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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저작권

전응준 변호사 (법무법인 유미)

저작물은 창작자인 개인이 살아있는 동안과 그 사후 70년까지 보호된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에도 유사한데, 창작자가 살아있는 동안은 기간에 제한 없이 보호되고 죽어서도 그 유족 등에까지 상당 기간 독점권 보유를 허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인의 창작의식을 고취하기 위하여 장기간의 법적 보호를 허용하되 이 기간이 지나면 공중의 영역에 편입시켜 모든 이들이 인류의 문화·예술적 성과물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근대적인 저작권법 체계가 완성된 이래 20세기 초 중반에 만들어졌던 저작물들이 하나 둘씩 공중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안네의 일기도 그 중의 하나이다. 나치 치하에서 어린 소녀가 겪었던 일상이 기록된 이 일기는 안네 프랑크가 사망한 해인 1945년으로부터 70년 후인 2015년에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기의 저작권을 소유한 안네 프랑크 재단이 뒤늦게 저작물의 보호기간이 2050년까지라고 주장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였다. 안네의 아버지인 오토가 일기의 편집자이자 공동저작자이고 그가 1980년에 사망하였으므로 2050년까지 저작권이 존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반발하여 프랑스 낭트 대학의 올리비에 에르츠셰드 교수와 프랑스 국회의원인 이자벨 아타르는 금년 1월 1일 네덜란드어로 된 안네의 일기 전문을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한 상태이다. 이들은 이 일기의 문학적·역사적 가치가 이제는 공중의 영역에서 더 잘 보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도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다만 저작권의 쓰임이 반대방향이다. 히틀러가 1945년 사망한 이후 이 책에 대한 저작권은 독일 바이에른 주가 가지고 있었는데, 독일 정부는 2015년까지 유효한 저작권에 기하여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책의 출판을 금지하고 있었다. 저작권이 소멸한 지금, 저작권법으로는 책의 출판을 막을 수 없으므로 독일 정부는 다른 형사법을 동원하여 이를 막을 계획이다. 인간의 감정표현인 저작물은 다른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활동과 깊게 연계되곤 하므로 저작물의 보호에 관하여도 여러 정책적 요소들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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