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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예술품

[법조계 예술품] 서울중앙지검 청사, 김찬식 작가의 '정(情:Feeling)'

청동의 차가움에도 인간미… 무릎 맞대고 두런두런 '얘기꽃'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정문을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우측 잔디밭에 김찬식(1932~1997) 작가의 조각상 '정(情:Feeling)'이 널찍이 자리를 잡고 있다. 브론즈(청동)를 사용해 만든 작품(272x65x140㎝)으로 뒤로 보이는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배경으로 주변의 푸르른 나무와 함께 잘 어우러진 모습이다.

'정'은 인체의 기본적인 곡선을 예리하면서도 힘찬 모습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4명의 사람을 형상화해 각각이 서로 마주보거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앉아있다. 청동의 차가움과 강인함이 느껴지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고뇌하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작품에 인간미를 불어 넣는 듯하다.

김 작가는 한국 현대조각의 제1세대 대표작가이다. 그는 1979년 이후 화강석이나 브론즈를 재료로 한 연작 '정' 시리즈 작업을 통해 인체미를 반추상적 형태로 표현했다.

대부분의 '정'시리즈에서는 2명이 등장해 개인의 모습을 중심으로 작품이 구성됐다. 반면 1989년 만들어진 이 작품은 4명이 등장해 가족, 사회 등과 같이 다양한 인간 군상의 감정 표현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정' 시리즈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사람들은 모두 알을 감싸 안은 듯한 자세로 웅크리고 있다. 김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조형구조이다. 그의 또다른 작품인 '염원', '숙원' 등에도 나타나는 동그란 알의 형태는 생명의 핵을 상징화하는 도구이다. 작가는 그 알을 감싸거나 끌어안은 인체적 구성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명의 모습을 나타내려고 했다.

김 작가는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미술대학 2학년 재학 중 6·25 전쟁때 남하했다. '생명'과 연관된 '정' 시리즈는 작가가 북한에 있는 헤어진 혈육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소망을 조형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는 1955년부터 국전(國展)에 출품해서 입선과 특선을 거듭해 추천·초대 작가가 되고 심사위원도 맡았다. 또 1975년∼1987년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와 학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인도 뉴델리 트리엔날레 등 주요 국제그룹전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김 작가는 순수작품 이외에도 '마산 3·15 의거탑', '공군 보라매탑', '논산 육군 용사상' 등 기념 조각작품도 만들었다.

김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면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목암미술관을 찾아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곳은 1994년 김 작가가 세운 곳으로 1950년대부터 작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제작한 작품들이 시대별로 전시돼있다. 8200㎡ 규모의 조각공원과 실내전시공간, 휴게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조각 112점, 공예 및 회화 34점과 기타 미등록작품 1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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