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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배우자 법적보호 한계… 신탁제도 등 활용해야

사실혼 배우자 사망 후 생존 배우자 보호 어떻게

미국변호사
이런 저런 이유로 사실혼 관계가 급증하고 있지만 배우자의 사망 등으로 홀로 남겨진 배우자에 대한 법적인 보호 수준은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 사실혼이 생전에 해소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에 의한 부부재산관계의 청산 등이 가능해 보호받을 수 있지만 배우자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되는 경우에는 상속권도 인정되지 않고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되지 않아 형평성은 물론 생존 배우자의 부양 등의 측면에서 부당한 점이 많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거·부양했음에도 상대 배우자 사망 때 어떠한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법률혼에 준해 보호받지만 배우자 사망시 일부 법률로 제한적으로만 보호= 사실혼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부로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동거하거나 간헐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 혼인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면 혼인신고를 전제로 한 것을 제외하고는 일단 원칙적으로 법률혼에 준해서 보호를 받는다.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서도 법률혼 배우자처럼 동거·부양·정조의무가 그대로 인정된다. 법률혼 관계인 부부가 이혼할 때처럼 사실혼 관계가 끝날 때도 상대 배우자에 대한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고 상대방 배우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사실혼 관계가 끝나게 된 경우에는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보호는 모두 배우자의 생존을 전제로 한다. 사실혼 배우자 일망이 사망하면 특별한 법률로 보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산분할청구는 물론 상속권도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런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생존 배우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각종 연금법이 대표적이다. 공무원연금법 제3조 1항 3호와 군인연금법 제3조 1항 4호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3호 등은 법률혼 배우자와 동등하게 사실혼 배우자도 연금 등의 수령권자로 인정해 주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도 사실혼 부부의 보호를 위해 임차인이 상속권자 없이 사망한 경우 사실혼 배우자에게 임차권을 승계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민법 제1057조의2는 사실혼 배우자 등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특별연고자로 사망한 배우자가 남긴 상속재산에 대해 분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부재산제 개정, 신탁제도 활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보호 조치는 모두 배우자가 군인이거나 공무원인 경우 등 특별한 경우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사망한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게다가 임차권을 승계하도록 할 뿐 다른 재산에 대한 권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전면적인 상속권을 인정하는 급진적인 방식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부부재산제 개정이나 부부재산계약 활성화 등을 통해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영호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사실혼을 보호할 필요성은 있지만 법정 상속으로는 한계가 있고 미국·프랑스 등도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인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부부재산제도를 개정하거나 신탁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인구(48·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두 사람이 공동체를 형성하기 전에 재산관계를 법적으로 유효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며 "부부재산계약 활성화를 통해 사실혼 관계에서도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미리 조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민법 제829조가 규정하고 있는 부부재산계약은 혼인이 성립되기 전 예비부부가 혼인 중의 부부재산관계뿐만 아니라 이혼시 부부재산관계에 대해 자유로이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엄경천(43·34기) 법무법인 가족 변호사는 "혼인신고를 안 하는 것은 법 제도 밖에서 결혼에 따른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보호하는 것은 사실혼을 유지하려고 하는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사실혼 배우자 관계인지 여부에 관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언제든지 혼인신고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인 지위까지 인정할 필요는 없고 민법 계약편이나 친족편에 혼인과 유사한 계약을 만들어 보호하면 된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파악할 수 있게 하여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거래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사자가 증여나 유증을 통해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사실혼 배우자에게 전면적인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했다.

사실혼 개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지 실질적으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동거'와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사실혼과 동거를 구별할 때 명확한 기준이 없어 법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비친다"며 "법원은 사실혼 관계가 아니더라도 보호가치가 있으면 사실혼 관계를 인정해주고 사실혼 관계처럼 보이더라도 보호가치가 없으면 사실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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