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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인권의 봄

고경순 부장검사(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모처럼 내린 봄비로 하늘이 산뜻해지고 벚꽃이 활짝 핀 날, 관악산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시원한 봄바람에 이끌려 보광사에 잠깐 들렀다. 108배를 하고 나니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이 반듯하게 펴지는 것 같다.

지난 겨울, 잇달아 발견된 끔찍한 아동학대사건으로 우리는 혹독한 겨울나기를 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잔혹한 학대를 받다가 저 세상으로 떠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했고, 그 아이들을 까맣게 모르고 살았던 무심한 우리들이 기막힐 정도로 한심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문제는 일부 가정이 아이들의 따뜻한 울타리가 되지 못하고 학대의 현장이 되어 가는데 우리가 그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대한민국이 쉼 없이 경제성장을 위해 달려오는 사이 우리의 이상 속의 가정은 점점 쇠락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겨우내 모두가 힘을 모아 현실 속의 가정을 보완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야 아이들을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배웠다. 얼마 전 정부는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미국의 인권학자 린 헌트는 '인권은 정치내용을 포함하여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이상적인 대책이 '좋은 정책'이 되려면 법규화하거나 확실한 예산과 조직의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법무부 동료들과 함께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고 든든하게 지키기 위해' 열심히 뛸 것이다. 우리는 아동학대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개정 법안을 통과시키고, 피해아동을 위한 국선전담변호사를 배치할 예산을 마련하며, 이제 예비부모가 될 중고생과 장애아동을 위한 아동학대예방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할 것이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미래인 파릇파릇한 아이들이 모두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꿔 본다. 매일매일 많은 사람들이 같은 꿈을 꿔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 이 모든 대책이 좋은 정책으로 바뀌어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한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