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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자료제공을 바라보는 시선

전응준 변호사 (법무법인 유미)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 인적정보에 해당하는 통신자료를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문은 '~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어느 경우에 통신자료제공요청에 응해야 하는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제공요청에 대한 실질적 심사의무가 있는 것인지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은 최근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요청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자가 개별 사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 그 제공 여부 등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는 없고 수사기관이 형식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종래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요청에 대하여 언제나 예외 없이 이용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제공해 왔는데, 원심은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자료 제공 가부를 충분히 심사하지 않아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본 반면 대법원은 이를 부정한 것이다.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실질적 심사의무가 없다면 이들 사업자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대하여 어떠한 행위규범을 가져야 하는가. 이에 관하여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바 있다. 위 법률 규정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권한을 부여한 것에 불과하고 어떠한 의무도 부과하지 않으므로,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더라도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다만 대법원은 인적사항이 제공됨으로 인한 사익의 침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므로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에 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는데, 의무는 아니더라도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르는 것이 정책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결론적으로 보면, 사업자나 수사기관 모두 재량판단으로 이용자의 인적사항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놓여 있는 이용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현행법에는 사후통지절차도 없다. 이용자가 통신사에게 요청하여야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긴장된 마음으로 통신사로부터 결과를 기다리다가 제공내역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비로소 마음이 놓인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 이들을 위한 논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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