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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채형복 교수(경북대 로스쿨)

"무덤도 없는 원혼이여 천년을 두고 울어 주리라. 조국의 산천도 고발하고 푸른 별도 증언한다."

이 글은 경산코발트광산 피학살자유족회 사업 추진의 주역인 이원식 선생이 쓴 작품에 나오는 것이다.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와 같은 '광기의 역사'는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승만 정권은 정치적 이념(이데올로기)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민들을 강제로 보도연맹에 가입시켰다. 그리고는 1950년을 전후하여 국민보도연맹원이 북한군과 결탁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아래 전국 도처에서 이들을 무참히 살육하였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보도연맹과는 관계없는 무고한 시민들이었다.

경산코발트광산도 그 학살 현장의 한 곳이다. 군경은 100미터 높이의 수직갱도에서 민간인들을 바닥으로 밀어 떨어트리고 총을 쏘고 수류탄 등을 투척하여 시신을 파훼하였다. 그리고는 흙과 자갈, 돌을 덮어 매장하였다. 군경은 이런 학살을 반복하였다. 경산코발트광산에서만 약 3500명의 민간인이 학살되었다고 하니 전국적으로 과연 몇 명이 희생되었는지 그 정확한 숫자마저 알 수 없다.

4·13총선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하지만 불행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개그보다 더 웃기는 공천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에서 정치는 이미 완벽한 허구이자 조롱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오직 당선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정치인들은 역사마저 정쟁과 당리당략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3월 말 경산코발트광산을 찾았다. 주변은 온통 복숭아밭이었다. 원통하게 죽은 이들의 원혼은 새봄을 맞아 복사꽃으로 활짝 피어날 참이었다. 그런데 어인 일일까? 피해 현장 바로 위는 어느 호텔이 운영하는 골프장이 성업 중이다. 자본과 권력에 짓밟힌 역사의 상흔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무엇일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바로 이 경구가 아닐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