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언

부정성 효과

홍종희 지청장 (공주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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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인 엘리자베스 루카스(Elisabeth Lukas) 박사가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15%가량의 상한 딸기가 섞여 있는 두 개의 바구니에서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상한 딸기를, 다른 그룹에게는 싱싱한 딸기를 고르게 한 후 싱싱한 딸기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싱싱한 딸기를 골라낸 그룹의 아이들은 거의 정확한 답을 내놓았지만, 상한 딸기를 골라낸 아이들은 싱싱한 딸기의 양을 실제보다 훨씬 적다고 대답했다. 어른들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도 그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라고 하는데,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가 동일한 양과 강도를 가지고 있을 때 사람들이 전자보다 후자에 가중치를 두어 대상을 평가하는 심리현상을 의미한다. 최초 이론적 정의는 ‘사람의 인상’에 한정하고 있었지만, 여러 학자들을 통해 제품이나 기업 이미지, 뉴스 기사 등에서도 부정적인 정보가 긍정적인 정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실 부정적인 정보가 강력하고 우월하게 작용하는 바람에 대상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미운털이 박히다’는 비유처럼 부정적 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는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확률이나 이론과 같은 합리적 이성을 통해 판단하기보다는 경험이나 직관으로 어림짐작해 버리는 확정 편향의 함정을 지적한 바 있다. 샹커 베단텀(Shankar Vedantam)도 저서 ‘히든브레인’에서 사람들의 무의식적 편향이 얼마나 많은 판단의 실수를 저지르는지 역설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 가슴 벅찬 과정에 부정성 효과나 편향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이제까지 잘해온 부분을 충실히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궁극의 목적은 상한 딸기를 골라 버리는 것인데 싱싱한 딸기마저 상한 딸기로 부정당할 위험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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