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한법률구조공단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집행유예 선고 점점 늘 듯

"경제적 약자 보호"… 개정 형법 올해부터 시행

식당에서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나왔다가 절도범으로 기소돼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던 장애인이 법률구조공단 공익법무관의 도움을 받아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한숨을 돌리게 됐다. 벌금낼 돈이 없어 노역장에서 몸으로 때우는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도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도록 한 개정 형법이 올해부터 시행된 덕도 톡톡히 봤다.

 

남의 신발 바꿔 신고 갔다

절도죄로 기소된 장애인


전북 전주에 사는 A(56)씨는 분열정동성장애와 조현병 등을 앓고 있는 정신장애 3급 장애인이다. A씨는 평소 자주가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다 자신의 신발과 비슷하게 생긴 신발을 신고 집으로 돌아왔다. A씨 때문에 신발을 잃어버린 B(55)씨는 도둑 맞았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범인을 찾지 못했다.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A씨는 다시 그 식당에 들렀다 식당 주인의 말을 듣고 자신이 B씨의 신발을 잘못 신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이후 경찰을 찾아가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고심에 빠졌다. 피해자인 B씨로부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까지 접수된 상황이었지만, A씨에게는 비슷한 절도 전력으로 10여 차례에 달하는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A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753.jpg

  

하지만 A씨는 난감했다. 형편이 어려워 벌금을 낼 형편이 안 됐던 것이다.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A씨는 일단 정식재판을 청구한 다음 지인들의 도움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연을 들은 공단 전주지부 김정환(27·변호사시험 6회) 공익법무관은 A씨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점과 사건 정황상 무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법률구조에 나섰다. 


법원서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 받고

정식재판 청구

 

김 법무관은 재판과정에서 사건 당일 식당 폐쇄회로(CC)TV와 A씨와 B씨 두 사람의 신발이 외형상 비슷한 점이 많아 혼동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근거로 A씨에게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적극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사 유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피해가 경미한데다 피해자조차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과 김씨의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상황 등을 고려해 선처해야 한다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사건을 심리한 전주지법 형사3단독 이배근 판사는 A씨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김 법무관의 양형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벌금 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최근 선고했다. 이에 따라 A씨는 1년간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지 않으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법률구조공단 법무관 도움으로

"벌금 50만원 집유"


김 법무관은 "이번 사건은 개정 형법이 반영돼 앞으로 유사사례에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지방에 있는 법원일수록 보수적이라 아직까지 개정법을 반영한 벌금형의 집행유예 선고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데, 앞으로 시간이 좀더 지나 기준이 정립되면 A씨처럼 딱한 사람들이 더 많이 구제되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 카카오톡
  •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