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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렇습니다

[그건 이렇습니다] 전두환 前 대통령 재판 광주에서… 왜?

출판물에 의한 死者명예훼손혐의…출판물 유통된 곳이면 어디든 '범죄지'

자서전에서 그릇된 사실을 기술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왜 광주에서 재판을 받고 있을까요. 형사소송법 제4조는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거소 또는 현재지'를 토지관할로 규정하고 있어 전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본보가 확인한 결과 검찰도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기에 앞서 관할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7년 4월 5·18 단체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했습니다. 조 신부는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인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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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수사한 광주지검 형사1부는 국가기록원 등을 통해 5·18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헬기 사격 관련 조종사·목격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끝에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를 앞두고 관할 문제로 고민에 빠졌습니다. 토지관할 문제 때문입니다. 전 전 대통령이 피의사실인 사자명예훼손 행위를 저지른 장소는 자서전을 쓴 서울 연희동 자택입니다. 범죄지와 피고인의 주소 등이 광주와는 연관이 없는 셈입니다.


전 前 대통령 회고록 광주서도 판매·유통

…광주지검에서도 관할권 있어

 

대검찰청 형사부는 이 같은 내용을 보고 받고 관할 검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광주도 이 사건 관할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검은 범죄사실이 출판물에 의한 사자명예훼손인 점에 주목했습니다. 명예훼손이 이뤄진 것이 출판물에 의한 것이니 문제의 출판물이 유통된 곳이라면 어디든 범죄지가 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광주에서도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출판돼 판매됐기 때문에 광주지검에도 관할이 있다고 보고 광주지법에 기소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대검 관계자는 "당시 관할 문제를 논의했을 때 광주도 충분히 범죄발생지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같은 논리로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에도 인터넷이 공급되는 전국을 범죄발생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고소인이나 기타 참고인 등이 대부분 광주에 있기도 해서 재판 편의상 되도록이면 광주에서 기소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소인이나 기타 참고인 대부분 광주에 거주

…재판상 편의도 고려한 듯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전 전 대통령의 건강 등을 이유로 서울로 사건 이송을 청구했지만, 광주고법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결국 전 전 대통령은 계속 광주에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 관할 문제의 당부를 떠나 관할 및 사건 이송 문제와 관련해 해석 과정에서 법원의 재량 폭이 지나치게 넓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관할 문제는 실제 사건 당사자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며 "법관의 재량이 지나치게 많이 행사되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위험성이 있어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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