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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노동분야 최고 전문가’ 주완 변호사

"노동전문 변호사는 勞·使간 腹心을 읽을 수 있어야"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노동법은 노동자와 노동조합 등 약자에 프리미엄을 주는 법입니다.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도 된다고 오해하는 후배변호사들이 이 점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최고의 노동법 전문 변호사 가운데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주완(57·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가 생각하는 노동법은 평등보다 배려에 가까웠다. 그는 재작년까지 노사정위원회 멤버인 한국노총(노동자)과 경영자총협회(사용자), 그리고 노동부(정부) 등 3개 단체를 동시에 자문한 유일한 변호사이기도 하다. 25년째 노동분야 한 우물만 파온 그를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한누리빌딩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주완(57·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저격됐던 10·26 사태가 발생한 1979년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 서거 이후 집권한 신군부의 독재를 겪은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내 민주화 열망이 들불처럼 일었고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권리신장 요구도 깔려있었다. "저는 79학번입니다. 10·26사태와 신군부독재 초기에 대학을 다녔죠. 당시에는 의식있는 사람들 사이에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강했습니다. 민주화는 곧 노동운동과 직결됩니다. 1987년 6·29 민주화선언의 촉발은 노동운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학생 시절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다보니 제 의식속에 노동 전문 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자란 것 같습니다."
 
79년 대학입학… 
민주화 열망 함께 노동문제 관심

 
주 변호사가 사법시험 합격 후 곧바로 노동 전문 변호사가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작은 노동과 무관한 국제거래 분야였다. "재수를 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남들보다 1년 늦었다는 생각에 곧바로 노동 전문 변호사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기 때문에 대우그룹에 들어가 사내변호사로서 제가 자신이 있던 국제거래분야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1~2년 정도 지나니 그룹에서 노사팀에 법률지원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당시 모든 기업의 사내변호사를 합해도 10명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그룹 타부서에서 지원 요청이 많았죠. 노사팀에서 노사문제를 직접 접해보니 적성도 맞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노동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시합격 후 대우·유원건설 
사내변호사로 활동

 
사내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은 그가 최고의 노동 변호사로 거듭나는 자양분이 됐다. 현장에서 노사측 의견을 조율하며 자연스레 내공을 쌓아갔다. "대우그룹과 유원건설에서 사내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노동자와 회사의 갈등을 눈으로 볼 수 있었죠. 당시 경험이 큰 자산이 됐습니다. 노동법은 이론과 함께 현장 경험이 중요합니다. 대우그룹에서는 노사문제를 주로 다뤘고, 유원건설에서는 채용, 급여 등 인사를 담당했습니다. 노동 분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혀 본 셈이죠. 현장업무를 해 본 변호사는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몇 명 되지 않을 겁니다."

노사·인사문제 등 다루며
다양한 노동현장 체험

밑바닥부터 시작한 그는 '한 우물만 파라'는 말처럼 25년간 노동법 분야에서 활약했다. 그 결과 본보가 지난 4월 제53회 법의 날을 맞아 실시한 사내변호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2년 전 같은 조사에 이어 '노동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뽑혔다. "사내변호사와 합동법률사무소, 개인변호사 사무실, 법무법인 지성과 광장을 거쳐 현재 김앤장까지 27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초기 국제거래분야를 맡았던 1~2년을 빼고는 오로지 노동법 한 분야만 파고 들었습니다. 노동법만 25년 정도 담당하다보니 이 분야에서 조금은 인정받는 사람이 된 것같습니다(웃음). 부끄럽지만 긴 세월을 노동분야에서 일하다보니 어떤 케이스(사건)를 맡아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보다 팀원간 호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사간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복심(腹心)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측의 경영판단을 해줘야 되는 부분도 많죠. 이때문에 감(感)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감은 말이나 글로 전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시간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며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인간관계가 중요한 만큼 지금도 팀원들과 가족처럼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팀원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고 안부를 여쭙기도하고, 스카웃하고 싶은 변호사가 있으면 부모님을 찾아 무릎 꿇고 절을 드리기도 합니다."

