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제처·기타

AI 법률서비스 개발 기관마다 ‘제각각’

중복 투자ㆍ향후 유기적 데이터 공유 등에 한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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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법원과 법무부, 법제처, 국회도서관 등 입법·사법·행정부가 앞다퉈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법률서비스 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중복투자 문제와 함께 각 기관별로 기반하고 있는 AI가 서로 달라 향후 유기적인 데이터 공유나 연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IT 전문가들은 "최소한 법적 추론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통일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AI 관련 법률서비스 개발이 기관별로 제각각이다 보니 혼선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나 국가기관은 법령이나 판례 등 공공데이터를 광범위하게 공개하고 민간이 이를 활용, 국민에게 필요한 다양한 맞춤형 AI 법률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에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간 주도로 관련 서비스 개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1일 국내 첫 대화형 생활법률지식서비스인 '버비'를 오픈했다. 버비는 국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주택·상가 임대차, 임금, 해고 등 3개 분야에 대해 이용자가 질문을 하면 실시간으로 답변을 해주는 AI 법률서비스다. 

 

대법원도 2021년 시행을 목표로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도 소송을 할 수 있도록 돕는 'AI 소송 도우미'와 소송 당사자가 판례나 법규 등을 물어보면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답변을 내놓는 대화형 안내 서비스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


"법적추론 알고리즘에 대한

통일된 사회적 합의 필요"

 

국회도서관은 지난 3월 한국형 AI인 엑소브레인(Exobrain)을 활용해 입법부에 맞는 지능형 입법지원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법제처도 법령·판례정보와 상담사례 등 각종 법령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한 '법령정보 AI'를 구축할 예정이다. 

 

어떤 AI를 적용하느냐가 AI를 활용한 기술의 신뢰도와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법률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AI를 선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은 협의없이 제각각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김경환(48·사법연수원 36기) 민후 대표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새로운 판례를 업데이트하거나 논문을 정리하는 등 자료분석이 핵심이었지만, 국민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AI 기반 법률서비스는 법적 추론에 의한 정확한 결정이나 판단 제공"이라며 "결국 법적 추론에 대한 알고리즘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와 사법부, 행정부가 각자 다른 알고리즘을 쓴다면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면서 "사람도 보수와 진보가 있는 것처럼, AI도 어느 정도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국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혼란없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IT 전문 변호사도 "사실관계에서 법적 쟁점을 뽑을 때 맥락을 정확히 듣고 핵심을 파악하는데서 변호사의 실력 차이가 나타나는 것처럼 말귀를 잘 알아듣는 AI를 기반으로 해야 결국 우수한 법률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기관은 민간 개발의 

후원 역할만 해야" 지적도

 

'관(官)' 중심의 AI 법률서비스 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구태언(48·24기)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정부나 국가기관은 법령이나 판례 등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민간에서 개발하도록 후원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민간 서비스를 죽이는 일은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 주도의 개발을 하더라도 중복투자 등을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를 묶어서 제공하는 법률데이터 공동플랫폼 구성에 그쳐야 하며, 공동플랫폼의 API(프로그래머를 위한 운영체제·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를 열어서 민간이 법률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뒤 알아서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는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프리미엄 서비스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결국 국민 세금을 들여 어느 정도 수준의 서비스만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국가기관이 이미 사람이 짜놓은 수순에 따르는 일종의 매크로(자동화)를 AI라고 속이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질문을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한 뒤 쟁점을 뽑아내 쟁점에 맞는 결론을 제시하는 것이 AI"라며 "국가기관이 성과를 과대포장하기 위해 검색 키워드 몇 개 넣어 찾아내는 서비스를 AI 서비스라고 하면 안 된다. 차라리 '검색 자동화 서비스'라는 용어를 쓰는 게 낫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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