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제처·기타

'법관 인사에 법관평가결과 반영 의무화' 입법… 법조계 '논란'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표발의
대한변협 "법관인사의 공정성·객관성 제고에 도움… 환영"
법원행정처 "평가결과 신뢰도 떨어져"… 국회에 반대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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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변호사회가 지역마다 실시하고 있는 법관평가 결과를 법관 인사에 의무적으로 반영토록 하는 입법이 지난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추진되고 있지만, 변호사업계와 법원이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변호사업계는 사법부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도를 높이려면 판사의 주된 업무인 재판정에서의 업무수행과 판결문의 공평·타당성을 변호사들이 직접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현행 법관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인사자료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경진(52·사법연수원 21기) 국민의당 의원은 9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의 법관평가 관리 결과를 법관 인사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대법원장이 판사 인사평정 결과와 함께 변협의 법관평가 결과를 판사 연임·보직·전보 등 인사관리에 반영하도록 했다. 또 법관 인사 관련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대법원 법관인사위원회가 법관 인사에 대해 변협의 법관평가 결과를 반영하도록 의무화했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판사들의 근무성적·자질 평정기준을 마련해 인사평정을 실시한 뒤 그 결과를 연임·보직·전보 등 인사관리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무성적 평정기준에는 사건 처리율과 처리기간, 상소·파기율, 파기사유 등이, 자질평정에는 성실성, 청렴성, 친절성 등이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법관평가 등 외부기관의 평가를 반영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김 의원은 "일부 법관의 권위적인 재판 진행과 조정 강요, 고압적 태도 등으로 이른바 '막말 판사'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졌다"며 "현행 법원 인사 제도상 '막말 판사'를 견제할 수 있는 방식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인권침해 관련 진정 335건 중 '폭언과 욕설'이 89건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법원과 판사의 사회적 권위는 절대적이기 때문에 상향식 다면 평가를 통해 스스로를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원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한층 더 높아질 뿐만 아니라 막말도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단체의 법관평가는 지난 2008년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 지방변호사회로 확대돼 매년 실시되고 있다. 변협은 2015년부터 전국 지방변호사회의 법관평가 결과를 집계해 법관 인사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해오고 있다.

 

변호사업계는 개정안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변협은 10일 성명을 내고 "법관의 재판진행, 판결문의 공정성·타당성을 가장 객관적,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해당 사건을 직접 수행한 변호사"라며 "대한변협 제49대 집행부는 법관인사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높이고자 개정안 내용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바, 이 법안의 발의를 환영하며 최종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사법부를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재판과정에서 판사들의 강압적인 태도나 무리한 조정 요구, 선입견과 예단을 드러내는 재판진행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반대 입장이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당사자나 소송대리인 등 사법수요자의 재판절차에 대한 만족도나 법관에 대한 의견을 법관에 대한 근무평정과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변호사회의 법관평가 결과는 객관성과 공정성, 신뢰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아 법관인사에 이를 반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변호사회의 법관평가 결과는 재판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변호사가 평가주체가 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료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변호사와 법관의 개인적인 친분이나 변호사가 해당 법관이 담당한 사건에 실제 관여했는지 여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의견서에서 "변호사회의 법관평가에 대한 참여율도 전체 변호사의 5~15% 내외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개별 법관에 대해 변호사 5명 이상의 평가표만 수집되면 유효한 것으로 간주돼 평가 신뢰성·대표성이 떨어진다"며 "만약 변호사회의 법관평가가 법관 근무평정에 반영된다면 판사들이 친분있는 변호사들에게 우수한 평가표 제출을 부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변호사회로부터 유효한 평가를 받은 법관도 전체 법관의 일부에 불과한데 그 평가 결과를 법관 근무평정에 반영할 경우 평가받지 않은 법관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각 지방변호사회가 사용하는 평가 방법과 기준이 달라 실효성있고 일관된 평가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별 평가 항목도 공정성·청렴성·품위·친절성·직무능력·성실성 등으로 추상적이라 일관성 있는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변호사회의 법관평가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이의·불복 절차가 없고 객관성도 신뢰도를 검증할 방법도 없다"면서 "변호사회가 주체가 돼 시행한 법관평가 결과를 공적인 법관 평정에 직접 반영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거의 없다"고도 했다. 

 

미국 연방법원의 경우 변호사나 변호사 단체가 주체가 된 공식적인 법관평가 제도가 존재하지 않고, 미국 주(州) 법원의 경우 21개 주에서 법관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평가 주체는 변호사단체가 아닌 독립적인 위원회로 해당 법관이 담당한 사건에 관여한 변호사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결과를 평가에 일부 반영할 뿐이라는 게 법원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일본도 최고재판소 규칙에 근거해 공식적인 법관평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평가 절차를 시행하는 주체는 법원으로, 최고재판소는 변호사회에서 수집한 법관평가 의견을 참고만 할 뿐 근무평정이나 인사에 참고하지 않는다"며 "평가표의 회수율도 낮아 객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4년 9월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 취지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 회부된 이후 후속 논의 없이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었다. 


당시 법사위는 법률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은 사법부에 대한 외부의 비판과 감시 수단을 확보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사법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법안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변호사단체 구성원의 참여도가 낮을 경우 전체 변호사의 총체적 평가가 아니라 소수 변호사의 편향된 평가가 마치 전체의 의사인 것처럼 왜곡될 우려가 있고, 대한변협이나 지방변호사회 등 특정 단체의 의견만을 평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판사의 재판진행에 대해 소송당사자 등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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