일부를 빌릴 뿐이며, 선박의 운항과 관련된 비용 또한 선복용선자가 아닌 선박소유자 등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선복용선계약은 일반적으로 운송계약의 성질을 갖는 항해용선계약과 유사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사건 정산금 채권은 원고와 한진해운이 각자 운항하는 컨테이너 선박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화물 운송을 완료한 이후 상호간의 선복사용료 정산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 액수가 확정되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선복사용료에 해당하며, 이는 항해용선계약의 용선료 또는 운송계약의 운송료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도급계약에 따른 보수청구권의 취급에 관한 법리가 (유추)적용되어야 한다.

선복용선계약에 있어서 선박소유자 등이 완성하여야 하는 운송의무는 원칙적으로 불가분이므로, 선복용선계약에 기초한 운항이 일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선박이 목적지 또는 상호간에 합의된 대체 항구에 도달하여 운항이 종료된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 한 그 일부 운항 부분을 따로 떼어내 그 부분에 대한 선박운항자의 운송의무가 이행 완료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회생절차 개시 당시에는 이 사건 선박들의 항해에 따른 선복사용료 채권이 발생한 상태였다고 할 수 없다.

'이 계약은 각각의 계약 종료 또는 철회가 효력을 발생한 날 이전에 개시된 장거리 항해에 있어서 각 선박이 그 장거리 항해의 마지막 항구까지 화물의 양하를 마쳐야 한다는 범위 내에서는 효력을 계속 가진다'는 약정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회생절차 개시결정 이전에 개시된 이 사건 선박들의 마지막 항차 운항에 있어서, 이미 개시된 마지막 항차의 목적지까지 운항을 계속하여 한진해운이 용선한 선복에 적하한 화물을 양하하여야 할 지위에 있었다고 보인다.

선복용선계약에 있어서 선박소유자 등이 완성하여야 하는 운송의무의 불가분성, 이 사건 계약에 따라 발생한 원고의 지위, 일반적인 공사 도급계약과는 달리 항해 운송의 경우에는 운송의무의 이행을 임시로 중단 혹은 정지하는 것이 더 곤란하고 상당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선박들의 항해로 인한 선복사용료 채권은 이 사건 회생절차 개시결정 이후의 항해에 대한 선복사용료 채권에 해당하는 부분뿐만 아니라 이 사건 선박들의 항차가 시작된 시점부터 이 사건 회생절차 개시결정 시까지의 항해에 대한 선복사용료 채권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포함하여 그 전체가 해운업 등을 업무로 하고 있는 한진해운의 업무에 관한 비용으로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2호의 공익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의견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슬로트용선이 계속된 경우 정산금이 공익채권이 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본 사건은 회생절차 개시 전에 항차가 시작된 것도 있었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했다. 법원은 슬로트 용선을 항해용선, 즉 운송계약에 유사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불가분으로 보았다. 또한 회생절차에 들어가도 마지막 항차의 운송은 이행하도록 한 약정도 고려하였다. 운송계약은 도급계약의 성격을 가지므로 운송의 종료 시에 운임채권이 발생하는데, 회생절차 개시 시에는 아직 채권이 발생하지 않았고 결국 회생절차개시후에 정산금이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정산금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2호의 '회생절차개시 후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으로 공익채권으로 판단하여 수시로 변제 가능하여 회생절차 외에서도 청구가 가능한 것이 되었다.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선장)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