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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측 "직무유기 혐의도 인정하기 어려워"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 등 일부 빼고는 전·현직 판사 검찰 진술 동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에서 임 전 차장의 변호인단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밝힌 입장과 동일한 의견이며, 해당 부분에 대해 충분히 입증된다고 해서 기소한 것이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9일 임 전 차장 사건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양측의 입장과 증거 신청 등을 논의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임 전 차장은 1,2차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이 날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먼저 공소사실 중 'Ⅲ. 부당한 조직 보호' 부분과 관련해 의견을 진술하며 임 전 차장의 직무유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전 부산고등법원 판사 비위 은폐·축소 목적의 직무유기 등과 관련해 1차는 2015년 9월 대검으로부터 문모 전 판사의 비위 정보를 담은 문건을 전달받고 그 내용에 대해 감사위원회에 회부하는 조치를 하지 않아서 직무유기라고 돼있는데 기록상 대검으로부터 전달받은 문건은 2페이지 분량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단순한 문건"이라며 "향응수수 의혹이 기재돼있는 것은 맞지만 뒷받침 자료가 전무해 법원행정처 입장에서는 비리 사실 통보나 수사개시 통보로 보지 않고 거기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한 것이고 담당 윤리감사실 심의관이나 윤리감사관 수사기관 진술을 보면 반드시 감사위원회에 회부해 정식감사에 착수해야 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기에 피고인이나 행정처 담당자들이 의식적으로 직무를 포기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직무유기도 마찬가지로 감사를 위한 조사착수나 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은 것을 직무유기라고 보고 있는데, 법원행정처가 나름 적절한 조치를 취했기에 직무유기는 법리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문 판사의 비위 의혹이 명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직무수행 의무를 포기하거나 방임했다고 볼 수 없어 직무유기는 범죄성립이 안 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진용 등에 대한 형사재판 개입과 '정운호 게이트 관련 판사 비위 은폐·축소' 중 △영장 수사 정보 수집 지시 △영장 재판 가이드라인 전달 지시 △검찰 수사 확대 저지를 위한 수사 대응방안 검토 지시는 직권남용이 아니며, '집행관사무소 사무원 비리 수사 확대 저지를 위한 수사정보 수집 지시' 역시 법원 내부 보호를 위해 보호해온 것은 맞지만 직권남용은 아니고 '영장청구서 사본 유출 지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후 검찰의 증거신청 절차가 이어졌다. 다만 재판부 의견에 따라 증거 신청의 범위를 개별 증거목록 가운데 부당한 조직 보호 관련으로 한정했다. 검찰은 여러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신청했고 이 가운데에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진술조서도 포함됐다. 

 

이에 변호인 측은 "현직 법관의 경우 상당히 객관성 있다고 보이고 굳이 법정에서 증인신문 안하더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보이기에 대부분 동의한다"며 "다만 이 전 위원의 부분 등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신청한 참고인 진술조서 등의 증거는 피고인이 동의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참고인 등이 검찰 조사에서 잘못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진술을 한 당사자를 법정에 불러 직접 신문해야 한다.

 

따라서 이 전 위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검찰 조사를 받았던 대다수의 전·현직 판사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다음 기일 지정에 대해서도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변호인 측은 "방대한 기록의 양을 복사한 뒤 사본 상 인적정보를 삭제한 후 검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같은조서 한페이지를 3~4번 복사한다"며 "이후 통과된 것들만 가져오고 불통과된 것은 이후 다시 받아 교합을 해야 하며 이후 여러 변호인이 읽어야 하기 때문에 PDF 작업을 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돼 최소 3주 이후로 기일이 지정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기록자체가 방대하고 더군다나 인부 자체도 안나온 상황인 만큼 가급적이면 2주 후에는 기일이 열렸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이 충분히 준비를 해야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있기에 여러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주 뒤인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