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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불필요하게 어렵고 과다한 암기 요구"

'로스쿨 10년 성과와 개선방향' 간담회서 제기
서울대 로스쿨 법학연구소·아시아태평양법연구소

로스쿨 제도가 도입 이후 10년간 변호사 진로의 다양화 등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지나치게 어렵고 경쟁적인 변호사시험으로 인해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달성하기가 요원해 개선이 필요하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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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연구소·아시아태평양법연구소는 4일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간담회(사진)를 열고 '불필요하게 어렵고 경쟁적인 변호사시험 제도'가 로스쿨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서울대 로스쿨 교수 17명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팀이 대법원과 법무부, 변호사, 로스쿨 교수와 재학생·졸업생들의 의견을 듣고 작성한 '로스쿨 개선 방향'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위적인 쟁점 과다형 출제

실무능력 향상에는 무용

 

윤지현(46·사법연수원 25기) 교수는 이날 '변호사시험제도 및 취업관행의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재 변호사시험은 불필요하게 어려워 법조문과 판결요지의 과다한 암기가 요구된다"며 "수험서에 기재된 암기할 판례가 공법·민사법·형사법 등 합계 1만개를 초과했고 실제 사례와 동떨어진 인위적인 쟁점과다형 출제로 실무능력 향상에도 무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이 진정한 법학 실력이 아닌 수험기술에 집중하고, 판례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론적 틀을 갖추는데 소홀하게 됐다"며 "판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공부가 변호사시험 준비를 방해한다고 여기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변호사가 가져야 할 능력은 판례 지식의 암기나 법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다. 이런 능력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쟁점을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과 의뢰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변호사시험 개선 방안으로 "변호사시험 필수과목을 헌법·민법·형법으로 한정하거나 필수과목을 그대로 두면서 출제하는 판례의 범위를 한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국제거래법과 환경법, 노동법 등 선택과목 시험은 폐지하고 로스쿨 내에서 선택과목을 이수하는 제도로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 수험기술에 집중

진정한 법학실력과는 거리

 

또 "시험장소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 지방 학생들에게 불리하므로 로스쿨이 설치돼 있는 시에서는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시험장소를 더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실무에서 거의 모든 문서를 컴퓨터를 사용해 작성하는 만큼 적어도 희망자에 한해서는 컴퓨터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상의 오류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수험자가 위험을 부담하는 것으로 동의를 받고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에게 5회 응시가 허용되는 현 체계에서 한 해 '입학정원의 75%'라는 (합격자) 숫자가 사실상 고정돼 2012~2017년까지 합격률은 대략 연 5~6%p의 비율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필요 최소한의 합격률 수준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데,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응시자 수 대비 70%' 내외가 적정한 합격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논의도 이뤄졌다.

 

'로스쿨 시대의 법학연구와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주제로 발표한 임용 교수는 "로스쿨 도입 이후 대부분의 졸업생이 실무로 진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은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며 "일본의 조수 제도와 같이 졸업 직후 이른 시점에 조교로 임명한 후 지속적으로 연구활동을 지원해 연구자로 양성하는 방안 등을 제도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시험필수과목

헌법·민법·형법으로 한정 등 고려해야

 

한편 '로스쿨 설립목표에 비추어 본 법학교육의 현재·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이우영 교수는 "학생들이 첫 학기부터 학점 경쟁에 매몰되고 조기 취업 및 선행학습, 신입생 휴학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1학년 1학기 필수과목에 'P/F(Pass or Fail)' 평가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실무교육과 관련해서는 검찰 임용 대상자에 대한 교육은 법무연수원에서, 신규 임용 법관에 대한 교육은 법원행정처에서 담당하고,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구체적 실무능력 교육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체가 돼 일정 교육과정을 개설해 로스쿨 수료 이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공익적 법률가 양성을 위한 입학 및 장학제도의 개선'을 주제로 발표한 이재협 교수는 "해가 갈수록 로스쿨 입학생들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나이가 어리고 스펙이 좋은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별전형과 정성평가를 확대해 사회경험이 많거나 스펙이 좋지 않지만 잠재력이 충분한 학생들에게 입학의 문호를 지금보다 개방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영훈(44·30기)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은 "법원은 (매년) 로스쿨 졸업생 중 100명을 재판연구원으로 채용하고 있다"며 "재판연구원은 법관의 재판에 유일하게 개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 대단히 중요하고 확대할 필요성이 있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어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태(43·38기) 법무부 법조인력과 검사는 "선택과목의 학점 이수제와 변호사시험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안은 계속 검토 중"이라며 "변호사시험을 5년 5회로 응시를 제한할 경우 누적합격률은 80%로 수렴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합격률이 높다 낮다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남기욱(51·31기) 대한변협 제1교육이사는 "선택과목 학점 이수제의 경우 부작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하지만, 선택과목을 이수한 학생에게 응시기회를 준다든지 선택과목 시험을 객관식으로 출제하는 방안은 검토해 볼 만하다"며 "응시자 대비 70% 이상을 합격시켜 주자는 것은 사실상 로스쿨생 전원을 합격시켜주자 말과 다름없다. 변호사 자질이 부족한 사람은 탈락하는 것이 오히려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홍식(55·18기) 서울대 로스쿨 원장은 "이번 간담회가 로스쿨 제도가 놓인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로스쿨 제도의 설립 취지에 걸맞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은 물론 법조계의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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