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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버닝썬' 폭행피해 신고자 현행범 체포는 인권침해"

인권위, 경찰청장에 범죄수사규칙 개정 등 권고
"미란다 원칙 미고지… 의료조치도 미흡" 지적

경찰 유착 의혹이 불거진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폭행 피해 신고자인 김상교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김씨의 어머니가 "집단 폭행 피해를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오히려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강남경찰서와 역삼지구대 경찰들을 상대로 낸 진정을 받아들였다고 19일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현행범 체포 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범죄수사규칙에 반영하도록 개정하는 한편 부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하는 사례가 없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또 강남경찰서장에게는 사건 당시 역삼지구대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조치하는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김씨 어머니는 지난해 11월 24일 김씨가 버닝썬 앞에서 클럽 직원들로부터 폭행당한 뒤 112에 신고했는데도 미란다원칙 고지 없이 오히려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체포·이송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얼굴에 피가 나고 갈비뼈 등을 다쳤는데도 지구대에서 의료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같은해 12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씨가 흥분해 클럽 직원들에게 위협적으로 달려들고 경찰관들에게도 시비를 걸어 진정하라고 여러 차례 말하고, 계속 행패를 부릴 경우 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며 "김씨가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아 체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김씨가 병원 치료를 원한다고 해 지구대에서 119에 신고했으나 김씨가 후송을 거부했고, 김씨 어머니가 지구대를 방문해 119에 다시 신고했으나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을 요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돌아갔다"면서 "이후 김씨가 아프다고 계속 소리쳐서 일단 석방하고 나중에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갑을 해제하고 119에 신고했지만, 김씨가 서류에 침을 뱉어 던져서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 억제 등을 위해 다시 수갑을 채우고 병원에 후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112신고사건처리표와 현행범인 체포서, 사건 현장과 지구대 CCTV영상, 경찰관들의 바디캠 영상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 씨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조치가 부적절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는 우선 "폭행피해 신고사건 처리과정 전반을 볼 때 경찰관들이 김씨와 클럽 직원간의 실랑이를 보고도 곧바로 하차해 제지하지 않았고, 김씨와 클럽 직원들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씨의 신고내용을 청취하면서 2차 말다툼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김씨의 피해 진술을 충분히 청취하거나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적극적인 조치가 부족했다"며 신속한 현장 조치와 2차적인 사고 위험 예방 관점에서 경찰의 초동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약 2분이었고, 경찰관에게 한 차례 욕설을 했지만 경찰이 작성한 현행범인 체포서에는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했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했다. 김씨가 폭행 가해자인 장모씨를 폭행했다'고 기재되는 등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권위는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전에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체포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는 과정이 없었고, 김씨가 한 차례 욕설을 하며 약 20초간 경찰관에게 항의하자 갑자기 바닥에 넘어뜨려 현장 도착 후 3분 만에 체포했다"며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 상황에 대한 경찰관의 재량을 상당 부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김씨에 대한 현행범 체포는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의 남용으로,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김씨에 대한 경찰의 의료조치도 미흡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씨의 병원 후송을 경찰관이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었고, 김씨에게 상당한 부상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119 구급대원의 의견이 있었는데도 경찰이 김씨에게 뒷수갑을 채워 의자에 결박한 상태로 적절한 의료조치 없이 지구대에 2시간 30분가량 대기하게 했다가 경찰서로 인계한 것은 김씨의 건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지 않는 현행범 체포가 특별한 제약 없이 현장에서 오·남용될 경우 영장주의 원칙이 퇴색하는 등 사법적 통제가 공동화(空洞化)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인권위는 "현장에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현장 상황을 해결하는 만능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보충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요구되며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체포된 사람에게 부상·질병이 있어 치료가 필요할 때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 등 수사 절차상 신병 확보가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다면, 신속히 석방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수사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해 부당한 인신 제한이 계속되지 않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위는 경찰에 의한 폭행 관련 진정 부분은 현재 김씨의 고소를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따로 판단하지 않고 경찰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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