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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가시적 성과… 사법부 개혁 변화 못 느껴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법조계 어떻게 변했나

촛불 혁명의 힘으로 9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문재인정부가 10일 출범 1년을 맞았다. 새 정부는 국정농단 사태로 초래된 헌정 유린 사태를 안정적으로 수습하고 사회 전 분야에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검찰 등 권력기관 주도의 적폐청산 작업은 '정치보복' 논란을 불러왔고, 성급한 개혁 과정에서 적법절차 논란도 일부 초래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역점 공약 가운데 하나인 검찰개혁은 물론 사법부 개혁과 관련해서도 아직 별다른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지 않아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개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청와대가 좀 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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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성과… 검찰개혁·수사권 조정은 난항=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적폐청산'을 첫 번째로 내걸었다. '국정농단의 보충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첫머리에 올리고, 법무·검찰에는 기소된 사건의 공소유지를 철저히 하도록 주문하는 한편 국정농단에 대한 조사는 부처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태를 분석하고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또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을 주요과제로 내세우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인사 관련 제도 정비, 법무부 '탈(脫) 검찰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신설, 야당 반대로 답보상태

수사권 조정 활로 열어야


법조계에서는 적폐청산 작업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적폐청산을 위한 수사가 추진력 있게 진행돼 국민적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정농단 주요 관계자에게 잇따라 엄정한 유죄 판결이 선고되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단기간에 지나치게 성과를 내려다보니 검찰 조직이 상당히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집권 초반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쇄신 인사에서는 정해진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듯한 모습까지 보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수처 신설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도 지지부진해 활로를 열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검찰개혁부터 시작했는데, 가장 성과가 없는 것이 검찰개혁"이라며 "이제는 정부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 단순히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댈 때는 지났고, (국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수사권 조정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논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한 검찰에 대한 적대감·거부감 등에서 시작됐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고 있다'는 여론에 편승해 진행되다보니 형사사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거시적 안목 없이 추진된 면이 없지 않다"며 "청와대의 의도가 무엇이든 현재의 수사권 조정 논의는 기관간 싸움으로 변질돼 정작 제일 큰 당사자인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주객전도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독립성·중립성 확보를 위한 핵심 개혁 방안인 인사제도 개혁 논의는 아예 감감무소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정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검찰 인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적폐청산 작업 등에서 검찰을 써보니 생각이 달라진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반면 '법무부 탈검찰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유일한 가시적 성과는 법무부 탈검찰화"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도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가 건전한 긴장관계로 가고 있어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면서 "이전과 달리 법무부가 개별 사건에 참견하지 않고 검찰과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 같아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다만, 법무부에서 근무했던 한 검사는 "법무부가 이전 정부에서도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결론을 내렸을텐데, 상법 개정 등 여러 사안에서 이전의 정책이나 결론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개혁도 '미미'=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새 대법원장 후보로 김명수(59·사법연수원 15기) 춘천지법원장을 발탁,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법조계에서는 우리법연구회 회장과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모두 지낸 김 대법원장을 새로운 사법부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고강도 사법개혁을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법원행정처의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를 구성해 본격적인 사법개혁에 착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법개혁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법원 신뢰회복 방안 등 4대 개혁

'재탕' 우려 속 속도감도 없어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아직 아무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너무 속도가 더디다. 초반에 밀어붙여야 하는데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모습"이라며 "지금까지 사법개혁과 관련해 많은 연구 결과가 쌓여있가 때문에 좋은 방안을 선택만 하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변 사법위원장인 성창익(48·24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개혁 아이디어도 나오고, 구체적인 위원회도 많이 구성했지만 아직까지 법률 개정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사법발전위가 출범했지만 거기서 내놓을 안이 얼마나 개혁적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사법개혁 의제 설정을 위한 실무준비단을 100% 현직 판사로 구성한 것부터 문제"라며 "실무준비단이 내놓은 △적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위한 재판 제도 개선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 구현을 위한 제도 개선 △좋은 재판을 위한 법관인사제도 개편 △전관예우 우려 근절 및 법관 윤리와 책임성 강화를 통한 사법신뢰 회복방안 마련 등 4대 개혁과제 모두 앞선 대법원장들이 추진했던 정책의 재탕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추상적이어서 '셀프 개혁' 아니냐는 우려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법조인 양성 제도, 정부가 책임 공유해야"= 최근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변호사업계가 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구축과 남북 교류 협력 강화가 새로운 법률서비스 시장 확대로 이어질지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김현(62·17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재야 변호사들이 북한에 가서 법률지원을 하거나 북한 진출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시장이 답답한 가운데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어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청년변호사 일자리, 법조인 양성문제도

확고한 정책 의지 안보여


그러나 청년변호사들의 일자리 문제나 법조인 양성 제도 개선에 대한 정부의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은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최근 전국 25개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모두 공개되면서 일대 파장이 일고 있지만, 로스쿨 제도 주관부처인 교육부나 변호사시험 주관부처인 법무부 등 어느 부처도 법조인 양성 제도 개선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나 교육부 모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여서 로스쿨 제도가 붕 떠있는 느낌"이라며 "주관부처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교수는 "정부가 로스쿨을 인가하고 통제하면서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인가·관리주체로서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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