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회,법제처,감사원

공정위, ‘검찰총장 고발 요청권 제도’ 무력화 논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내부 행정지침을 개정해 검찰총장 등의 고발요청이 있어도 자진신고자에 대한 고발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공정위가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불공정행위 등을 적발하고도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총장 등이 공정위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정위가 하위법규인 행정지침을 통해 사실상 검찰총장 등의 고발요청권을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1976.jpg

  

공정위는 지난 9일부터 이 같은 내용의 개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개정 지침은 제2조의2에 '타 기관의 요청에 따른 고발의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검찰총장 등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더라도 공정거래법 제22조의2에 따라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22조의2는 이른바 '리니언시' 규정으로 △부당한 공동행위의 사실을 자진신고한 자 또는 △증거제공 등의 방법으로 공정위 조사에 협조한 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고 고발을 면제해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지침 개정을 "고발 기준을 구체화·체계화해 고발 업무를 보다 엄밀히 처리하여 법 위반 행위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정 지침이 전속고발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검찰총장 등의 고발요청권' 제도를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71조는 담합이나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전속고발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달청장 등에게 고발요청권을 주고 있다. 공정위가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중대한 불공정행위 등을 적발하고도 고발하지 않는 경우 공정위에 해당 사안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이 같은 고발 요청이 있는 때에는 공정거래위원장이 반드시 검찰총장에게 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정완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개정 지침은 검찰총장 고발권을 사실상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고발요청제도는 법을 집행하는데 있어 기관장의 요청이 있으면 고발해야한다는 절차적인 부분을 규정한 것인데 지침에서 이를 제한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이나 리니언시 제도는 검찰의 기소권을 제약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해석돼야 한다"며 "(리니언시 제도로 드러난 담합행위 등) 범죄행위를 봐주는 것을 지침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공정위의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행정기관 내부 지침으로 상위법을 제한하는 것은 법률체계상으로도 맞지 않을뿐만 아니라 결국 검찰총장 등의 고발요청권을 없는 것이나 다름 없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출신인 이황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결국은 공정거래법 내에 고발 면제 규정과 고발 요청 규정이 상충하는 것이 쟁점”이 라며“공정거래법상 검찰총장의 고발요청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고 돼 있고, 고발 면제 조항은 자진 신고를 한 경우에 한해 고발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후자가 특별법적인 성격을 가져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우선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해석에 따르면 이번 개정 지침은 이 같은 법내용을 구체화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공정위의 일방적인 지침 변경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입법적 해결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용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리니언시로 인한 고발 면제와 타 기관의 고발요청권의 관계가 법문상 명확하지 않아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공정위의 지침을 통해 논란을 정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지금은 자진신고 한 사안에 대해 기소유예 등 형사상의 리니언시도 인정될 수 있을지와 그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법적 불안정성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위와 검찰을 포함한 업계와 전문가들 간에 충분한 논의와 숙고를 거쳐 리니언시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특히 고발정도에 이르는 담합 사안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입법적 결단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톡
  • 카카오톡
  •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