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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8주년 특집

[창간 68주년 특집] 사회적경제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 삼총사

이윤 추구에만 매몰돼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경제란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조직이 상호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사업체를 통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공익과 사익을 병행 추구하는 체제다.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경쟁과 이윤을 넘어 상생과 나눔의 삶을 실현하려 이 분야에 뛰어든 변호사들이 있다. 본보는 창간 68주년을 맞아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3명의 변호사를 만났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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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함' 양동수 변호사
남양주 별내와 고양 지축에서 공사가 한창인 임대주택에는 특별함이 있다. 각각 500가구 규모인데,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이곳은 입주자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 개발·운영에 참여하면서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가능케 한 사람이 변호사다.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대표 양동수(42·사법연수원 37기)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더함은 2016년 이 두 지역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로 선정됐다. 대형건설사가 설계부터 건설, 운영까지 주도적으로 진행하던 기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과 달리 더함이 진행하는 사업에서는 건설사가 사실상 하청업체로서 건물 시공만 한다. 

 

남양주 별내·고양 지축서

국내 첫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사업

 

박근혜정부 때 추진된 민간임대주택사업인 뉴스테이는 건설사가 적은 리스크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만들어줘 건설사 배만 불리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양 변호사는 건설사의 역할을 '더함'이 대신하면 수익을 입주자들에게 최대한 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4% 정도의 리스크를 건설사가 부담하고 거액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입주자들이 리스크를 인수하는 구조를 만들어주면 건설사가 가져갈 자본 일부를 공동체가 소유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면 임대료와 분양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덕분에 두 지역 임대주택 시세는 주변의 80~85% 수준이다. 양 변호사는 "국가가 건설사에 요구하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95% 수준인데, 우리는 공동체 커뮤니티 운영비까지 포함된 금액"이라며 "건설사가 지었으면 저희만큼 임대료를 낮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수익 일부 입주자에 혜택 줘

임대료 80~85%로 낮춰

 

양 변호사가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재단법인 동천에서 공익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으려면 어떤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가, 사회적 관계망과 공동체가 무너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들이 생겼습니다."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법센터를 만들고, 사회적부동산과 금융을 다루는 사회적기업 더함을 만들었다. 

 

양 변호사는 법률가에서 기업가로의 변신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사업을 하거나 기업을 운영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웃음). 3년 전만 해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몰랐던 분야였기 때문에 일반인의 상식대로, 법률가의 양심대로 접근을 해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건설 부동산 쪽 자문을 한 번이라도 해 이 업계 생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으면 이 일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양 변호사는 사회적경제가 법조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부분이 전체 경제에서 1%도 안돼요. 그러나 해외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국가경제에서 적게는 10%, 많게는 20%를 차지하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우리나라에서도 국가경제의 20%까지 성장할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사회적경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해 줄 수도 있습니다. 법조인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슬로워크' 이강원 변호사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회사? 저도 저희 정체를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예비 사회적기업 '슬로워크'가 어떤 회사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강원(37·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이같이 말했다. 슬로워크는 고객의 의뢰 내용에 따라 다양한 해결책을 제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업체다. 이 변호사는 이곳에서 법률자문과 디자인 컨설팅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소셜벤처·비영리법인 등

상대 법률자문·디자인 컨설팅 사업


슬로워크의 주요 고객은 사회적경제에 기반을 둔 소셜벤처 기업들이나, 비영리법인(NGO), 시민단체 등이다. 공익법센터 '어필'이나 동물권단체 '케어'의 브랜딩 전략도 슬로워크가 담당했다. 그렇다고 비영리단체와만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중에는 한국갤럽도 있고, 금융회사들도 있습니다."

