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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화폐일까 재산으로서의 성격과 교환가치

[ 2018.06.08 ]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에만 적용되는 기술은 아닙니다. 한편 가상화폐의 대부분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가상화폐 중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이 곧 가상화폐이고, 가상화폐가 곧 블록체인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상화폐를 빼고 논의할 수는 없을 정도로 양자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가상화폐의 성격에 대해서 살펴보되, 재산으로서의 성격과 교환가치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상화폐의 성격은 화폐인가?

가상화폐의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은 2011년 초 실크로드 사건이 터지면서 음성적, 비공식적 인터넷 환경에서 불법적 거래의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이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가상화폐의 결제수단으로서의 기능에 대해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가상화폐는, 마치 게임머니처럼, 어떤 한정된 영역 내에서는 사적인 교환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실제 교환가치를 갖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상 인정되는 지급결제수단은 아니기 때문에 화폐로 볼 수는 없습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률에서 결제수단으로 규정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가상화폐를 지급결제수단으로 규정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가상화폐를 지급결제의 수단으로 볼 수 없습니다.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라도 의심거래의 경우에는 각 은행들이 신고의무를 부담하기는 하나, 가상화폐 거래가 가이드라인에 규정된 것은 의심거래를 감독하기 위한 목적에 불과한 것이고 가상화폐를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자금결제법상 가상화폐를 “대가의 변제를 위하여 불특정인에 사용할 수 있으며, 또한 불특정인을 상대방으로 구입 및 매각할 수 있는 재산적 가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에서도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서의 자격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재무부 산하의 FinCEN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상화폐를 “일부 환경에서만 통화로 사용되고 진정한 통화의 모든 속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교환수단으로, 특히 가상화폐는 어떤 법정관할지역에서도 법정화폐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가상화폐 중개기관을 자금세탁방지법상 자금서비스업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위 FinCEN의 가이드라인에서는 가상화폐를 일종의 ‘자금’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가상화폐 거래에 자금세탁방지법을 적용하기 위한 규정일 뿐, 가상화폐 그 자체를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2. 그렇다면 가상화폐가 금융상품인가?

가상화폐는 이미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투자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투자상품이라면 금융상품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상품을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가상화폐가 증권 또는 파생상품에 해당한다면 금융상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을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의 6가지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증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상 증권은 발행자를 전제로 하는 반면,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서 채굴되는 가상화폐의 경우 특정 발행자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가상화폐를 증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가상화폐 그 자체의 증권성 인정 여부는 증권형 ICO로 발행된 토큰을 증권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와는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가상화폐는 파생상품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를 사고 팔 수는 있겠지만 가상화폐 그 자체로 어떤 기초자산의 가치를 평가하여 장래의 채권계약을 성립시키는 효력을 갖는 계약은 아니므로 파생상품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행 제도에서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3.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는 인정되는가?

어떤 사람이 가상통화를 보유한다는 가정 하에서, 그러면 가상화폐는 무엇이냐, 분산원장에 기록된 전자적 기록(내지 “정보”)에 불과한데 그 자체로 재산적 가치는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됩니다. 우선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가상화폐의 시세를 검색할 수 있는 현 시점에서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부정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이미 일본의 자금결제법에서는 가상화폐를 “대가의 지급을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존재하는 것”임을 인정한 바 있고(제2조), 미국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도 가상화폐를 Commodity 즉, 상품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선물거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전제하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를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수원지방법원 2018. 1. 30. 선고 2017노7120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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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2018. 1. 30. 선고 2017노7120판결 분석


○ 사실관계

피고인 A씨는 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로 하여금 비트코인 등으로 결제하여 사이트 내 포인트를 적립하게 하였습니다. 이 때 피고인 A씨는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법정 화폐로 결제한 것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받을수 있도록 하였고, 이용자가 동영상이나 사진을 다운로드할 경우 적립된 포인트를 차감하였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은 216비트코인을 취득하였는데 이렇게 취득한 비트코인이 몰수 대상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

- 1심 법원(수원지방법원 2017. 9. 7. 선고 2017고단2884 판결)

위 사건에서 검사는 위 216비트코인의 몰수를 구형하였으나 1심 법원은, 범죄수익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몰수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는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므로 범죄수익을 추징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1심 판결 당시 법원에서는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규정을 적용하여 가상화폐는 몰수의의 대상인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 2심 법원(수원지방법원 2018. 1. 30. 선고 2017노7120 판결)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가상화폐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이라고 보았습니다. 위 법원은 가상화폐는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 일반을 의미한다고 판시하면서, 그 이유로 


① 비트코인의 경우에는 예정된 발행량이 정해져 있으므로 무제한 생성 및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와는 다르고, 

② 게임머니도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하므로 전자파일도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으며, 

③ 전자 지갑 주소와 비밀키를 통해 비트코인의 특정이 가능하고, 

④ 일정한 교환 비율에 따라 법정화폐로의 환전도 가능하며 비트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는 가맹점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⑤ 피고인이 실제로 일부를 환전하여 수익을 올린 점


등에 비추어서 “이 사건에서 압수된 비트코인은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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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법원의 판결에 비추어 보면, 현재까지는 가상화폐를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재산적 가치의 존재는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4. 결론

가상화폐는 기존의 지급결제수단도 아니고, 금융상품에도 해당하지는 않지만 그 재산적 가치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그 법적 성질에 대한 법률적 검토 및 합리적인 규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가상화폐 보유자가 직접 Wallet에 가상화폐를 보관하는 경우, Wallet이 아니라 거래소의 계정으로만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등에 있어서 가상화폐 보유자의 권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언론보도(2018. 5. 11.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이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전산상으로 있는 것처럼 '허위 충전'해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사기·사전자기록등위작행사)로 업비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였는데, 검찰의 주장은 가상화폐의 법적 성질이나 거래소 이용자의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권리 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가상화폐 보유자와 가상화폐 거래소간의 법률 관계, 그리고 가상화폐 보유자가 가상화폐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법률 쟁점이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서희 변호사 (suhhee.han@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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