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관회의 논의 중심은 '국민을 위한 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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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국 법원의 법관 대표로 선출된 법관 101명이 모이는 전국대표법관회의가 개최된다. 지난 2월 법원행정처의 연구회 복수가입 금지 조치로 촉발되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사태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당초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의 조사결과가 발표되면 어느 정도 진실이 규명되고 사태가 수습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일부 소장판사들이 위원회 조사결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며 의혹에 대한 재조사와 전국대표법관회의의 개최를 요구하면서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달 17일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의 입장을 표명하고 전국 단위의 법관회의 개최를 약속했었다.

전국대표법관회의가 개최되는 지금 시점은 법원으로서는 매우 엄중한 시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개혁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고, 법원 개혁에 관해서도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달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토론회에서는 현재의 법원을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로 규정하면서 사법행정권을 분산시키고 전국법관회의를 상설기구화, 의결기구화 하자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번 법관회의의 논의 주제로 ‘전국대표법관회의의 상설화’가 채택된 것을 두고 ‘법관 노조’를 만들자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법원 스스로 최근의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에는 밖으로부터 이러저러한 개혁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전국대표법관회의 논의의 출발점에는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이라는 명제가 놓여 있다.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은 사법부의 독립이며,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의 독립을 전제로 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민주주의가 위태로울 때에는 사법부와 법관이 바로서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기에, 사법부 독립과 법관의 독립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가치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법관회의를 계기로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있었는지, 그로 인하여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손상됐는지를 밝히고 재발 방지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전국대표법관회의는 유사 이래 세 번째로 열리는 귀중한 전국 단위 법관회의이니만큼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파헤치는 데에만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법관회의가 큰 그림을 가지고 미래 사법부의 모습을 통찰하는 계기도 되어야 한다. 또한 사법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은 온전히 국민이 부여한 것이므로 일선 법관들의 희망과 요구가 국민의 시각에서도 정당한 것인지 엄정한 잣대를 대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난 1일 퇴임한 박병대 대법관이 “사법권 독립과 법관 독립을 굳건히 하려는 논의가 자칫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로 비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고 한 경구는 항상 되새겨져야 한다. 이번 법관회의는 법원 내 다양한 견해를 나누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지만, 논의의 중심이 ‘국민을 위한 사법’에서 조금이라도 비켜나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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