 

슬로워크가 일반 회사들과 다른 점은 이윤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믿고 서로 공유하는 사회적 가치로 사업가치를 판단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사회적기업기본법에 따른 사회적기업인지 따지잖아요. 그런데 저희에겐 그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저희는 우리가 믿는 사회적 가치, 좋은 가치를 더 확장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면서 돈을 벌자라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돈이 되는 일거리도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맡아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도박 관련 회사가 도박 중독에 관한 캠페인 디자인을 의뢰했을 때를 떠올렸다. "도박사업 관련 회사가 사람들이 도박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한 적이 있습니다.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미션과 맞는 사업이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세탁에 불과한 행위다' 등 반대의견이 많았습니다. '진정성 있게 도박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는 건 좋은 일 아니냐'는 찬성의견도 있었습니다만, 논의 끝에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돈이 될까'라는 생각보다 '이 프로젝트가 슬로워크의 가치에 맞는, 슬로워크다운 프로젝트냐'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게 일반 기업과 다른 점 같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런 방침이 지난 14년간 슬로워크가 성장해 온 원동력이라고 했다. "업계에 '사람을 갈아넣는다'는 말이 있어요. 돈을 벌려고 하는 상당수의 회사들은 디자이너의 인건비를 싸게 책정해 쓰고 난 다음 내보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죠. 저희는 한번 좋은 인재가 들어오면 잘 안 나갑니다. 슬로워크에 들어와 계속 성장하면서 직원들도 자기 브랜딩을 할 수 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슬로워크의 브랜딩 가치도 높아집니다. 돈보다 이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했던 게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 '소녀방앗간' 박승환 변호사

'좋은 음식을 준비하는 모두의 마음 속엔 소녀가 있습니다.' 

 

청정재료 한식당업체 '소녀방앗간'의 홈페이지 대표 문구다. '정성껏 준비한 한 그릇의 밥을 잘 드실까'하며 설레하는 소녀의 마음과, 예전 동네 식재료를 책임졌던 방앗간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농촌 어르신들이 정성들여 키운 농산물과 직접 담근 장을 정당한 가격에 매입해 건강한 밥상을 차려낸다. 이곳에 변호사가 일한다. 박승환(34·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다. 그는 서울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된 뒤 로펌에 들어갔으나, 2016년 초 로펌에서 나와 소녀방앗간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박 변호사의 기본업무는 재무·법무 관련 경영지원이다. 하지만 직원이 18명에 불과한, 아직은 성장하는 작은 업체라 전천후 리베로 역할을 해야 한다. "사무실에 있는 시간 외에도 식당에 나가 주방복을 입고 조리도 하고 손님을 맞기도 합니다. 아마 제가 우리나라 변호사 중 서비스를 가장 잘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농촌 어르신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식재료로 밥상 차려내


일반 기업은 '소비를 위한 생산'을 하지만, 소녀방앗간은 '생산을 위한 소비'를 지향한다. "어르신들이 재배한 농산물에 맞춰 거기에 맞는 메뉴와 반찬을 고민해요. 직접 다 소비하시기엔 양이 많고 그렇다고 어디다 내다팔기도 애매한 그런 농산물도 있습니다. 저희가 그걸 정당한 가격으로 구입한 뒤 고객들에게 맞춤하게 차려내는 것이죠. 결국 어르신들이 준비해주신 식재료에 맞춘 소비인 셈입니다." 

 

소녀방앗간이 처음 출범한 2014년에는 경북 청송 지역 어르신 15명이 함께 했지만, 지금은 나주, 안동 지역 등으로 확대해 150여명의 어르신들이 소녀방앗간과 함께 하고 있다. 소녀방앗간도 4년 만에 본점 외 5개 지점을 더 낼 정도로 성장했다.

 

아직 30대 중반이지만 박 변호사는 이 회사 최고 고령자이다. "대표님도 28살이십니다. 직원 대부분이 20대죠(웃음). 변호사 일도 매력적이지만 갑갑한 사무실 책상에서 벗어나 따뜻한 사람들과 현장에서 함께 부대끼며 회사를 성장시키고 좋은 조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청송·나주·안동지역 150여명과 결연

… 정당한 가격에 구입 

 

그는 대학 때 '인액터스' 활동을 했다. "인액터스는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곳입니다. 거기서 활동하면서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법을 알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면서도 멈칫하는 법조인들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참 깁니다. 어떤 사람들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 가느냐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용기를 내 원하시는 일을 찾아 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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