주 변호사는 노동자를 위한 재능기부에도 나서고 있다. 법률가의 재능을 적극 살려 15년째 택시와 버스기사를 위한 무료 변론을 하고 있다. "전국택시연맹과 전국자동차연맹에서 고문변호사로 15년째 활동중입니다. 서울·경기지역 택시나 버스 노동조합원이 교통사고로 구속되면 저와 저희팀이 무료로 변론을 하고 있습니다. 구속된 사람을 석방시키기도하고 재판에서 무죄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운전기사의 교통사고는 단순사고가 아닌 가정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누구보다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무료 변론도 하고 사정이 딱한 경우에는 변호사들끼리 돈을 모아 합의금을 마련해 준 적도 있습니다. 묵묵히 도움을 주다보니 감사패도 받았죠. 가장 보람된 일 중 하나입니다."

그는전문성을 살려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은 바람직한 변호사의 길이라고 했다. "법조인들이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필요한 사람,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기부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재능기부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특히 대형로펌들이 최근 사회공헌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변호사들의 전문성을 살려 법률자문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봉사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주 변호사는 통일 이후 북한의 산업화 초기 단계 때 북한 동포들이 겪을 노동인권 탄압에 대한 대비계획도 갖고 있었다. 중국 노동현실을 연구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의 노동인권 신장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모두 이북 출신입니다. 통일이 되면 남한 자본이 북한에 많이 유입될 것이고 북한은 산업화 초기단계를 겪을 것입니다. 이때 필연적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필요하고 그와 함께 노동인권 탄압 사례들도 많이 생길 것입니다. 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는 노동법 전문가들이 나서야 합니다. 통일 이후 북한 사정에 맞는 노동법 제정에 참여해 노동인권 보호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북한과 유사한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에서 일어났던 노사문제가 북한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 노동법과 노사관계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앤장으로 이직한 이유 중 하나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국 노사관계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100여명의 노동전문가들이 모인 김앤장 정도의 규모가 돼야 가능합니다."

통일되면 북한의 노동인권
신장에 기여 했으면…

주 변호사는 우리 노동계 발전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대기업의 인사·노무 관리 수준에 비해 중소기업은 초보 수준입니다. 몇 십년전 마련한 회사 취업규칙과 사규 등을 현재도 적용하는 경우가 많죠. 사규가 엉망이면 인사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직장 상사로부터 비인격적인 모독을 받거나 비정상적인 처우를 받아도 목소리를 낼 수 없죠. 이런 부분은 노동법 전문가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기업의 인사·노무관리, 조직문화를 개선하는데 대형로펌의 노동법 전문가들과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주 변호사는 법조영역을 정통법조와 경제법조로 나누면서, 인권을 수호하는 정통법조와 더불어 국가 경제 경쟁력 신장에 힘쓰는 경제법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제 생각에 법조는 2가지 영역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300여년전만 하더라도 서구에서는 종교인인 신부가 재판을 했습니다. 재판은 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이런 역사에 비춰볼 때 뿌리깊은 정통법조는 인간의 생명과 권리 등을 다루는 것입니다. 형사, 이혼, 가사, 노동 사건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변호사들이 기업인들을 도와주는 분야도 분명히 생겼습니다. 조세와 공정거래, 기업인수합병(M&A) 등이 대표적이죠. 정통법조 영역이 아닌 경제법조 영역에 속하는 것입니다. 변호사들이 정통법조에 갇혀 경제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비판해서는 안됩니다."

새내기 변호사는 
'이분화 된 법조영역' 명심해야

그는 또 새내기 변호사들이 이분화된 법조영역을 고려해 가치관에 따라 적절한 진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내기 변호사들은 법조영역이 이분화 돼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에서 교육을 받을 때 자신이 어떤 분야에 진출할 것인지 생각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에서도 이를 위해 선택 과목제를 도입하는 등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합니다. 두 분야는 국가의 인권 수준과 경제 경쟁력을 지탱해주는 양대축입니다. 한쪽이 다른 쪽을 손가락질해서는 안 되죠. 시대가 바뀐 만큼 정통법조 못지않게 경제영역에서 활약하는 변호사들도 중요합니다. 자신의 가치관에 비춰 어느 분야로 진출할지 결정하고 각 분야에서 원하는 업무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수행하면 됩니다. 성적에 따라, 주위의 기대감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주 변호사는 노동분야 전문 변호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겐 냉철한 판단력을 갖추라고 강조했다. "노동 분야에서 일을 하다보면 거친 일도 종종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률가는 집단 내에서 냉철한 이성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을 잘 조율하기 위해서는 집단 내 강경파들이 흥분할 때 휩쓸리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죠. 노동 전문 변호사들은 이 부분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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